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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잊혀져간 달구지 생각나는가요?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북한이 주장한 ‘우리민족끼리’ ‘우리는 하나다’가 북 주민에게 어떤 영향으로 다가가게 되는지...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8-03-06 오전 9: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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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마리의 소가 이끄는 달구지를 중심으로 빙 둘러 있었다. 사진으로 본 옷차림새로 보아 12월 아니면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그런 날로 보인다. 북한이란다. 하긴 올 겨울 남쪽도 극심한 한파(寒波)로 혹독한 겨울나기를 했지만 아무리 추운 날씨라 해도 한겨울 북쪽 북한지역의 추위보다야 한 수 아래일 것이다.

 몇 년 전 한 탈북자단체 대표와 인터뷰 하면서 하신 그 분의 말이 떠오른다. “북한의 한 겨울 추위를 여기 남한에서 생각하는 그런 추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방안에 물을 떠 놓으면 그 안에서도 꽁꽁 얼어붙기 일쑤지요. 이웃집 사람이 자고 일어나 아침에 보이지 않아 확인해 보면 동사(凍死)한 시체로 보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설마”하고 의혹을 가져보지만 그럴 정도의 추위가 있을까도 싶다. 왜냐하면 1950년 11월 6·25전쟁 중 한국군과 유엔군이 일로 북진을 실시해 통일을 목전에 둔 11월 26일 ~ 12월 13일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한 미 해병대의 장진호 전투의 필설로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의 혹독한 혹한의 추위 사례를 보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여하튼 사진 속 살집도 없이 비쩍 마른 소(牛)도 안쓰럽기 마찬가지고 달구지도 보기엔 퍽이나 조잡하다. 짐을 싣는 칸은 얼기설기 널빤지로 덧대어지고 바퀴는 그 흔한 타이어도 아닌 마치 자전거 두께만큼이나 얇아 보이는 나무로 된 것이었다. 그런 달구지를 언제 실물로 봤나 할 정도로 기억마저 흐릿하다.

 달구지 주변으로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무언가를 싣는 모습이고 뒤에서는 뒷짐을 진 남자가 작업지시를 내리는지 호통을 치는지 입모양과 표정이 그런 모양이다. 그 모습을 또 다른 남자는 삽자루를 들고 잔뜩 주눅 든 듯이 바라보고 또 한 여자는 시무룩하니 달구지만을 응시하고 있다. 분위기 상 썩 밝은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과 장면이다.

 또 그 앞에서는 자꾸 움직이려는 소를 제어하는 인부가 애쓰는 모습에, 그 옆 움푹 패인 구덩이 안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모습이기도 하다. 거기에 주변 풍경은 북한 산지가 대부분 그렇듯 산자락 위로는 억새풀만 바람에 나부낀 채 나무 한 그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흙을 퍼 나르거나 아니면 작업 조원들이 단체로 어떤 일을 하는 장면으로 어림 진작된다.

 사진 설명에 의하면 해당 지역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 국경지역으로 북한 주민이 나무바퀴가 달린 소달구지를 끌고 이동하는 내용이란 설명을 붙였다.

 지난겨울 단둥에서 본 북한 국경지역의 현재 모습이지만 그 장면은 1970년대 우리의 새마을 운동이 한참 전개되던 때이거나 그로부터 한참 더 이전으로 올라간 시절로도 대비돼 당장 마음 한편이 짠하게 다가옴을 어쩌지 못하게 한다.

 지난 2월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북에서 온 미녀 응원단의 붉은 색 단체 코트와 통일된 응원복, 곱게 화장한 미소 띤 얼굴로 세련된 율동미를 선보인 응원전이 화제였다. 그런가 하면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북한가요와 남한 가요를 놀랄정도로 자연스럽게 불러 폐쇄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인 삼지연관현악단을 떠올려 사진과 비교함에 낯설고 생경함이 너무도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흥이 참으로 묘하게 다가온다. 북한에도 ‘양극화’란 말이 있는지 모르지만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미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대통령 보좌관이 한국을 방문한 2월23일 트럼프 대통령은 고강도 대북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으로의 자금 흐름 차단을 위해 북한·중국·대만·싱가포르 등의 선박 28척과 해운·무역업체 27곳, 개인 1명을 대상으로 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제재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대북제재도 더욱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북한 내 전반적인 경제상황도 시일이 갈수록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지만 더 힘들어진 건 주민생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다. 주민들의 생활을 크게 지탱해주고 있는 장마당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그만큼 불만도 증폭되고. 그러다 보니 과거 300만 명이 굶어 죽어간 1994년부터 99년까지의 ‘고난의 행군’ 시기 나타났던 ‘꽃제비’(집을 잃고 떠돌던 청소년), ‘화학 돼지’(김씨 일가), ‘미공급’(배급중단), ‘낮전등’(실직 남편)과 같은 은어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 추위에다 중국의 경제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생계가 달린 장마당 경기가 얼어붙고, 생필품 거래는 거의 끊기고 일부 식량만 간간히 거래되는 실정일 뿐 아니라 식량마저 중국이 문을 열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김정은과 권력의 핵심 층에서는 핵과 미사일이 아니면 체제를 보장할 수 없다고 주민을 옭아매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데, 정작 북한 주민들은 혹독한 겨울나기를 위한 기초마저 저당 잡힌 채 더욱 고단하고 지난한 삶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생각게 될 때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우리는 하나다’가 북 주민에게 어떤 영향으로 다가가게 되는지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추운 겨울날 혹한의 들녘에서 소달구지를 중심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을 사진 속 장면들을 보면서 문득 2009년 개봉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던 다큐멘터리 영화《워낭소리》가 떠올랐다. 경북 봉화 산골 노인 부부와 그들이 키우는 나이 먹은 일소의 마지막 생활. 인간과 동물이 하나로 일체됨을 담은 영화는 바로 한 몸이었는데 지금 북한 산골마을 소달구지를 상징으로 하는 그들은 과연 어떤 상태인지.(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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