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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 부는 바람-조선 민초들의 한(恨)과 눈물

영화 <남한산성>. 힘이 없는 나라, 국방을 미리 대비하지 않는 나라는 언제나 힘이 강한 나라에게 먹히고, 그 백성은 어떻게 된다는 사실 일깨워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7-10-06 오후 2: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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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 때문에 하는 거 아니요. 조정대신들이 명나라 황제를 받들든 청나라를 따르던 우리 백성들에겐 별반 의미가 없소. 그저 백성들은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둬들여서 겨울에 굶지 않는 세상을 꿈꿀 뿐이오.”(영화 ‘남한산성’ 의 서날쇠의 대사 중에서)

 청나라 장수 용골대를 선봉장으로 10만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일사천리로 침략하자 인조 등 조정의 신료들은 강화도로 피신할 시간마저 없어 급거 남한산성으로 몽진(蒙塵)한다. 이후 임금은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언제 남한산성을 에워싼 적군의 공격이 다시 이어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 계속된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남한산성 수어장대 인조가 임석한 어전회의(御前會議)에서는 화전(주화)이냐 항전(척화)냐로 중신들은 양분돼 극한 내분으로 치닫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의정 김류를 중심으로 한 조정 대신들은 논쟁 끝에 삼남의 군사들이 남한산성으로 집결해 청군과의 결전을 통해 임금을 구하기 위한 근왕병 모집의견을 결정한다.

 그리고 왕의 옥새가 찍힌 격서(檄書) 전달 책임을 왕실의 종친도, 중신도, 무관도 아닌 성책의 대장장이로 살아온 천민 서날쇠가 맡게 된다. 비단보에 쌓인 ‘격서’를 손에 든 서날쇠가 그에게 왕명을 부탁하는 척화파의 거두 김상헌 예조판서가 “격서가 제대로 전달돼 근왕병이 오게 되고 후일 도성으로 가게 되면 왕께서 큰 상을 내리게 될 것이다”는 (염장을 지르는) 말에 폐부에서 우러나는 백성의 소리를 대신 하는 말이다.

 ▲남한산성 영화 포스터 ⓒ영화 소개내용 화면 캡쳐

 영화는 계속되고 이야기 또한 이어진다. 단신으로    청나라 군대가 겹겹이 에워싼 적진을 뚫고 날쇠는 아군진영에 도착해 격서를 전달한다. 하지만 거병(擧兵) 운명의 단초가 될 왕의 격서는 전달자 날쇠가 천민이란 이유로 한 줌의 연기로 사라지고 마니....

 오매불망 한 가닥 사직의 명운을 건 격서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던 예조판서 김상헌이 서날쇠와 한 형제처럼 지내는 동원된 군사 칠복에게 “날쇠가 제대로 격서를 전달했는지 확인할 수 없느냐?”고 묻자 “그걸 어떻게 확인하며 확인해서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느냐?”며 “지난 정묘년 호란 때 저는 부모님을 잃고 시체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날쇠 형은 어린 자식과 형수까지 적에게 겁탈당한 채 잃었습니다. 그런 형에게.......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자리를 비우다 들키면 곤장 맞습니다.” 가슴에 맺힌 한(恨)을 곱씹으면서도 동상으로 얼어붙은 손을 부여잡은 채 군무 현장으로 뒤돌아선다.

 1627년 1월 중국에서 새로 일어선 여진족의 후금은 광해군을 몰아내고 새로 조선 왕위에 오른 인조가 후금을 멀리하고 명나라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자 조선 침략에 나선다. 1627년 1월27일 청천강을 건넜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불과 30년 후의 전란이었다.

 ‘10만 양병’설의 율곡 이이의 상소가 태평성대 백성을 불안케 한다는 이유 등으로 조선의 국방은 야위어만 갔다. ‘왜(倭. 일본)의 침략이 임박한 것 같다’는 통신사의 진언도 묵살됐다. 임진왜란 발발이었다. 나라는 피폐하고 백성은 도탄(塗炭)에 빠졌다. 절대통치권자의 무능과 관료들의 당리당략의 폐해가 백성들에게 어떤 현상으로 파급되는가를 절절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조정의 대비는 그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인조는 피란 중인 강화도에서 나와 1627년 3월3일 <조선과 후금은 형제 나라로 지낸다>는 약속과 함께 강화조약을 체결하고 전쟁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조선은 후금과의 정묘호란 때 맺은 조약을 지키지 않고 명분에 사로잡혀 쇠락해가는 명나라와의 관계를 그대로 지속했다. 세계의 힘의 균형이 어디로 가고 있고 어떻게 변모되고 있는지 국제정세에 둔감한 결과이기도 했다.

