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획/특집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㉗법자루 선생

Written by. 임윤혁   입력 : 2017-09-23 오후 2:31:29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수기」 공모에서 당선된 글임.(편집자 주)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기 전까지, 대학교를 다니다 군 입대를 위해 휴학을 하였습니다. 무료한 휴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고, 그 중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이 아닐까 고려한 끝에 학원 수학 보조강사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추후에는 반을 맡아 중, 고등학생 수학 강사로도 일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배워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보람차고 행복한 나날 이였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간 다녔던 학원을 그만두면서 아이들과 헤어질 때에는 서로 울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사회복무를 하면서 저에게 ‘가르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이 수기를 통해서 짧지만 길었던 8개월간의 이야기 속의 배움의 의미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든 온다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법원에서의 근무가 정말 재밌었습니다. 모든 일들이 새로웠고 호기심이 많은 저에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침에는 다른 사회복무요원들과 함께 우편분류를 하였습니다. 사건 번호에 알맞게 각 과에 배부하고, 우편물의 바코드 스캔 등 분업을 통해 효율적인 일처리를 예전부터 줄곧 해왔습니다. 아침업무가 끝나면 각자 업무로 돌아갑니다. 저의 주된 업무는 물품담당입니다

 법원내의 물품들을 관리하고, 물품들을 배부하는 역할입니다. 어느 때에는 물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신발이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매번 같은 업무를 하다 보니 반복되는 일들에 싫증과 근무에 무료함이 나기시작 하던 차에 저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가르침속의 자긍심

 매번 반복되는 업무 중에 법원에서 최초로 보호소년학생들을 위한 공부방이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보호소년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이버학교 ‘I WISH CAMPUS’의 연장선으로, 현 근무 중인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공부방을 운영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기 전까지 학원 수학강사로 일을 했었고, 자긍심을 느끼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기에 이 뜻 깊은 기회를 마다 할 수 없었습니다. 공부방 운영을 진행하시는 담당 공무원 분께 봉사활동 지원하였습니다. 1월 초에, 다른 봉사자분들과 수업담당을 나누는 자리인 수업 진행 미팅을 하였습니다.

 저는 자연스레 학원 수학 강사 경험을 되살려 대입 검정고시 수학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의정부 지방법원에서 실시하는 공부방이기에,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물품담당인 저는 아이들이 공부할 때 필요한 연필, 펜, 지우개, 보드마카, 그리고 화이트보드를 준비하였습니다.

 공식 업무가 끝난 매주 화, 목 저녁7시 마다 법원 구내식당을 이용하여 공부방을 진행하도록 사전에 협의도 진행되었습니다. 소년재판 판사님께서 공부방을 진행하기에 앞서 보호소년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앞으로 가르치게 될 아이들의 이름보다 ‘보호소년’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먼저 듣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보호처분을 내린 방황했던 청소년들을 일컫는 단어 이었습니다. 비행소년에게 보호관찰을 처분내리면서 특별준수사항으로 공부방을 신청하도록 하였고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감수해야 하는 형편 이였습니다. 무거운 ‘강제성’ 대신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고 싶고 제대로 된 배움을 얻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큰 희망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저녁 6시 사회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수학을 쉽게 이해를 시킬까?’ 고민을 했습니다. 미리 수업을 나갈 집합, 명제단원의 사이버학교 동영상 강의를 들어보고 문제도 풀어봤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떠올라,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만약 수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라면 어디부분이 이해가 안 될까? 하며 강의를 여러 번 되새겨보았습니다.

 예전에 학원에서 이미 가르쳐 본 단원이었으나, 가르침의 대상이 달랐기에 좀 더 조심히 접근해야만 했습니다. 공부방담당 공무원 분께 수업 첫 날, 경인 KBS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다는 소식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행여 이 촬영으로 앞으로 사회에 다시 나가게 될 아이들이 상처입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방송사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차후 아이들의 진로에 방해되지 않게 방송이 나갔습니다.

