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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설을 노래하다'-"그 속에서 놀던때가..."

수 KCM, 탈북인 출신 실버그룹과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립습니다” 심금 울린 피날레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8-01-06 오후 3: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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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마무리가 턱 밑으로 다가서던 지난해 말 한 TV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울려 퍼진 낯익은 노래 한 곡이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고정케 했다. 방송국 녹화현장 객석을 메운 관객은 말할 나위 없고 화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애잔하게 만들어 놓았다.

 노래가 끝난 후 직접 선곡해 노래를 부른 가수도 감격해 했지만 그보다 얼굴 모습은 가면(假面)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합창과 코러스로 분위기를 더 해준 20여 명 동행자들이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어깨를 들썩이는 장면에서, 그리고 객석 관객들까지 눈가에 맺힌 이슬을 손수건으로 찍어 내는 클로즈업된 화면을 보면서 필자도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결코 한 해의 끝자락이라는 분위기 탓만도 아니었다.

 지난해 12월30일 KBS2 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2017년 왕중왕전 2부가 역대급 최다 인원이 동원돼 따뜻한 연말 분위기가 풍기는 무대로 꾸며졌다. 필자도 평소 즐겨 시청하는 프로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가수는 KCM이었다.

 이 날 KCM이 부른 노래는 영원한 국민 애창 동요 이원수 작시(作詩)의 <고향의 봄>. 천천히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쉰듯한 음색으로 낮게 깔린 저음이 애절하게 울려 퍼짐에서부터 강풍 뇌우가 쏟아지듯 폭발적으로 내뿜는 고음까지 ‘아, 이 노래에 이런 면이 있을 수가 있구나’ 하면서 덩달아 호흡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필자만의 감흥(感興)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른 시기까지, 학창시절이나 이후 개인적으로건 동창 모임에서건 여타의 모임 어디에서도 수 없이 불러 온 노래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이어지는 <고향의 봄>이다. 하지만 이 날처럼 허스키한 목소리로 인해 더 빛나고 듣는 이 모두의 심금을 울리게 한 잘 편곡된 <고향의 봄>을 들어본 바 없다. 이 때가 처음이다. 거기에는 또 탈북인들로 구성된 실버 합창단이 함께 했다.

 KCM의 노래와 더불어 언제 다시 가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고향을 떠나온 탈북 실향민들이 뒷 무대를 바치며 함께 기를 모아 불렀기에 누구나가 실향민이 될 수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그날의 장면은 쉽게 지워지지도 잊혀 지지 않을 한편의 서정시와 같은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나의 살던 고향…’의 <고향의 봄>은 우리들 할아버지, 아버지 시대를 이어 현재의 우리에서 다음 후대 세대로 이어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대표 동요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것은 마치 두둥실 흘러가는 푸른 하늘 뭉게구름이나 그 사이로 푸드덕 날아가는 철새의 가녀린 날갯짓을 통해서도,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흐르는 냇가나 막 움을 틔우는 버들강아지풀을 대할 때도 문득문득 다가오는 것 아니던가.

 <고향의 봄>은 동시 작가 이원수가 1926년 당시 간행된『어린이』4월호에 입선작으로 당선된 이후 홍난파가 새로이 곡을 붙이면서 전국적으로 애창돼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그 날 무대에서 본 것처럼 그 시절 <고향의 봄>은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설움을 절절하게 담고 있는 ‘아리랑’처럼 무언가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고 보고파 함을 토로한 노래인가 싶다.

 그러기에 그 ‘고향’은 꿈에서도 그립고 그리운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이기도 하고, 피를 나눈 형제일 수 있으며, 다슬기며 메뚜기 잡이에 동심을 함께 나눈 깨복쟁이 동무도, 나아가 의기(義氣)로 투합한 동지도, 잃어버리고 빼앗긴 되찾아야 할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주인공인 가수 KCM이 무대 정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들뜬 얼굴로 열창을 했다면 자신의 얼굴마저 가면으로 가린 채 무대중앙 서너 발짝 뒤에 서서 가슴으로는 한없는 울음을 삼키며 그 ‘고향’을 노래한 탈북자 실버합창단은 드러나지 않은 진정한 주역이기도 했다. 그들의 음성이 그렇게 하나의 몸짓으로 승화되었다.

 그것은 오랜 시일이 가도 흩어지거나 스러지지 않을 북녘 땅 그곳에 있을 고향의 흙 내음이요 들녘의 산하, 맑은 공기, 어릴 적 어깨동무하고 뛰어놀던 그리운 친구, 선생님, 부모형제가 함께 하는 거룩한 마당이었다.

 지금 당장의 탈북인들은 고향을 떠나온, 그리운 가족과 고향을 잃은 분들이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인간의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보편적 자유를 찾아서, 공산학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현재의 나보다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기타 이런 저런 이유로 압록강과 두만강, 비무장지대와 바다를 넘어 생과사의 갈림길을 극복하면서 우리 곁으로 온 이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 분들이 고향을 잃은 실향민으로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가올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말 기준 누적 국내 입국 탈북자는 총 3만1256명이다.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11월 말 기준 1044명으로 조사됐다. 2002년 이후로 가장 적은 숫자라고 한다.

 필자기 탈북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1990년대 초만 해도 1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2000년대 이전 1000명을 밑돌던 탈북자는 2002년(1142명) 이후 늘기 시작해 2009년(2914명) 3000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김정일 사후 2012년 김정은이 집권하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12년 탈북자는 2011년 2706명의 절반 수준인 1502명으로 크게 줄었으며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가 2017년 1000명을 겨우 넘기게 된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국경 통제를 강화하며 체제 결속을 단단히 했기 때문다. 그럼에도 자유를 향한 탈북의 행렬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되고 있다.

 이 날 방송에서 KCM은 탈북인 실버합창단이 가면을 쓰게 된 배경과 소회도 밝혔다. “자신들이 방송에 노출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해를 입을까 걱정돼 거절했었다”고 했다. 또 “모든 고향에 대한 그리움 있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라 말하기도 했다. 고향 없는 태어남이 없듯이 나라 없는 민족의 설움을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통해 체득했다. 베트남 민족이 그랬듯 지금도 우리는 유럽을 배회하는 유랑민의 아픔을 보고 있다.

 새해다. 잃어버린 고향, <고향을 봄>을 통해 강한 민족, 나라를 지킬 힘 있는 국가만이 살아남는다는 지난 교훈을 다시 새기게 한 그 날, ‘왕중왕’ 전에서 KCM이 최대 점수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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