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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4·19소녀의 일기

이재영 "4·19 혁명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뿌리... 죽음을 각오한 전국민이 맨주먹으로 위대한 위대한 혁명"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1-04-16 오후 12: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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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혁명은 51년 전에 일어났던 먼 과거의 역사가 아닙니다. 4․19혁명 정신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의 기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어느 소녀가 4․19혁명을 경험하면서 온몸으로 부정과 부패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지켜 내려고 했던 담담하지만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역사를 상실해 가는 시대에, 사회통합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4․19혁명에 관한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가 51년 전 한 소녀의 특별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농축된 특별한 한 권의 책에 대해 쓴 추천사 내용이다.

 그랬다. 51년 전인 1960년 4월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부패에 맞서 맨주먹으로 맞섰던 데모대열에는 사회변혁의 주체로 통칭되는 젊은 대학생들이 있었다. 4‧19 당일, 그리고 대통령의 하야 성명으로 이어지는 26일, 서울시내 한복판 광화문 거리 데모대에는 한 가녀린 여고생도 있었다.

 이재영(69). 이제는 훌쩍 커버린 손자․손녀의 재롱(?)에 흠뻑 빠질 보통의 여느 할머니와 다 를바 없는 나이이지만 아직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국가안보에 대한 염려, 걱정은 웬만한 남자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비교가 되지 않을 열정이 담겨 있다.

 목소리에서도 거침없이 묻어나는 시원시원함이 불의 앞에서 참지 못했던 18세 여고 2학년 열혈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엿보이게 한다. 그 소녀가 당시 자신이 겪었던 긴박했던 순간 순간을 여성의 섬세한 감정이입 터치로 엮은 얘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이재영 著書, 해피스토리 출판. 283쪽, 15,000원)다.

 ▲ 4월8일 오후 6시 서울 연희동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식에서 이재영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날 저자는 "4.19혁명 정신을 오늘의 우리세대는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널리 알려 나라사랑하는 애국심으로 승화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konas.net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4월 이재영 씨를 인터뷰하고자 성남시 자택에서 만났을 때 그녀는 여고생의 몸으로 어느 누구 한사람 데모대 참가 바람을 넣거나 시키는 이 없었음에도 불의에 맞설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집안에 진열해 놓은 대형 사진 틀 앞에서 열정적으로 설명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시간이 지나 그 때의 기억들이 잊혀 지기 전에 후배들에게도 그 날의 이야기를 남김없이 알려주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꼼꼼하게 자료를 정리하고 묶어 1년 후인 지난 8일 마침내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기념식을 가졌다.

 어쩌면 1945년 8.15일 해방의 기쁨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자랑스럽고 뿌듯한 기억, 그러나 6.25동족상잔의 비극과 그 폐허의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고, 후진국가의 숙명이기나 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부정과 부패, 권력의 횡포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어난 4․19혁명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서 18세 소녀의 불의에 굴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으면서 보여준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정의감과 용기 있는 저돌적인 행동은 오늘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하지 않을 수 없겠다.

 ▲ 저자 이재영 여사. ⓒkonas.net

 저자 이재영씨의 말처럼 그녀가 4․19 이야기를 책으로 펴게 된 동기도 "4․19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간 역사의 한 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서글프고, 또 세상을 노크한 (당시의 여고생)소녀가 잠에서 깨었으니 그 때의 사연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려한다"고 한 말에서도 여실히 읽힐 수 있다.

 곧 그 자신이 직접 4․19전날 밤 4각의 천에 직접 그린 태극기를 들고 당일 광화문 네거리로 달려가 경무대로 향하는 성난 시민들과 함께 시위에 합류해 총탄세례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의 장벽을 헤치며 지프차 위에 올라타(조선일보 정범태 기자 당시 상황 촬영보도) '대한민국 만세' '민주' '독재타도'를 외친 것은 그 자신이야 말할 나위 없고, 미래의 주인공이며, 보배인 젊은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를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학생들이 주축이 된 4․19혁명의 평가에 대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뿌리내리게 된 출발점"이라 적고 있다.

 그녀는 "4․19는 혁명의 주역이었던 청소년들의 용기가 민주화로 가는 시작의 깃발을 꽂았고, 여기에 대학생이 정의의 깃발을 들었으며, 이에 죽음을 각오한 전 국민이 합세해 맨주먹으로 이룩한 위대한 혁명"이라고 얘기한다.

 ▲ 4월8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이기택(4.19동지회장)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현욱 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장, 김유혁 전 금강대 총장, 박긍식 전 과기처장관, 우무석 국가보훈처 차장과 시민단체 대표, 가족 친척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konas.net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는 여고 2학년 소녀가 비 오듯 쏟아지는 총탄과 숱한 시위대원들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은 채 태극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선두에서 또 다른 어린 학생들을 이끈 18세 소녀의 몸으로 체험하고 눈으로 감지하고 본 육필일기이자 한편의 서사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1장 '꿈 많은 소녀' 제2장 '4‧19혁명의 촉발' 제3장 '4‧19민주화로 가는 고통의 길' 제4장 '승리의 함성' 제5장 '질서회복으로 나라 재건하자' 그리고 제6장 4‧19혁명 10년 후' 등 전 6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4‧19소녀의 이야기가 수록된 내용이다.

 1960년 2월 급작스레 별세한 조병옥 박사의 빈소에서 학생대표로 조사를 낭독하고, 손가락을 찢어 피를 내 '나라사랑'을 기저로 한 혈서를 써 대 국민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 저자 이재영씨는 이제 아들 넷을 둔 평범한 주부이자 손자들의 커가는 모습에 기쁨이 더해가는 할머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에 불타고 있는 뜨거운 애국심,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51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와 별반 다름이 없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좌파 정권 10년에도 그의 투지는 그침이 없었다. 보수애국우파의 집회 시위 마당에도 늘 함께 였다.

 그런 이재영씨의 4‧19 당시 행적은 고교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어느 날 9시 뉴스시간에 교과서와 관련된 설명을 하는데 내 사진이 있는 곳이 펼쳐져 깜짝 놀랐다. 다음 날 교과서를 구입해 보니 틀림없는 내 사진이었다"는 그녀의 관련 사진은 현재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금성출판사)에 그대로 게재돼 있다.

 그녀는 지난 해 4·19민주혁명 유공자로 4·19혁명 50주년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유공자로 선정돼 건국포장을 수상했다. 이는 정부가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민주혁명에 헌신하고도 유공자 선정이 안된 4·19혁명 참가자를 발굴 해 그중 272명을 포상하게 됐는데 저자도 포상을 받게 된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이를 알게 된 것이다.

 4‧19혁명 후에도 병원 등지를 돌며 부상 환자들을 위한 자원봉사에도 쉬지 않았고,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충북 음성에 위치한 '꽃동네'와 인연을 맺어 쉼 없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 이재영씨.

 이제 할머니이지만 18세 여고생 소녀의 몸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던졌던 저자의 그 시절 열정과 그 시대를 촘촘히 살펴보게 될『4․19혁명과 소녀의 일기』(이재영 著書, 해피스토리 출판. 283쪽, 15,000원)를 추천, 일독을 권유한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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