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획/특집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2016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⑭] 640일의 틈새

Written by. 이광수   입력 : 2016-09-19 오전 9:46:35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지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2016」‘입선’ 글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나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네 살부터 한국을 떠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해외에서 살았다. 외국인 친구들이 병역 의무가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듯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같이 학교에 다니던 한국인 선배들과 친구들은 모두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었다. 시민권을 취득하고 병역 의무를 저버리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한국으로 와서 육군으로 자원입대했다.  

 입대를 하고 나서 군에 대한 나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2년을 낭비한다는 생각으로 입대했지만 군대는 내 생각보다 훨씬 얻을 게 많은 곳이었다. 내가 군복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애국심과 협동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거주를 하고 국제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국어보다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었고 한국어는 물론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 역시 거의 없었다. 그러나 부대 안에서는 훈련, 체력단련 등 상상했던 것들과 달리 매주 집중교육의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시간은 해외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오랜 시간동안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오면서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애국심이 있었지만, 병역생활을 통해 역사나 올바른 안보관 같은 필요한 지식들을 배우고, 현실적인 남북 상황을 체감하게 되면서 그 자부심과 애국심이 한 층 더 강해졌다.

 군대라는 전체적인 틀과 시스템을 통해 애국심이 짙어졌다면, 군대 내적인 요인들, 예를 들어 동기간의 관계 등 군대 내의 인간관계를 통해서는 협동심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체득했다. 생각만큼 쉽진 않았지만, 나는 곧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 병역생활을 하게 된 전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그 전우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병역생활에 곧 적응하게 되었다.

 또한 부대 안에서 동기들과 선임들이 나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해 주었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챙겨주었다. 업무상 어려운 단어를 마주치게 되면 동기와 선임들이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고 직접 도와주기도 하였다. 서로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배려 문화 덕분에 나는 부대와 업무에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힘든 훈련이 있을 때, 예를 들어 행군 훈련을 할 때 체력적으로 힘든 나를 천천히 손잡아 주고 같이 쉬어주고 숨이 달려도 끝까지 이끌어 주었다.

 다 같이 힘차게 구호나 군가를 부를 때면 사기가 증진하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 혼자 했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훈련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전우들과 같이 협동하였기 때문이었다. 즉, 전우들 간의 뜨거운 협동심이 힘들었던 초반의 적응도, 고된 훈련도 모두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또한 군복무를 통해 영주권자 등 국외이주자들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귀중한 기회도 얻었다. 그 중 하나는 2015년 10월에 열렸던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통역병으로 파견을 가게 된 것이다. 처음엔 병역생활을 하면서 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이 얼마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뜻밖의 좋은 기회로 특기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 역량에도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전우들을 만나면서 우호를 다지고 인류애를 되새길 수 있었다.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약 110개국에서 8,700여 명의 군인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통역병들은 각자 국가를 분담해 맡아 임무를 수행했다. 타국 군인들과 대화하고 함께 한 시간들은 소중했으며 평화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 국가의 군인들은 서로 구기 종목으로 경쟁했고, 흥미진진하면서도 재미있는 추억들과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에 각 나라는 평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수많은 국가와 군인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군인들이 각 구기 종목에서 빛날 때마다 자랑스러웠고, 각 경기시작 전에 울리는 애국가에 당당히 경례하며 또 한 번의 애국심이 치솟았다. 통역병으로 특기를 살리고 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 뿌듯했고,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우리나라가 평화를 이어갈 수 있게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체험인 것 같아 뜻깊은 경험이었다.

 일상적으로 근무하는 군대 내의 보직에서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나는 인사과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업무 능력을 배웠다. 많은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동기들보다 다소 떨어졌던 한국어 어휘 수준과 문장 구성력이 상당히 발전했다.

