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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날 그 비극의 현장, 이젠 평화의 성지로 만들어 가야!

분단 비극을 증언하고 있는 국토의 중심 판문점. 이제 그 판문점에 봄 향기가 풍기려 하고 있다. ‘비핵화’, 도발 포기로 이 땅에 평화의 서기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8-04-16 오후 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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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만이 자유로이 넘나들고 남과 북을 가리지 않은 사슴, 노루, 토끼며 다람쥐 같은 동물만이 거리낌 없이 오가는 분단된 국토의 허리 비무장지대(DMZ). 우거진 수풀만이 과거와 현재를 증언해주는 그 비무장지대 판문점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65년 전인 1953년 7월27일 조인한 정전협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가 체결 서명 했다. 우리 정부는 북진통일을 추구하며 휴전협정에 반대했다. 명쾌한 종료 없이 전선에서의 포성은 멈추고 전쟁은 일단 끝이 났다. 종전(終戰)아닌 정전(停戰), 휴전(休戰)이다.

 올 7월27일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잊혀 질만 하면 판문점은 세계의 시선을 붙들어 맸다. 전쟁 일보직전의 최악의 위기국면을 초래한 1976년 8‧18도끼 만행사건 때도, 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도, 2010년 3월과 11월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때도, 2015년 8월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과 이로 인한 남북 고위급회담 때도, 그리고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목전에 이뤄진 고위급회담 때도 판문점은 세계 핫 이슈의 근원이었다.

 그리고 요즘 다시 이곳 행정구역상 생소하기만 한 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어룡리란 <판문점>이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판문점에 근무하고 있는 JSA(공동경비구역) 장병들에게 2018년의 봄은 어떻게 느껴지는 계절일까? 앙상했던 주변 나뭇가지가 초록 빛 고운 색으로 단장을 하듯 JSA 꽁꽁 얼어붙었던 땅에도 봄기운이 일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긴장의 파고는 변함이 없다고 느끼고 있을까?

 느낌이야 저마다의 판단과 사고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긴장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더 거세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매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서울로부터 통일로를 따라 50~60km, 개성 동쪽으로 10km, 북한 평양으로부턴 210km 정도 거리에 있는 이곳이 4월27일 남북 최고 수뇌가 1, 2차 평양회담을 제외한 첫 정상 회담장으로 선정돼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래 전 초임장교 시절 첫 판문점 견학에서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몸 전체를 지배했다면 그 이후 시일이 지나 몇 년에 한번 씩 방문할 때면 북측 병사들에 대한 애잔함과 통일 염원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옴을 확인케 된다. 지난 2016년 통일교육원 연수차 판문점을 방문하고 난 뒤 기자가 작성한 수첩에도 그랬다.

 오는 27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는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11년 만에 찾아온 기회가 평화의 시작이기를 기원하는 국민 모두의 마음을 표어에 담았다.”고 했다.

 11년 만에 도래한 남북 최고 수뇌의 만남이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국군 최고통수권자가 민족 비극의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판문점에서 자칫 민족공멸을 가져올 수도 있는 핵무장으로 우리를 옥죄어 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위원장 김정은과 만난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전초이다.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비핵화 목표가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민족의 비원인 평화와 자유민주통일로 가야하는 전제이자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마침 판문점 관련 기사를 정리하면서 묵은 수첩과 기사들을 들춰보자 11년 전인 8월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1976년 8‧18 도끼만행 사건의 희생자들의 31주기 추모식을 취재한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정상회담이 성공해서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이 지나간 역사의 한 장으로 돌이켜 지기를 바라면서 그 때 그 내용을 돌아보고자 한다.

 올해는 정전협정 조인 65주년이 되는 해다.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 발생한지 44주년이 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이 땅을 지키다 북한군에 의해 숨져간 보니파스 대위 등 당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이젠 판문점이 비극의 종착지가 평화를 향한 새로운 시작이자 평화의 성지가 되어야 할 차례다. 4‧27 정상회담의 성공과 이 땅에 평화의 대 기운이 봄의 아지랑이처럼 하늘높이 솟구쳐 오르기를 기대한다.

그 날 휴전선 판문점에선 무슨 일이! (2007. 8.19)

 ▲ 2016년 4월 통일교육원 연수 3일차 판문점 회담장에서 북측 통일각을 바라보며 사진촬영하고 있는 인원들. ⓒkonas.net

 

"보고를 받고 곧장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이미 보니파스 대위 등은 온몸이 피로 얼룩진 채 이 자리에 참석한 중대장 김 대위(한국군 중대장 김문환 예비역 대위)품에 안겨 이송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본 김 대위의 두 눈은 적에 대한 분노와 동료전우에 대한 진한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전우의 팔에 안겨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은 낮았으나 단호했고 비장감마저 풍기게 했다.

