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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면 봄이 오고…남북평화협력 기원 평양공연을 보고

Written by. 최경선   입력 : 2018-04-06 오후 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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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 공연이 5일 저녁 지상 3사 TV를 통해 방송됐다.

 공연에는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최진희, 강산에, 김광민, YB(윤도현밴드), 백지영, 정인, 알리, 소녀시대 서현, 그룹 레드벨벳 등 11팀이 출연해 26곡의 노래를 불렀다.

 일부 외신과 공연을 본 탈북 난민들은 한국 정부와 언론이 남북관계 개선이란 목적을 위해 독재 체제를 미화하고 있다며 “북한의 일반 군중이 볼 수 없는 쇼에 불과하다” “슬프고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북한에서 이 공연을 본 사람은 김정은 부부를 비롯해 동평양대극장 객석에 앉은 관객 1천 500여명 뿐이었기 때문이다.

 또 북한 정권이 공연을 허용한 목적이 정권 유지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보이려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탈북민은 전쟁을 막고 다음 세대에 남북이 한민족이란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공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 언론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 “가슴 벅찬 공연”이었다며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 리허설 마지막 장면. 출처:평양공연 공동취재단ⓒkonas.net

 김정은과 악수한 어린 여가수가 “너무너무 영광이었다”고 말한 것을 놓고 여론이 시끌벅적하지만, 북한 동포들을 상대로 그것도 평양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영광이라는 의미였다고 해석하고 싶다.

 탈북자들은 대체로 “화려한 공연 뒤에 가려진 북한 주민들의 오랜 아픔”을 강조하며 공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다른 측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극장에 참석한 1,500명 평양 시민들이 모두 노동당 간부들이자 북한의 특권계층이란 점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6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 조직지도부는 이번 공연에 베이징 및 모스크바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간부의 자녀로 30대 당원을 선발했다고 한다. 외국 문화를 접해본 경험이 있어 공연을 보더라도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이유지만, 그동안 외국 문물을 접해 본 이들인만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북한체제 선전이나 김씨 일가 찬양 일색인 북한에서 우리 가수들은 북한의 특권층들을 상대로 사랑과 이별, 꿈과 희망, 인생의 회환 등 우리의 생활을 주제로 노래했다. 

 함경도가 고향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강산에 씨의 노래 ‘명태’ 중 “영걸이 왔니 무눙이는 어찌 아이 왔니 아바이 아바이 밥 잡쉈소”란 구수한 함경도 사투리 가사에는 슬며시 미소짓는 관객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기도 했다.

 이들이 한국에서는 ‘막걸리’나 ‘팥빙수’를 주제로도 노래를 만들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또 생전에 김정일의 애창곡으로 이번 공연에서 김정은의 특별요청에 의해 최진희가 부른 ‘뒤늦은 후회’를 듣는 특권층들의 소회가 어땠을지도 궁금했다. 

 그 노래 가사는 “창밖에 내리는 빗물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거리에 스치는 바람소리에 슬픔이 밀려와요.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살며시 눈감았지요. 계절은 소리없이 가구요. 사랑도 떠나갔어요. 외로운 나에겐 아무 것도 남은게 없구요. 순간에 잊혀져갈 사랑이라면 생각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다. 인생의 허무함이 느껴지는 내용인데, 독재자의 후회와 쓸쓸함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 또한 궁금하기도 하다.

 북한의 엘리트 관객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열심히 박수로 답했지만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 남자는 양복, 여자들은 한복 아니면 정장 차림에 복장도 천편일률적이었다.

 우리 가수들이 신나는 노래를 불러도, 아이돌 걸그룹의 댄스에도 어깨를 들썩이거나 고개를 까딱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도, 환호성을 지르는 이도 없었다. 가사를 알고 있는 노래가 있을 법도 한데 따라 부르는 사람도 없었다.

 마치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혁명적인 사회주의 문화예술의 힘으로 부르주아 반동문화를 짓눌려 버려야 하겠다"는 교시를 고수하려는 듯, '자본주의 날라리풍'에 절대 동화되지 않겠다는 흐트러짐없는 자세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그들의 속 마음이 어땠는진 모르겠으나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애환이 담긴 노래 가사와 온몸으로 무대를 휘젓는 가수들의 자유분방함을 직접 경험한 것은 문화충격이었을 것이다.

 북한 매체가 공연을 방송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서 행사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아무리 정보를 폐쇄한다고 한들 일반 주민들의 귀와 눈에 공연 내용은 전달될 것이다. 북한 당국이 우리 대중가요와 드라마가 담긴 USB 등을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적발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북한 주민 상당수가 K팝과 한국문화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북한 정권이 이번 공연을 김정은의 우상화에 활용하겠지만, 보이지 않게 평양의 특권층과 주민들에게 미친 한국문화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 성과는 크다고 하겠다.

 특히 북한 변화를 이끌 주도층이 엘리트란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공연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다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따라 우리가 남북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또다시 북한 핵과 미사일에 굴복하거나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

 통일은 급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다.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남북이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질감을 해소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번 공연이 그 단초가 되길 기대해 본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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