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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체험 수기⑳]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선택

Written by. 이영찬   입력 : 2017-09-11 오전 1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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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질병치료’ 부문 장려 당선작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저는 어려서부터 먹을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정도까지 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학교에서 제일 뚱뚱한 학생이 되었고 외모로 인한 피해의식과 소심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가정불화로 인해 가족과의 대화는 점차 단절되고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파괴적인 성향을 마음 한 켠에 품으며 괴로워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다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는 그로 인해 갈등을 많이 겪어 혼자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아 만족할만한 수능성적을 얻지 못하였고 재수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하게 되고 더욱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되면서 친한 친구들마저 한 두명씩 군대에 가게 되면서 의지할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저는 군대라는 곳은 저와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177cm/124kg의 고도비만으로 보충역판정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고 저도 그렇게 되기를 원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휴가 나온 친구들의 군복을 입은 모습을 보며 ‘얼마 전까지는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군대를 가다니.. 멋있다’라는 생각을 속으로만 하였습니다.

비만 때문에 군대를 못간다는 것도 있었지만 운동을 하여 체중감량할 의지가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나는 그렇게 멋지게 군복을 입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도 이전과 변함없이 야식으로 치킨 2마리를 시켜먹고 잠들고 밥을 4~5공기 먹고 배가 아플정도로 폭식해야 만족하며 잠을 자는 생활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건강에도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혈압을 재면 최고혈압이 160이상 나오고 제 스스로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을 정도로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천병무지청 징병검사장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러가게 되었습니다. 신체검사를 받고 고혈압이 있었고 시력문제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bmi지수 초과로 불시 재검을 받고 그 후 4급보충역 판정을 받게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기 때문에 사실 홀가분해진 마음이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문득 지금까지의 내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해야겠다는 생각뿐 실천하지는 못하고 나중에 가서 후회하는 일들의 반복, 그로 인한 좌절 그리고 점차 지쳐가는 일상 그것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하루가 모여 이틀, 이틀이 모여 나흘, 시간들이 점차 쌓여 평생 이렇게 살아가면 다짐만 하며 살아가는 후회하는 사람에 불과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몸무게를 줄여 현역으로 멋있게 군생활을 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운동과 식단관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었지만 저에게는 인생 처음으로 하는 도전이었고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살이 빠지고 단순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과 함께 미약하나마 성취해나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약 15kg정도 몸무게를 감량하였고 불시재검을 받지 않은 채 군입대 영장을 받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변한 모습에 놀랐고 살을 빼게 된 계기에 대해 듣자 후회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았고 저는 ‘너희들도 가는 군대인데 나라고는 못하겟냐? 또 군대에 있는 21개월동안 한 단계, 아니 두 세 단계 더 성장해서 발전된 나로 나오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2015년 8월 11일 드디어 군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순전히 내 선택으로 인한 군입대였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겪는 환경들, 처음하게되는 행동, 말투 모든 게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억압된 생활에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예전에 무엇이든지 적당적당하게, 나태하게, 실천없이 살고 싶지 않아 열심히 그 누구보다도 신병교육훈련에 참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실수 투성이었습니다. 제식에서는 팔과 다리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고 구급법, 사격에서도 다른 훈련생동기들보다 뒤쳐졌습니다. 훈련생 동기들에게 비난받을까 두려웠었습니다. 예전 학교생활에서도 뒤쳐졌을 때 친구들에게 비난받았던 트라우마 때문이었을 겁니다. 또한 군입대 전 군대에 대한 선입견은 부조리와 따돌림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는데 동기들에게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신병교육 동안 누구보다 큰 힘을 주었고 벗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신병교육대 소대장이셨던 당시 유영재 소위님께서 처음으로 군인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남자다운 것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두 개의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선임 훈련병 역할을 맡은 친구가 대표로 선서를 하는 중 목소리의 음이탈이 나자 저희 생활관 동기들과 저는 그를 보며 비웃었습니다. 그 이후 생활관에서 저희는 그 어떤 때보다 혼이 났고 같이 고생하는 훈련생 동기가 용기를 내고 모두를 대표해서 선서하는 자리에서 그 친구의 실수를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비웃으면 되겠냐며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그 때 혼이 나서, 얼차려를 받아서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내가 많이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 사건 이후 더 어른스러운 생각과 남을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세열 수류탄을 던지기 전 교보재로 나온 수류탄투척을 연습하는 교육훈련 시간 저는 부주의로 연습용수류탄을 손에서 터트렸습니다. 그 순간 소대장님께서는 많이 화를 내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얼이 나간 듯이 멍한 상태에 빠졌고 나중가서 소대장님께서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상담을 하시며 실제 수류탄이었다면 수십명의 사람이 다칠 수 있었던 상황이어서 엄하게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소대장님께 더 이상 못하겠다고 좌절하며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자 소대장님께서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서 살아서는 안된다 하셨고 포기하지 말라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생활관에서 생각해보니 군대에 온 이상 제가 배워야 할 것은 스스로의 언행에 책임지는 자세와 주어진 임무는 최선을 다해 완수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들을 통해 자존감을 향상시켜 내면,외면 모두 발전시켜 사회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다짐을 통해 신병교육대를 잘 수료하였고 드디어 자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자대는 동기들만 있던 신병교육대와는 다르게 선임들이 있어 저는 낯을 가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배정받은 소대의 정성훈 중사님께서는 군대오기 전 있었던 저의 이야기들과 주변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굳이 그 일들을 마음에 두고 먼저 사람들에게 거리를 둘 필요없다고 말씀하시고 세 가지를 강조하셨습니다.