 또한 직속상관이나 상급자에게 취해야 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는데 나중에 회사에 취직하는 과정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간부 휴가를 관리하는 업무와 진급에 참고하는 각종 기록을 관리하는 업무를 도맡아 책임지게 되면서, 하나라도 누락될까봐 매사에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처리하는 습관이 들었다.

 그러나 자원입대해서 군 생활을 해나가던 중 나는 병역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뻔한 적도 있었다. 나는 상세불명의 이유로 발이 부었던 날들이 많았다. 여러 차례 병원을 가면서 검사를 받았지만 고통의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직속상관의 추천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통풍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통풍 발작이라는 것을 겪고 있었으며 현역부적합 대상자가 될 수 있었지만 부대에서 정기적인 관찰과 치료를 보장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병역 생활을 하고 있으며, 현재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휘관님들과 전우들이 함께 지원을 해주었다. 예를 들어, 강도 높은 훈련이나 무리가 가는 체력단련은 열외하고 군의관님과 함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몸이 힘들어 걷는 게 힘들고 느린 나와 함께 식사를 해주고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등 나의 편의를 위해 애써주었고, 그 모습에 감동하면서 협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이 해외에 계시고 내 몸을 혼자서 챙겨야하는 상황에서 사소한 일인데도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 옆에서 응원해주는 전우가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이 말은 내가 군 생활 중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데미안의 한 구절이다. 병역의 의무는 사실 우리 같은 재외국민에게는 큰 짐이다. 그저 이름으로 또는 부모님의 나라로 다가오는 대한민국이 그 자체로 낯설고 피상적인 세계로 느껴지는 건 아마 나뿐 아니라 다른 재외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그 낯선 땅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건 나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로 또, 입대 전에는 침대를 땀으로 흠뻑 적시는 악몽으로 돌아왔다. 군 입대를 깊게 생각해 본 재외 국민이라면 아마 나의 입대 전 불안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재외 동포들이 느끼는 이러한 공포와 불안에 대해 말하고 싶다. 솔직히 영주권자 등 국외이주자로서 자원입대해서 힘든 날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계속 배우고 체험했던 순간들은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겨낼 만큼 뜻 깊고 소중했다. 또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건 병역생활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할 수 있었고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한국말과 겪지 못한 문화 사이, 나는 당혹스러웠고 답답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듯 나는 이러한 문제들을 직면하고 부딪치는데 마다하지 않았다. 스스로 변화하고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려 노력할 때, 모순적이게도 어눌한 한국말과 대한민국에 대한 몰이해를 군 생활 그 자체가 발판이 되어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힘든 전우를 저버리지 않는 대한민국 육군이 나의 전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접하고 같은 조국의 전우들과 지냄으로서 애국심과 협동심으로 강력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부대에서 개인의 장점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주어지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뜻 깊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거기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치료할 수 있는 환경과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신체적 부상 같은 부분의 걱정도 덜 수 있었다.

 나는 입대를 앞둔 재외동포들의 불안을 잘 알고 있고 그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대한민국 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겨 회피하려 하지 말고 자랑스럽게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것을 권한다. 단순히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는 여정으로서 또 나 자신을 가두고 있던 알을 깨트릴 하나의 틈으로서 말이다. 이제 나는 해외 친구들과 가족한테 나는 대한민국 군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며 또한 모두들 나의 병역 의무를 존중한다.(konas)

701특공연대 상병 이광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7.7.26 수요일
핫클릭 뉴스 더보기
포토 & 동영상 더보기
쓴소리/단소리 더보기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10억달러 대금..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10억달러 대금청구를 바라보.. 
네티즌칼럼 더보기
문제인정권 속임수에 국민은..
문제인정권 속임수에 국민은 속고 나라는 망해! 끝장내.. 
깜짝뉴스 더보기
日 야쿠자도 고령화…50대이상 조직원 40% 넘어·80세 두목도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직속상관의 ‘식권’ 한 ..
코나스 웹진 구독하기
  • 성명서/행사정보
  • 관련사이트
  • 기사제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