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북핵에 대한 ‘레드라인’(Red Line, 금지선)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강력한 대화와 포용 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도발 이후 레드라인을 언급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은 무엇인가.’ 질문에 답하면서 “북한이 ICBM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점점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단계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아야 한다. 그 점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UN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제재했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더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할 거고, 결국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북에 대해서 더는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언론사 출입기자 250여명이 참석했으며,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레드라인 설정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야(野) 3당(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북한의 핵 위협 사정권에 들어간 우리의 레드라인으로는 맞지 않고 북한에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 18일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없는 레드라인 발언은 패착이 될 수 있다”면서 “차라리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나았다”고 했다.

 반면 여당(더불어민주당)에선 “레드라인 발언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염두에 둔 경고”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은 북한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와,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엄중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결기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을 맡았던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그 얘기(레드라인 언급)를 안 하고 넘어갔다면 ‘특별한 메시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누구 주장이 맞는가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리고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등에 핵무기를 실어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으므로 반대주장(레드라인 설정이 늦었다)이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은 수시로 우리에게 핵무기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자주 밝혀왔다. 한미동맹과 한미연합사를 통해 지원되는 미국의 핵우산이 없다면 한국은 하루를 버티기 어렵다.

 다만 우리 정부가 그동안 북핵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다루어 이 지경에 와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북한이 1차 핵실험(2006.10.9)을 했을 때 노무현 정부는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2차 핵실험(2009.5.25)과 3차 핵실험(2012.2.12)을 했을 때, 박근혜 정부는 4차 핵실험(2016.1.6)과 5차 핵실험(2016.9.9) 때 레드라인을 당연히 설정했어야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레드라인 설정은 북한만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한 마지막 경고다. 북한 정권은 ‘핵미사일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많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도 북핵을 막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무장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결단 없이는 북핵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중·조우호조약에 따라 중국의 핵우산을 받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목적을 먼저 알아야 한다. 바로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함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국을 2020년까지 중국의 영향권 내에 두는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것이 1982년의 ‘도련선’(Islands Chain) 전략이고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드라인 설정’에 박수를 보낸다. 정부는 내친 김에 금년 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추가로 ICBM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장거리 핵미사일 실전배치는 시간문제다. 핵무기 소형화와 미사일 대기권 재돌입 등은 중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등)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금년 연말을 북핵 데드라인(Deadline)으로 추가 선언해야 한다. 만약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국가생존을 위해 자위권 조치에 나설 것임을 국제사회에 선언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또는 자체 핵무장), 미사일 방어망(이지스함 SM-3, 사드, 이지스 어쇼어) 구축에 나설 것임을 밝히면 된다. (konas)

김성만 / 예, 해군중장. 재향군인회자문위원․안보칼럼니스트, 前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