 첫째는 항상 웃으면서 다니기, 둘째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생활하기, 세 번째는 메모하는 습관 기르기였습니다. ‘이 세 가지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거지?’라는 생각도 하였지만 우선 소대장님께서 이야기하신 세 가지를 유념하고 생활하였습니다. 우선 웃으면서 다니다보니 선임들이나 간부님들이 저를 좋게 봐주셨습니다. 평소 무표정하게 다니다보면 인상이 안좋아 오해를 자주 사고 융통성 없게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미소 짓는 습관을 들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생활하기’는 소심했던 저를 변화시켜준 가장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래 작은 목소리, 소심한 성격탓에 제 의사를 전달하기가 어려웠으나 자신감 있게 행동하다보니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스스로 당당해지게 되었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의 메모하는 습관은 저의 실수하고 덜렁대는 모습을 완전히 잡아주었습니다. 실수가 줄고 매사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다보니 선임들에게 인정도 받았고 저는 군입대 전의 모습과 180도 다르게 변화하였습니다. 이런 내적인 변화와 더불어 외적으로도 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체력단련 시간 선두에서 뜀뛰기를 하였고 일과 시간 이후에는 중대내에 있던 체력단련기구들로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였습니다. 또한 보병대대에 있다보니 산을 타며 훈련할 일이 많았는데 그저 힘들다는 생각으로 힘들어하지 않고 운동의 일종이다, 등산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열심히 임하였습니다. 또한 군입대전에는 항상 불규칙한 수면패턴,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군대에서는 정해진 일과계획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게 가능해졌고 제가 바뀔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군생활을 하다보니 저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혈압도 정상수치에 몸무게도 군입대전과 비교했을 때 40㎏ 이상 줄여 정상기준의 체중에 도달하였습니다. 또한 단순히 군생활을 1년9개월이라는 시간의 흐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자 앞으로 인생진로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독서와 더불어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였습니다. 연등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단어를 외웠고 부대에서 실시하는 독후감 경연대회, 영화감상문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군생활을 하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힘든 일도 있고 고민도 많았지만 의지가 되는 선임들을 찾아가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군선교를 통해 힘을 얻었고 특히 아버지같던 행정보급관님께 많은 의지를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제 자신이 성숙해져감을 느꼈고 휴가를 나갔을 때 사람들이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특히 과거 냉소적이고 아버지와 대화가 거의 없었던 저는 군생활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아버지와 이야기를 점차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과거 내성적이었고 사람들에 앞에 나서지 못했던 저는 기회가 되어 연대 대표로 사단 독서코칭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약 300명의 전우들, 그리고 사단장님을 비롯한 간부님들 앞에서 ‘상처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주제로 제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상처를 극복하여 변화할 수 있었는지 독서코칭을 할 수 있었고 힐링캠프에서 저와 비슷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힘들어하던 후임에게 멘토역할을 충실히 하여 표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 한없이 무너졌던 내 자신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고 너무 행복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군대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제가 한 선택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역으로 27사단 이기자부대에서 군생활을 하게 된 자신이 영광스럽고 이런 선택을 한 제 자신이 대견스럽습니다.

나이는 성인이 되었지만 미숙한 안보관, 국가관을 가지고 별 생각없이 살아왔었는데 경계작전과 근무 그리고 많은 훈련들을 통하여 내가 살고있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소중한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도 생겼고 모든 면에 있어서 발전되어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과거 철부지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었는데 군대에서 엄격한 규칙, 규율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이제는 자신의 모든 언행에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배웠고 이러한 책임감을 가진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사실 어떠한 형태로든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였다는 것은 신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인생이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게 되었고 저는 감히 이 군생활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육군 27사단 78연대 1대대 4중대 예비역 병장 이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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