 나라 이름을 후금에서 청으로 바꾼 청 태종은 1636년 12월2일 10만 대군의 조선침략군을 편성했다. 12월9일 압록강을 건너 불과 6일 만인 12월15일 파죽지세로 진격, 무혈입성하다시피 수도 한양으로 들이 닥쳤다. 겨를이 없던 인조와 소현세자 등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병자호란이다.

 청 태종이 직접 20만 대군으로 친군(親軍)했다. 20만 대군이 겹겹이 에워싼 남한산성, 천혜의 방어 요새이지만 임금을 구원할 구원병은 없었다. 살을 에는 혹독한 추위와 다 떨어진 양곡과 군량미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 서울 잠실 석촌호수 옆에 있는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 삼전도비로 더 잘 알려진 이 비석은 몽골, 만주, 한자로 이뤄져 오늘날에도 당대 어문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수치스런 역사의 기록임에 틀림없으니 그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사는 소중한 반면교사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1963년 사적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konas.net

 해가 바뀐 1637년 1월30일, 인조임금은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20만 대군이 집결된 전장 터 삼전도(서울시 송파구 석촌동)의 청나라 군진(軍陣)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홉 계단의 거대한 장막이 세워진 수항단(受降檀) 아래서 곤룡포 대신 신하들이 입는 청의(靑衣)로, 갓마저 벗어 제치고 산발이 되다시피 한 채 높다란 단상위의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三拜九臯頭)의 예(禮)로서 항복한다.

 그 날 남한산성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소현세자와 500여 명의 신하들과 남한산성 문(정문인 남문이 아닌 서문 - 죄인이란 이유로)을 나와 삼전도에서 청의 황제에게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 절하는 소위 ‘삼배구고두’의 굴욕의 삼전도 항복을 하고야 만 것이다.

 정묘호란 당시 맺은 ‘형제의 나라’ 에서 ‘신하의 나라’로 떨어졌다. 청 황제는 인조의 항복을 받고, 삼전도비를 세우게 하였다. 지금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서호(西湖)에 있는 ‘대청황제공덕비’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그 비(碑)다.

 청은 조선의 항복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다름과 같은 요구를 걸었다. ▲ 조선은 청나라의 신하국으로서 예를 지킨다 ▲ 명나라와 국교를 끊고 명나라의 연호를 쓰지 않는다 ▲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대신들의 아들을 인질로 보낸다 ▲ 청나라가 명나라를 정벌할 때 조선은 지원군을 보낸다 ▲ 조선인 포로가 도망쳐 오면 청나라로 보낸다 ▲ 조선은 성곽을 보수하거나 새로 쌓지 않는다 ▲ 2년 뒤부터 청나라에 조공을 보낸다.

 전쟁 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비롯해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끝까지 오랑캐와 싸워 조선의 사직과 만 백성을 지켜야 한다며 끝까지 항전을 주창했던 척화(斥和)파의 대표 김상헌과 삼학사(윤집, 오달재, 홍익한) 등 50만∼60만에 이르는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갔다. 당시 조선 전체 인구가 1000만 명 정도였으니, 인구의 약 6%가 포로로 잡혀간 것이다.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날카로운 대사가, 아니 역사의 한 순간에 서있는 주인공이요, 지도자요, 백성인 그들이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현재의 이 난국을 뚫고 사직(社稷)과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러설 수 없는 논쟁과 논리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청에 항복하고 청의 칸에게 “우리 백성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며 죄 없는 백성들의 삶 도모를 먼저 생각한 최명길, 이에 반해 “한 나라의 군왕이 어찌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하며 일갈하는 김상헌의 외침.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라는 당대의 충신이요, 명 문장가들이기도 했던 이조와 예조 두 판서들의 피를 토하는 격론은 병자호란 종료 380년이 지난 이 순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영화 - 역사 - 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가?

