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안보뉴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수기⑫] 사회복무요원의 긍지-치매 할머니와의 만남

Written by. 최종성   입력 : 2017-09-18 오전 9:42:18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수기」 공모에서 당선된 글임.(편집자 주)

 “사회복무요원 판정 받았다고? 너 2년 동안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완전 편하게 보내겠다.”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나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다. 너도나도 공익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사회복무요원’이다. 우리 사회복무요원은 현역과는 다르게 총을 들고 전방에서 적군과 싸우지는 않지만 귀중한 2년이란 시간을 그냥 아무렇게나 보내는 것도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공공기관이나 복지시설 등 사회의 곳곳에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복무요원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사회복무요원들 중 하나로서 내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요양원 어르신들과의 만남

 내가 20살이 되기도 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모두 돌아가셨다. 그분들이 멀리 떠나신 후에야 좀 더 잘해드렸어야 했는데, 손 한 번 더 잡아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참 많이 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된 요양원에서 처음 어르신들을 뵈었을 때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는 것 같았고 성심성의껏 보살펴 드리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근무를 시작하고 보니 노인성 질환에 대한 지식 부족과 치매환자들의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들 때문에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요양원은 장기요양기관으로써 치매, 중풍을 비롯한 노인성질환을 가진 분 중 24시간 내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한 노인을 모시는 노인요양시설이다. 이곳에서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이 하는 일은 청소나 잡일을 하기도  하지만 주 업무는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해 드리거나 다치지 않게 옆에서 보살펴 드리는 등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곳 어르신들과 함께하다 보니 치매는 아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치매라고 하면 단순히 기억을 잘 못하게 되는 병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집 주소를 잊어 버려서 길을 잃는다거나, 방금 했던 일을 기억을 못하고 다시 반복하는 것은 치매의 수많은 증상 중의 일부일 뿐이었다.

치매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치매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는 할머니들께 호되게 당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한번은 침대에 누워 계시던 어느 할머니께서 나를 부르셨다. 할머니께 바로 달려갔고 무슨 일인지 물으려 한 그 찰나의 순간, 할머니의 손이 철썩 내 따귀로 날아들었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멍하게 있는데 이번엔 베개가 들린 반대쪽 손이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런 뒤 할머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냥 누워 버리시는 것이었다. 황당하고 기분이 매우 나빴지만 어르신께 화를 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할머니는 치매 증상의 하나인 공격성을 보이셨던 것이었다. 치매란 것이 기억력 감퇴만 있는 단순한 병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느낀 첫 사건이었다. 

 이 후 다른 할머니들을 돌보고 수발하면서 치매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기 시작했다. 치매의 다른 증상으로 어떤 할머니는 끊임없이 배고픔을 느껴 계속 먹을 것을 찾기도 했다. 심지어는 점심을 먹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왜 나만 점심을 주지 않느냐고 배고프다고 화를 내시는 할머니도 계셨다. 치매라는 건 기억을 못할 뿐 아니라 뇌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인지 식욕과 같은 욕구까지도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많이 주었다. 가래나 침을 방바닥에 뱉는다거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똥을 파내서 바닥에 버린다거나 일반 사람들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수시로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례들은 하나씩 경험하며 어르신들의 치매 특징에 맞게 행동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나갔고, 사회복무요원을 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은 하나씩 알아 나갔다.

나에게 보람을 준 고마운 사회복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치매노인이라고 해도 결국은 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 할머니 손을 잡고 함께 산책을 나가면 활짝 웃으면서 기뻐하시고 꽃이 예쁘다고 한참을 바라보고 계시기도 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반찬이 나오면 편식을 하기도 하고 어린애처럼 자기 물건에 집착을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런 감정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마음이 아플 때가 참 많다. 여기 어르신들 대부분이 본인이 원해서 이곳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몇몇 할머니들은 항상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시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신다. “지금 몇시고? 내 집에 가야된다. 내 좀 집에 데려다 도가. 해지기 전에 얼른 가제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집에 데려다 드릴 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네, 할머니 저녁밥 여기서 드시고 나면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라고 대답한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께서는 또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또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신다. 치매에 걸리셨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 끝나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신다. 사실 계속 같은 대답을 반복하면 어느 누가 귀찮지 않고 짜증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항상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든지 최선을 다해서 대답해 드린다. 그렇게 대답을 하면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구, 고맙데이. 진짜 고맙데이. 내 니만 믿고 따라간데이. 아이구 고마워라.” 내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으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고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복무하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물론 가끔은 이런 말도 하신다. 요양사께서 할머니보고 나를 가리키면서 ‘할머니, 손자 잘생겼죠?’하면 ‘에이다, 못생겼다.’라고 상처를 주시지만 ‘할머니, 얘 누구예요?’하면 ‘얘는 외가 쪽 내 생질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마치 내가 할머니 친손자인 것처럼 대해 주신다.

 먹을 것이 있으면 항상 같이 먹자고 나눠주시기도 하고 가끔은 화를 내시기도 하신다. 치매노인이지만 한 사람으로서, 생명으로서 옆에서 같이 지내며 돌보아 드리니 봉사하는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의 시간을 이 요양원에서 보내게 해 준 사회복무요원 복무가 고맙다는 생각까지 든다.

할머니들을 위해 최선을...

 요양원은 노인 복지시설이다. 그래서 평균 연령이 80세 전후다 보니 종종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일반적으로는 요양원에 계시다가 몸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신 후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처음에 근무지로 여기 올 때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황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터진 것이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할머니 방에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창가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몸에서 식은땀이 많이 나고 입에 거품 같은 게 묻은 상태에 가래가 들끓는 목소리로 덥다고 창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바로 간호사 선생님이랑 팀장님을 찾아서 상황을 말씀드렸고 잠시 후에 할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돌아가시기 직전의 모습을 본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정정하셨던 할머니께서 갑자기 그렇게 돌아가시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또다시 그런 상황을 만나게 될까봐 너무 겁이 났다. 며칠간 멍하게 지냈고 지금도 할머니들이 그렇게 떠나실까봐 여전히 무섭지만, 다시 맘을 다잡았다. 곁에 있는 동안 성심성의껏 열심히 보살펴 드리는 것이 할머니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생명수 같은 사람이 되자

 사회복무요원은 나처럼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애인 학교나 시청과 같은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모든 복무분야마다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마음은 있을 것이다. 긍지를 가지고 사회복무를 함으로써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그것이 도움이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복무요원은 건강한 신체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생명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생명수를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사회복무요원이라면 누구보다도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껏 해 왔듯이 남은 복무기간도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복무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최종성(천우전문요양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8.11.16 금요일
핫클릭 뉴스
포토뉴스 더보기
깜짝뉴스 더보기
퇴사 후 꼭 챙겨야 할 국가지원제도 5가지!
2017년 한국고용정보 자료에 의하면, 직장인 2명 중 1명은 퇴사를..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아빠, 아빠! 세영이 먹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