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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다 마지막이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6-09-26 오전 10: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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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은 본인과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발단이 되는 것이므로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부잣집에 태어나는 운 좋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 하루 세 끼 밥을 먹기도 어려운 불운한 태생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 제 3자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부잣집에 태어나는 어린이는 호강하며 자라고 초등학교부터 비싼 사립학교에 다니게 되고 가정교사도 두고 충분히 가르쳐 그런 애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가능하면 해외 유학도 시키고 돌아와 좋은 직장을 얻어 결혼도 잘 사는 집의 예쁜 딸과 하게 되기 때문에 남부러울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좋은 아파트를 하나 아예 사서 주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묘한 것이어서 장밋빛 구름이 언제나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부모덕에 호강하면서 고생 모르고 산 젊은이들의 노년은 뜻밖에도 불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되도록 부모 덕분에 누리는 특권을 사양하고 제 힘으로 살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모든 것이 따지고 보면 저 할 탓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젊어서나 늙어서나 특권을 멀리 하는 기질만 잘 가꾸면 빈곤하나 부유하나 문제는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부귀에 처할 줄도 알아”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그는 자기의 특권을 단호하게 내던지고 그리스도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갔습니다. 그는 집안도 좋고 그 당시로서는 최고의 학문을 익히기도 했으며 유대인으로서는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었으니 출세는 이미 약속된 미래였을 것입니다. 그 뿐입니까? 그는 대로마제국의 시민권도 가지고 있던 특권층에 속한 인물이었으나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일이 하도 고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 모든 특권을 단번에 포기한 것입니다.

 버리는 용기가 사람을 크게 만듭니다. 인생의 어떤 연령, 어떤 처지에서도, 버려야 할 것을 버릴 수만 있으면, 사람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 그 특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인간의 모습은 추잡해 보입니다. 명성을 쫓는 것은 천박해 보이지만 그러나 명예를 존중하는 것은 고상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대의 고귀한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옷은 낡은 것도 빨아서 입으면 되지만 최소한의 먹을 것은 있어야 되는 것이니, 일할 수 없는 노년에 대비하여 얼마간의 잔고가 은행 통장에 있어야만 합니다. 그 잔고도 바닥이 나면 친구에게 손을 벌리지 말고 곡기를 끊을 각오를 하고 사람은 노년을 맞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성서> 한 권은 가까이 두고 인생의 황혼을 맞아야 합니다. 그런 마음의 준비가 그대의 삶의 마지막을 빛나게 하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이’ 생의 끝이 ‘저’ 생으로 이어지는 진리만 터득하면, 시작보다 마지막이 더 아름답습니다.

김동길 /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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