 담당하시는 판사님과 공무원분들의 따뜻한 배려와 애정 어린 관심이 있었기에 좋게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 보다, 첫 수업이기에 아이들이 제 수업을 잘 이해를 할까? 걱정이 더 컸습니다. 이윽고 수업이 끝나고 카메라의 전원이 꺼졌습니다.

 2시간의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좋은 수업은 학생을 이해시키려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 수업을 시작했을 때, 조심스럽게 아이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도둑질부터, 학교폭력, 무면허운전 등등 방황하는 청소년기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이였습니다.

 그 뒤로는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도 있었고,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아이도 있었고, 검정고시 합격을 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실수를 딛고 단절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부분집합을 설명할 때에는 간식으로 주신 ‘팥빵’으로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의 연필을 쥔 펜이 어색해 보이기도 하였지만 열심히 듣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진행할 때면 아이들이 하나 둘 쓰러져갑니다. 그 때 수업의 흥미를 돋우고자 수학퍼즐인 ‘스도쿠’를 학습지로 주었습니다. 다들 처음해보는 기색이라 머리를 꽁꽁 싸매고 푸는 모습이 귀엽고 기특했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하여 저녁 9시에 일과가 끝나는 하루는 무척이나 힘들었고, 퇴근 후 수업준비를 하는 것도 또 다른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수업이 아이들에게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습니다.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나로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제 자신에 자긍심을 불어 일으키는 작은 수업이 될 수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어이! 법자루!

 방송이 나간 뒤, 같이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분 30초가량의 짧은 방송 중 "(공집합은 뭐예요?) 공집합은 뭐야? 아까 원소가 없다고 했지? (0이네요.) 0이지. 좋아!" 라는 학생과의 대화가 실렸습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연신 “이게 뭐야? 그렇지? 어! 좋아!” 라며 짓궂게 장난도 치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별명도 생겼습니다. 인터넷 유명 강사인 삽자루와 법원을 합쳐 ‘법자루’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어느 후임은 저에게 마주칠 때 선생님이라고도 말해줍니다. 법자루라는 웃긴 별명을 얻었지만 내심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짧은 단어에는 보호소년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녹아내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력해 준 아이들

 4월 4일 화요일, 마지막 수업을 했던 날입니다. 3개월간 아이들과 지냈던 시간들을 끝으로 이 작은 수업은 끝이 났습니다. 앞으로도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길 바라면서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검정고시 모의고사 때 좋은 성적을 받았던 아이는 법원 밖에서 제 손을 잡으면서 앞으로도 보고 싶을 거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한 때는 잘못을 해서 보호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마지막 수업 날 헤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에게서는 그저 명랑하고 활발한 개구쟁이들로 보였습니다. 그 시간동안 제가 아이들을 보는 관점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스스로 바뀐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4월 8일 있을 검정고시를 비록 합격을 못하더라도, 그간 3개월간의 수업이 헛되지 않아서 다행이다’느꼈습니다.

 법원 공부방 봉사활동이 끝나고, 저는 다시 일상적인 근무로 돌아왔습니다. 수업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집에 일찍 퇴근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수업이 그리웠습니다. 별일 없이 지내던 중, 공부방 운영 담당자 분께 아이들의 검정고시 결과를 듣게 되었습니다. 6명이 응시해 중졸 1명, 고졸 4명 등 총 5명이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 이였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 또한 뿌듯함과 자긍심을 일구어 낼 수 있었던 좋은 활동 이였습니다. 비록 아이들이 잘못을 했더라도 자신들에게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그 누구도 그들에게 비난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도 이 사실을 깨닫고 후에 자신들이 원하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여태 내 자신을 바꾸어 보기위해 노력했는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용기를 갖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보았던 아이들에게서는 그런 용기를 배워 갈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혀를 찰 때, 자신만큼은 변하겠노라 다짐하는 용기 있는 아이들이였습니다. 저 또한 아이들에게 용기를 얻어 더 나은 저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윤혁 / 의정부지방법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8.12.16 일요일
핫클릭 뉴스
포토뉴스 더보기
깜짝뉴스 더보기
국가기록물, 이젠 포털에서도 볼 수 있어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이소연)은 국가기록원 누리집에서..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아빠, 아빠! 세영이 먹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