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김정은의 방중술(訪中術), 이후를 그려 본다

전쟁의 그림자가 스멀대지만 4월과 5월의 결과에 따라 그 변수는 더 요동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단합된 국민의 여력이 필요한 때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8-03-29 오전 9:47:30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이후에도 동북쪽 국경지대에서는 여진족들이 지속적으로 침략해 백성들을 괴롭혔다. 이에 위민사상(爲民思想)을 높이 세우며 훈민정음 창제로부터 조세정책, 튼튼한 국방력, 과학기술 장려, 역법, 음악에 이르기까지 백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절치부심해온 세종대왕은 여진족 토벌을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에 4군6진을 설치했다.

 이는 1432년 여진족이 평안도 여연군의 조선인 마을을 침략한 사건이 발생하고 백성들의 고통이 커지자 1433년 노장 최윤덕 장군으로 하여금 1만5천여 명의 병력으로 여진족을 정벌케 한다. 이어 압록강 방면에 우예, 여연, 자성, 무창에 4군을, 그리고 두만강 유역의 온성, 종성, 경흥, 경원, 회령, 부령에 김종서 장군을 파견해 이 지역에서의 여진 무리를 몰아내고 국방을 튼튼히 다졌다. 4군과 6진의 개척으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잇는 우리나라의 북쪽 국경선이 이 때 확정되었다. 백성들의 삶이 평온해지는 순간이다.

 그로부터 580년이 지난 현재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은 어떨까? 이 지역 북-중 국경지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장의 군사적 측면에서 긴장이라기보다는 경제 무역 측면에서 찬바람이 부는 것처럼 한산하고 썰렁함이 묘한 긴장감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정권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더욱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이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하면서 이전의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단둥이나 도문같이 변경(邊境)지대에서는 제재가 무색하리만치 민간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졌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말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가장 번화하던 지역 밀무역마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사람의 발길마저 뚝 끊길 지경이라고 소식통이 전한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4월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직후 5월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이 또 맞대면을 한다. 이후엔 남-북-미 최고 수장들이 함께 얼굴을 마주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적대국 군 통수권자들이 북한 핵문제 해결과 지역 안보를 위한 샅바싸움이 본격 시작되려는 즈음이다.

 그런데 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연 상이한 변수가 발생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특별열차를 이용, 베이징으로 가 시진핑을 만났다. 5시간이 넘는 밀담이 오갔다. 중국 내 정‧관계 지도자들과 회담에 이어 핵심 경제구역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얘기, 무슨 밀약이 오갔을까? ‘비핵화를 위한 단계별 보상 요구?’

 김정은의 집밖 나들이는 지난 2011년 5월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중국 방문으로부터 7년만의 일이며, 그 아버지처럼 역시 중국이다.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의 급사(急死)로 스물여덟 나이에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3대를 잇는 세계 독재국가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습으로 북한의 최고 영도자가 된 김정은은 이후 국제사회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이기에 그의 등장은 초미의 관심이었다. 북한에 새로운 노선, 개혁과 개방의 물꼬를 틀 것으로 서방세계는 물론이거니와 국내의 북한문제 전문가들도 그렇게 기대하고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기의 공포통치의 대명사로 불려 지기에 오랜 기다림이 필요치 않았다.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고 정 ‧ 군 ‧ 관 핵심 실력자들이 말 한마디 잘못, 박수한번 잘못, 자세한번 바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숙청의 제물이 됐다.

 배고픔과 인간적인 삶이 어려워, 살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는 주민들에게 등 뒤에서 무차별 총질을 가해댔다. 집권 7년차에 접어들기까지 핵실험만 무려 세 번이다. 2017년 미사일발사 총 17회. 그러면서 미국에도 쾅쾅 큰소리를 쳐 대던 김정은이다. 그런 김정은이 2018년 들어 180도 방향을 선회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와 평화의 제스처를 보냈다. 여동생 김여정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했다. 한국의 대통령 특사가 화답해 평양을 방문, 김정은을 만나면서 4월 남북정상회담, 5월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게 됐다. 이게 진정이라면 새봄이 도래하는 길목에서 한반도에 새 움이 틀 조짐이 된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해 한반도에 죽음의 그림자가 겉혀 평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진족을 물리치고 동북지방에 평화가 도래했던 580년 전처럼.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는 지금이다.

 우리는 지난 70여년 분단 과정에서 북한 독재자들이 보여준 끊임없는 침략과 도발, 평화 파괴자들이 벌이는 살인마적 광풍(狂風)에 ‘대화’와 ‘평화’주장을 수없이 당하고 겪어 봤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김정은의 방중(訪中)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중국의 시진핑은 미국과 경제적 갈등 국면 등을 반전시키며 소원(疏遠)했던 북한과의 관계에서 교류확대, 경제지원, 대북제재 완화 이행을 위한 포석을 깔게 됐다. 미국과 한국 중심으로 이어지던 북한의 관계를 보며 냉가슴 앓던 가슴앓이에서 벗어나 잃었던 위신을 찾으며 ‘차이나 패싱’우려를 불식시키게 됐다. 또한 지난 3월15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ㆍ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직후 김정은을 불러들여 1인 장기집권체제를 마련한 자신의 존재감 부각과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실력행사 강화라는 최대 실리를 갖게 됐다. 대한민국과 미국이 주도하려는 밥상머리에 자신이 상석을 차지하는 위치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가장 가치 있는 최대 정보제공자가 한국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김정은의 속내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최대 무기를 갖고, 어느 선에서 조정까지도 할 수 있게 됐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을 한결 여유 있게 관망하게도 됐을 것이다.

 김정은 또한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조치에 중국이 동참함으로서 부글부글 끓었던 악어의 심정을 일거에 회생시키면서 중국을 이용해 시간을 벌면서 얼마든지 양다리 작전을 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 된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점점 골이 깊어가는 미 ‧ 중 갈등을 틈타 대북제제 공조체제를 흔들어 와해 공작을 펼칠 것이며, 외견상으로 순조롭게 준비 돼가고 있는 남 ‧ 북, 미 ‧ 북 정상회담이 중국이 끼어듦으로써 주도권에 걸림돌이 될 상황이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곧 ‘북한 비핵화’에 있어서도 김정은은 방중(訪中)을 계기로 단계적 비핵화 추진 가능성이 더욱 짙어지고 미국의 선(先) 핵폐기 후(後)보상 또한 상당한 이견차로 나타날 것이란 점이 또 다른 변수라 하겠다.

 1432년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여진족을 몰아내고자 4군, 6진을 개척했던 세종대왕. 그 결과로 국경선이 확정되고 튼튼한 국방력을 구축해 평화로운 백성들의 삶이 이루어졌다면 그로부터 58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땅에 어두운 전쟁의 그림자가 스멀대지만 4월과 5월의 결과에 따라 그 변수는 더 요동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단합된 국민의 여력이 필요한 때다.

 피로써 맺어진 혈맹 미국과의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강자 존으로 남느냐, 마느냐의 핵심 키이기도 하다. 정상회담이 이를 뒷받침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나된 마음으로 성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8.6.23 토요일
핫클릭 뉴스
포토뉴스 더보기
깜짝뉴스 더보기
숫자로 보는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고 있습니다.숫자로 보는 월드컵의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아빠, 아빠! 세영이 먹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