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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체험 수기⑲] 그곳에 없던 자 그곳을 알지 못한다.

Written by. 이충환   입력 : 2017-09-11 오전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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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질병치료’ 부문 우수 당선작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저는 31사단 공병대대에서 굴삭기 운용병으로 복무중인 일병 이충환 이라고 합니다. 제가 지금 쓰는 이 글은 4급 판정을 받았으나 현역으로 입대를 하게 된 이야기와 현역 입대 후 겪고 느낀 점 들을 나누고자 쓰게 되었습니다.

 남자라면 한 번씩은 가야 하는 군대, 저는 안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역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군대’라 하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힘든 훈련, 억압된 생활 등이 떠올라 이러한 생각으로 입대하기 전에 걱정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있을 때 생각했던 군대와는 많이 달랐던 저의 이야기를 시작 하겠습니다.

 중학교 시절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학교 근처에 있는 복싱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던 어느 날, 같은 학교 동급생 중에 선수 생활을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저에게 소질이 있다며 자기와 같이 선수생활을 하자는 제의를 하였습니다. 저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그 후부터 복싱선수의 꿈을 안고 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갔던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두각이 드러나 전국 소년체전 3위, 도민체전 2위, 전국 우승권 대회 3위 등 많은 입상을 하게 되었고, 여러 코치님들께 스카우트를 받아 고등학교 역시 운동선수로 진학을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고등학교 입학 전 중학부 시합이 없던 터라 입학하기 전 6개월간 휴식을 가졌고 그 기간 동안 운동을 안 하면서 몸무게가 70kg에서 93kg이 된 상태로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운동을 하면서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제 자신을 느끼게 됐습니다.

 예전의 날렵했던 중학교 시절은 온데간데 없고 둔탁하고 무거워진 제 몸 상태를 실감하며 이건 아니다 싶어 체중감량에 도전 했지만 이미 복싱에 대한 감을 다 잃은 후였습니다. 처음 기대를 걸고 저를 스카우트 했던 코치님도 저에게 등을 돌리셨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이 길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의 길이 아닌 것 같아 선수생활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 당시 운동을 그만두면 전학을 가야 해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알아봤지만,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를 받아주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자퇴를 결심하게 되었고 자퇴를 하고 난 후 생활패턴과 식습관들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하루 일과가 밥 먹고 운동만 하던 제가 운동도 안 하고 먹기만 했더니 20살이 될 무렵, 1년 반 정도 만에 80kg에서 103kg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키 165cm, 103kg의 몸무게로,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거쳐 가는 병역판정 검사를 받았고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막연하게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으나 몹시 찝찝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가게 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역 입대를 하면 철도 들고 발전을 해서 사회에 나가기 전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저는 병무청 직원에게 현역 처분을 해주면 안 되냐고 물어봤지만 현역 입대를 하고 싶으면 체중감량을 해서 다시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65cm인 제가 현역 입대를 하려면 88kg까지 감량해야 하는데 솔직히 전 자신이 없었고 힘들게 체중감량을 해서 군대에 갈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그냥 사회복무요원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복무 전 많은걸 해보기 위해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하여 합격 후 대학교 생활도 해보았지만 역시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으로 자퇴를 하였습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기 위해 산업체에 지원했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면 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게 되면서 많은 절망과 방황을 하고 어느새 몸무게는 107kg이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폐인처럼 살던 저 때문에 가족들은 고민에 빠졌고 그러던 어느 날, 현역을 다녀온 친형과 인생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서 형에게 들은 얘기가 결정적인 저의 현역 입대 계기가 되었습니다.

 “충환아 아무리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너는 검정고시 졸업에 사회복무요원인데 나중에 어디를 가더라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게 한 가지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형은 5년 전 군대에 가서 틈틈이 운동하며 살도 빼고 하고 싶은 공부도 했고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견문도 넓어진 것 같다. 군대에서 후회한 적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가길 잘했다 생각했어. 군대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뜻 깊은 추억이란다.” 라고 저에게 얘기해줬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 나는 사회복무요원을 가더라도 지금 마음가짐이라면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할 거야.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걸을 바엔 현역 입대를 해서 정말 뜻 깊은 군 생활을 해보자’ 라고 다짐하였습니다. 그 후, 저는 바로 체중감량을 시작했고 4개월의 운동과 식단조절로 체중감량에 성공 하였습니다.

