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개발 능력도 의지도 의사도 없다”고 호언장담하였고 노무현대통령은 “인도는 핵 보유가 용인되고 북한은 왜 핵 보유가 안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북핵문제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제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연이어 2016년 9월 9일까지 5차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리고 북한은 핵실험과 병행하여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해왔고 급기야는 지난 7월 28일 심야에 ICBM급 화성14호 2차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 영토인 괌 주변에 4기를 발사하겠다고 위협하자 트럼프대통령은 전례 없이 “화염과 분노와 마주치게 될 것”이며 예방타격이나 선제공격 등의 말을 쏟아내면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괌 공격 한마디로 미국과의 그렇게 고대하던 단독대화라는 문고리를 잡아 놓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대화의 문고리를 더욱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해 1-2차례 더 핵 실험이나 ICBM 공격 등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갖가지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중국은 겉으로만 알았다고 하면서 북한을 혼내주는 척만 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 권유하고 사드배치반대와 한국에서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속셈은 난사군도(南沙群島)분쟁에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려는 지렛대로 북핵문제를 활용하려는 음흉한 속셈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정부의 태도는 애매모호하여 코리아 패싱이니 문재인 패싱이니 하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시작된다면 진짜 협상당사국인 한국은 배제되고 먼발치에서 대기 하고 있다가 북한에서 요구하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경제적지원은 물론 정치적지위도 북한에 밀리는 형국이 될 것이다. 이미 1993년도 북미제네바 핵 회담에서 우리는 굿판을 벌리는 구경만 했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경수로 50억불지원과 그 후 남북회담에서 100억불 상당의 퍼주기식 대북지원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였다. 말로는 남북회담이요, 상호 왕래요 하지만 항상 북에 끌려 다니는 형국을 초래하였다. 결국 우리는 남북의 평화도 북한의 핵 폐기도 막지 못하고 대한민국 존망을 초래하는 북한의 핵개발에 오히려 자금만 대주는 꼴이 되었다.

 미․북회담의 결과는 어떻게 전개될까. 미국은 일반적으로 협상에서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 또는 차차선책을 선택하는 나라다. 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의 제한된 핵 보유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제3세계유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선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북한은 비공식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평화협정(주한미군철수)이 체결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미․북회담의 결과는 북핵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우리 대한민국은 북핵의 위협아래 목숨을 구걸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북핵폐기와 관련하여 처음부터 협상당사국의 지위를 포기하고 있다. 북핵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최고 최선의 대안은 핵무기개발에 과감히 나서야한다. 미리부터 국제적, 경제적 제약, 나아가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 대안이 안 된다고 한탄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핵개발을 착수할 때 중국도 움직이고 미국도 협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당당하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국제적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핵무기개발은 일본의 핵무기개발의 당위성을 얻을 수 있으며 대만도 핵을 가질 수 있는 명분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주변국 핵 도미노가 확산 될 우려가 확인 될 때야 비로소 북한의 핵 폐기에 앞장서게 될 것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외교관으로 주재하고 있을 당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은 참으로 답답하다. 북한이 1993년 3월에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할 때 한국도 나도 탈퇴를 고려하겠는 맞불을 놓아야 미북협상에서 유리한 협상을 할 텐데 그렇다고 미국관리가 한국정부에 이야기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라는 충언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한국이 협상당사국에서 배제될 때 미북협상에서 북한이 공식이던 비공식이던 핵보유국지위를 얻게 되고 평화협정까지 체결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때 가서 안보불안은 물론이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대공황 등 국민들의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다소의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주도적인 핵무기 개발이나 미국의 전략핵무기 재배치 정책을 펴 나갈 때, 진정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며 동북아지역에서 한국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최고 리더의 결정을 기대해 본다.(konas)

조흥래 / 前 재향군인회 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