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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적 안보 역량 강화로 김정은 時代에 맞서야

다큐 영화 '태양 아래'에서 보듯 北은 수령 독재가 조종하는 거대한 세트장
Written by. 홍관희   입력 : 2016-05-09 오후 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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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년 만에 치러진 북한 노동당 7차 당 대회는 예상대로 김정은 시대를 선언하고 백두혈통 3대 세습 왕조의 개막을 자축하는 자리가 됐다. '주체혁명' 승리와 '제국주의와의 대결'을 강조해 이데올로기 경직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4차 핵실험을 '수소탄 대성공'으로 미화하며 '책임 있는 핵 보유국'임을 선포했다.

 그러나 핵 보유국을 자칭하며 '세계 비핵화 의무'를 운운한 것은 중대한 자가당착이자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음모일 뿐이다. 김정은이 남북대화와 협상을 언급한 것도 핵 포기의 진정성이 결여된 위험한 화전(和戰) 양면 책동이다. 대북정책을 놓고 우리 내부의 논란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먼저 핵 포기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현란한 대외 수사(修辭)와 달리 북한이 핵 독트린을 공식화함에 따라, 비핵화를 대북정책 당면목표로 삼는 한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북핵 상황은 악화일로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고 5차 핵실험은 타이밍만을 남겨놓고 있다. 소형 핵탄두의 중·단거리 미사일 탑재 능력이 한·미 정보 당국에 의해 확인된 것도 놀라운 소식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수중 사출 후 점화비행(cold launch)'에 성공해, 지상 핵시설을 공격받고도 살아남아 해상에서 보복할 수 있는 2차 공격력 확보의 길을 열었다. 한반도에서 '핵 게임 체인저' 역할도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 당 대회를 계기로 한반도가 끝 모르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은의 핵 야망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가늠하지 못한다. "조국통일은 절박한 과제"라며 미국에 대해 '동족 대결 책동' 중단과 미군 철수를 힘주어 선동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는 한미연합사 중심의 강고한 방어 태세와 확장 핵 억지로 북한의 망동을 억지해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미국에 고립주의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한 트럼프가 "복지 타령하면서 자신들 방위에는 돈 쓰지 않는 나라들을 왜 우리 세금으로 지켜주나?"라며 안보 무임승차라고 비판할 때, 우리가 해 줄 답변이 마땅치 않다. 그의 지적은 주한미군 주둔 경비로 구성되는 2조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에만 국한되지 않는 듯하다. 주한미군이 없을 경우 현 수준의 방위 역량 유지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주한미군 전력(戰力) 대체 비용이 최대 36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이 여전히 금과옥조처럼 소중한 국가 안보의 필수요소임을 알게 한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미국민의 생각이 바뀌어 동맹이 동요한다면, 자위적 안보 역량을 늘려 자강(自强)을 도모하면서 동맹 간 신뢰를 구축하는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핵 집단과 적대하는 분단국가로서 국방비, 특히 전력비용의 획기적 증대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핵무장 길을 열 수 있는 최소한의 핵 옵션(nuclear option) 선택과 SLBM 대응 차원에서의 핵잠수함 건설은 우선 현안이다. GDP는 우리의 44분의 1인 북한이 국방비에선 3분의 1인 100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그것도 공격용 전력 증강에 치중해 한국이 따라잡기 어렵다는 국방장관의 실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다큐 영화 '태양 아래'가 보여주듯, 북한 사회는 수령 독재에 의해 조종·연출되는 거대한 '세트장'이다. 주체와 수령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소멸한 지 오래임에도, 오직 공포정치와 보위부의 감시·통제로 체제를 연명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경로로 전대미문의 폭정이 최후를 맞을지가 세계적 화두다. 그때까지 김정은의 불장난을 막아내는 것이 우리 안보 전략의 핵심이다. 우리 스스로 자위적 안보 역량을 확대해 나갈 때 비로소 동맹은 더욱 견고해지고 북핵·통일의 해결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 이 글은 5.9일자 조선일보 오피니언 란에 게재된 글임.

홍관희 /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전 재향군인회 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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