 병무청에 가서 재검사를 신청해 드디어 현역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도 이제 군대를 갈 수 있구나!’ 제 자신이 무척 대견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11월이 되었고 저는 11월 28일 입대를 앞두게 되었습니다. 입대 전 주변 지인들을 만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제 주변 지인들은 저에게 “군대 가지 마라, 가면 무조건 후회한다.” “시간낭비다” 라며 저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후회란 겪은 자만의 특권’ 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흔들리지 않고 입대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11월 28일 입대 당일이 되니 여느 누구와 같이 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맨날 기합 받고 잠도 못 자는 건 아닐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지만 걱정과는 달리 조교님들은 친절히 교육을 해 주셨고 사회에 있을 땐 전쟁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왜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에 와야 하는지, 북한의 도발로부터 맞서기 위해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 이유 등 많은 동기부여를 해주었습니다.

 군대에 와서 현 실태를 알게 되니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동기들과 함께 서로의 버팀목이 돼주며 훈련소 생활을 보람차고 재밌게 보냈습니다. 수료를 하고 자대를 배치 받기 전 보충대를 떠나 자대에서 생활할 생각을 하니 또 걱정이 되었습니다. “자대에 가면 내가 막내일 텐데 무서운 선임들이 많으면 어쩌지?” “지금도 부조리가 있을까?” 라는 걱정을 하였지만 막상 자대에 와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은 모두 기우였습니다. 선임들은 다들 신병 왔다고 저를 잘 챙겨줬고 맛있는 것도 사주며 어색하지 않게 말도 많이 걸어주었습니다.

 또한 제가 군대에 오기 전부터 시행된 ‘병영생활 행동강령’이라는 규칙은 ‘상호 인격존중’, ‘협동적 동반관계’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부조리는 사라지고 선임과 후임이 함께 협심하여 군 생활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저는 잘 적응했고 어느덧 입대한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6개월간 저도 모르게 많은 변화가 생겼고 저에게 있어 군 생활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개인 정비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운동을 하며 체중감량에 도전한 저는 15kg을 감량했습니다. 체중감량 후 첫 휴가를 나갔을 때, 어머니가 활짝 웃으시며 “우리 충환이 인물난다”고 대견하다 칭찬을 하시는데 어머니가 좋아하시는걸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지면서 군대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꿈도 생겼습니다. 굴삭기 운용병으로서 여러 가지 작업들을 배우다 보니 이 분야가 적성에 잘 맞는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아직 서툴지만 열심히 배워 전역 후에는 대한민국 1등 굴삭기 운전기능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한층 성숙해진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저랑 잘 맞는 사람만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힘든 부분도 많았습니다.

 보통 사회에서 성격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안 만나면 되지만, 군대 특성상 그렇게 않기 때문에 참고 지내보기도 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먼저 다가가고 갈등이 생겼을 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도 하게 되니 인내심도 길러지고 이기적 이었던 제 성격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많이 개선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회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면 분명 나와 잘 맞지 않는 동료, 상사들이 있을 겁니다. 그 때를 대비해 유사한 상황을 먼저 겪는다 생각하니 정말 값진 경험이라 생각됐습니다.

 군대에 와서 이렇게 발전한 제 자신을 돌아보니 이 모든 것은 마음가짐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제가 훈련소에 있을 때 소대장님이 해주셨던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 “남자라면 한 번씩 와야 하는 군대인데 맨날 하기 싫다 징징대고 군대는 의미 없다고 하소연 하다 전역하면 진짜 의미 없는 군 생활이 될 것이고, 반대로 즐기면서 군 생활 열심히 해가며 자기 발전도 하고 전우들과 좋은 추억을 쌓으면 전역한 뒤에 소주 한잔 하면서 추억회상 하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힘들다 투정 부리지 않고 즐기면서 군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많이 발전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군대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사회생활 이전의 최고의 발판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복싱선수의 꿈을 포기한 뒤 끝없이 진로에 대해 방황을 하던 제가 입대를 통해 여러 방면에서 성장하고 꿈이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물론 힘든 적도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나니까 한층 더 성숙해진 제 자신을 느꼈고, 앞으로 제 자신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아직 군대에 오지 않으신 분들 중엔 군대가 의미도 없고 시간 낭비일거라 생각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처럼 군대에 가서 좋은 추억을 쌓는다면 그곳을 잊지 못할 것이고 군대가 두려워 입대를 피하는 사람은 그곳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군대란 시련이 아닌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이 글을 읽고 군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나 입대를 앞두고 많이 두려워하는 분들께 큰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31사단 공병대대 2중대 일병 이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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