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에 대한 암살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공작기관이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테러공작이며, 북한이 아니면 김정남을 죽여야 할 이유가 있는 국가가 없다. 또 북한에서 김정남 암살을 지시하거나 명령할 사람은 오직 김정은 밖에 없다.”

 1995년 남파 간첩을 대동, 월북하라는 지시를 받고 충남 부여에 침투했다가 군경과 총격전 끝에 생포돼 전향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동식 책임연구위원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발행한 이슈브리핑 17-7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김정남 암살 배경과 파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그는 김정남 암살 공작을 주도한 부서는 테러를 전문으로 하는 공작조를 운영하고 있는 정찰총국 소속의 해외정보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김정남 살해에 따른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알면서도 이를 강행한 것은김정은과 집행기관인 공작부서에서 김정남 제거가 반드시 필요하고 시간적으로도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김정남 제거 결심을 굳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김정남과 그의 아들 김한솔이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3대 세습에 대해서도 비판함으로써 김정은의 비위를 강하게 건드린 것이 첫째 이유이며, 외부에서 김정남을 김정은 제거 이후 북한을 이끌어 갈 대체인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론했다.

 또 김정일 생일을 몇일 앞두고 김정남이 암살된 것을 두고 북한 대남공작부서에서는 암살이나 폭파 등 공작계획을 작성할 때 최고지도자에게 기쁨을 드린다는 명목으로 명절이나 기념일에 맞춰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의해 암살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도 김정일 생일(2.16)을 하루 앞둔 1997년 2월 15일에 암살됐다.

 그는 또 이번 김정남 암살은 청부살인 고전적인 청부살인 방식이 아니라 제3자를 시켜 대상을 제거하는 ‘청부살인’ 방식에다 ‘장난’이라는 형식을 추가해 감행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에 직접 가담한 2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장난비디오를 찍는 줄 알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다며 ▲ 여성들의 행동이 자연스럽고 거침없다는 것은 자신들이 장난치는 대상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이 크고 ▲ 여성들이 테러행위를 하고서도 그 장소에 다시 나타났으며 ▲ 북한 공작요원들이 여성들을 방치하고 자신들만 도주한 것은 여성들이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앞으로도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외국인 여성들을 활용한 것은 김정남 가까이 접근하는데 남자보다는 여자가, 북한인보다는 외국인이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정철이 체포된 것도 북한 공작부서의 철수계획보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더 신속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도주 전에 검거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리정철이 암살 작전에 직접 투입되지 않고 운전 등 외곽에서의 지원임무만 수행토록 함으로써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체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정철도 정찰총국 해외정보국 소속 공작요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까지 잔인하게 암살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정은체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런 반인륜적인 잔학행위는 오히려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