 380년 전 남한산성에서 온건론자와 강경론자가 부딪혔다. 임금 앞에 부복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관철시키려 하면서도 단 한번 상대를 쳐다보지 않은 채 속사포 같은 발언을 이어간 두 사람의 심중을 관객들은 어떤 감정으로 받아 들였을까? 오늘의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 없다 할 것 같다.

 영화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70여년에 걸쳐 金 가 왕조를 건설한 3대세습 북한 김정은 집단은 핵과 미사일로 대한민국을 옥죄고 있다. 마치 오늘로 보면 최신식 공성무기까지 동원해 산성을 파괴하려는 청나라 군대와도 같이.

 괌을 넘어 미 대륙까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북한 완전 파괴’와 ‘여전히 군사옵션 유효’ 카드를 들이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는 시간낭비”임을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여당은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시기상조’임을 일견 전제하면서도 ‘대화’모드를 빠트리지 않는다.

 380년 전 최명길과 김상헌이 상대의 얼굴한번 쳐다보지 않은 날카로운 대립 하에서도 심중에 내재된 핵심은 무너지는 나라 조선을 구하기 위한 충성심이었다. 그렇다면 얽히고설킨 오늘의 이 난마와도 같은 시점에서 대화를 주장하는 측도, 자구(自求)를 위한 스스로의 방비책을 주장하는 측도 그 날과 같은 동일한 충성심의 발로일까?

 화친 후 조선 백성 50, 60만 명이 포로로 끌려갔다. 청의 ‘신하의 나라’로 속국이 됐다. 인질과 조공국이 됐다. 지난 그 날의 역사를 통해, 스스로 방비를 못해 무너지고 만다면 그 후과에 대한 응답은 무엇일까? 다시는 서날쇠와 칠복과 같은 아픈 눈물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소원해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계속되는 한 영화도 과거의 교훈 되새기며 계속되지 않을까?(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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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Crusader(crusader)   

    모든 남북빨갱이의 Common-Icon은...?? == [반역-615]이다~!!ㅎㅎㅎ 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줄 아느냐~??ㅎㅎㅎ @@@ "하나님은 모든 것을 계수하신다~!!"Amen.

    2017-10-07 오후 2:55:15
    찬성0반대0
  • G-Crusader(crusader)   

    @ "민주는...진리가 아니다~!" Got it~???

    2017-10-07 오후 2:52:59
    찬성0반대0
  • G-Crusader(crusader)   

    @ 반역-615...자폭선언후...한국은...점점 좌측으로~~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왔습니다~!! @@@ " 그 열매로서 알리라~!"Amen. P.S.) 연방제에 찬동하라~고? 배운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나...예비군 훈련장에서 조차~~ 다들 박수치더라는...???ㅎㅎㅎ (정신과를 안다닐수가 없었죠... 정상인이라면...ㅎ)

    2017-10-07 오후 2:51:31
    찬성0반대0
  • G-Crusader(crusader)   

    [반역-615]라는...명백한~ [위헌-반역-이적-적화-동조]선언...!!ㅎ 거기에...평화가 왔다고~ 환호하던... 어리석은 기자~ 목회자~ 정치인~ 교수~ 국민들...??ㅎㅎ P.S.) 김일성일가의 평생 소원...[적화-연방제]... 반역-615에 찬동한게... 좌빨이 아니면...? 과연~~ 누가 좌빨인가~???ㅎ 교언-영색하지 말기다~!! Got it~??

    2017-10-07 오후 2:48:38
    찬성0반대0
  • G-Crusader(crusader)   

    과연~~ 대한민국이...힘없는 나라인지요~???ㅎ No... (정치고~ 교회고~ 사회고~ 국민들이고~) 영혼이 갈기갈기...[좌/우]로 분열된...중구-난방-민주국가가 되었기에~~!!ㅎ 이런 열매들을 보게된것~~!! P.S.) [반공-진리]를 버리고...[민주]를 하나님 이상으로 우상숭배하는...한국교회 목회자들도 한몫 아주~ 단단히...

    2017-10-07 오후 2:44:36
    찬성0반대0
1
    2017.10.24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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