 31년 전 전 세계에 “‘한반도 전쟁 상황 임박’이라는 일촉즉발의 급전을 치게 했던 사건 발생 현장이자, 분단 현장의 최일선에서 유엔(미군)측 지휘관으로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 경비임무를 수행하던 빅터 S. 비에라(Victor S. Vierra) 당시 대대장(예, 대령)은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서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3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부하를 잃고 아직도 전쟁의 암운이 사라지지 않은 채, 핵무장으로 더욱 첨예하게 치닫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비극의 무대 비무장지대를 돌아보며 더한 절망감을 맛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제 7순의 정 중앙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 장 임에도 “31년 전 그 날의 임무와 오늘 여러분의 임무가 동일함에 공통의 인식을 함께 나누게 된다” 며 자유와 평화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JSA 부대와 후배장병에 대한 자부심은 그대로였다. 녹슬지 않은 군인정신은 형형한 눈빛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31년 전 북한군에 의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희생된 두 미군장교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식이 17일 오전 10시, 판문점 <돌아오지 않은 다리> 앞 광장에서 거행되었다. 추모식에는 당시 대대장인 비에라 예비역 대령과 미 본토에서 온 현역 육군중장, 그리고 당시 함께 업무협조관계에 있던 박세환(당시 1사단 11연대 1대대장, 예. 대장) 향군 부회장도 참석해 진한 전우애를 나누었다.

 돌아보면 어제(8.18)로 판문점 ‘8.18도끼만행사건’이 발생한지 31주년이 지났다. 1976년 8월 18일 11시경, 유엔사측은 아군지역 3초소에서 우리 현대사 비극의 다리이기도 한 <돌아오지 않은 다리>로 연결되는 4초소의 관측이 그 사이에 위치한 12미터 높이의 거목인 미루나무로 인해 제한을 받자 5명의 한국 민간인 작업자들과 한미장병 11명이 북측 지역에 사전 경고를 하고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유엔사 인원들은 30여명의 북한군으로부터 아무런 경고도 없이 기습공격을 받았으며, 4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중대장이던 보니파스 대위와 1소대장이던 바레트 중위가 도끼와 방망이 등으로 무참히 살해됐다. 1953년 휴전협정 조인이후 23년 만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에 유엔사령부는 도끼만행사건 3일 만인 8월 21일 전군에 데프콘 2(공격준비태세) 상황을 발령한 가운데 7시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나무 제거 작전인 폴 버니언 작전(Operration Paul Bunyan)을 전개해 미루나무를 제거했다. 이 작전간 미 본토에서는 F-111 전투기가 출동하고, 괌에서는 B-52 폭격기 3대,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선 F-4 24대가 한반도 상공을 선회하고, 미 7함대소속 항모 미드웨이호가 순양함 등 5척의 호위함을 거느리고 동해를 북상 북한해역으로 이동했다.

 북한 또한 전국에 북풍1호(준전시상태)를 선포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치닫기도 했다.

 현재 아더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바레트 중위가 피살된 미루나무 자리에는 그 흔적을 표시하는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다.

 17일 나는 추모행사 취재차 판문점으로 향했다. <판문점>. 우리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대변해 주고 있는 현대사 증언 지역이 아니던가! 서울을 출발해 툭 트인 평야를 내다보며 쉬지 않고 내달리는 자유로 길이건만 마음만은 내내 무거웠음은 어인 연유일까.

 금방이라도 한 바탕 시원한 빗줄기라도 쏟아질 듯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지만 그도 잠시, 어느 새 하늘은 청명한 가을 하늘을 연상할 정도로 쾌청으로 변모했다.

 임진각 입구에서 찬 한잔으로 목을 달래고 난 뒤 서울 출발 1시간 여 만에 우리 일행은 민통선 북방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입구에 들어섰다. 예전에도 그렇지만 다리 아래 저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은 이 날도 아무런 말도, 아무런 표정 없이 그렇게 묵묵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민족의 비원을 가슴 한복판 큰 응어리로 보듬은 채.

 그날 그 때 <임진강>은 57년 전 소련제 탱크의 캐터필더 굉음도, 천지를 녹여버릴 것 같았던 포성과 총소리, 굶주린 야수와 같았던 공산 인민군, 남부여대(男負女戴)하고 끝없는 행렬을 이뤘을 아비규환(阿鼻叫喚) 피란민들의 절규를 그렇게 보고 듣고 느끼며 한없는 울음을 토했을 것이다.

 ‘통일의 관문’이라 쓰여진 현판아래 검문소에서 무장한 경비병들의 꼼꼼한 검문을 뒤로 하고 다리를 넘자 이내 들어오는 이정표는 여기가 북한으로 향하는 초입임을 실감나게 한다. 판문점 표지판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개성도 멀지 않음을 일러준다.

 여기서부터 판문점까지는 8킬로미터란다. 판문점에서 개성은 불과 얼마이겠는가! 8시 53분 비무장지대 판문점으로 들어서는 관문 보니파스 대대 정문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훤칠한 키 안내장교의 ‘충성’ 경례를 받고 호송을 받아 행사장으로 향했다.

 8월의 뙤약볕은 이 날이 금년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모처럼 입은 양복 등허리 아래로는 땀이 냇물처럼 흐르고, 바지는 척척 감기고 있었지만 차창 너머로 펼쳐진 드높은 하늘과 푸른 초목은 이곳이 한민족 비극으로 점철된 국토분단의 최일선 현장임을 전혀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추모행사는 내내 숙연했다. 그것은 아마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남는 31년 만에 자신의 근무지를 찾아온 그 날 역사 현장의 주역인 <비에라> 대령의 추모사가 더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역만리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다 숨져간 자유의 수호신을 위해 이어나간 그의 떨리는 음성은 그렇게 더 크고 애절함으로 다가왔다.

 추모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 원한이 사무친 다리 - 6‧25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납북인사들이 끌려간 <돌아오지 않은 다리>의 중간 지점 붉은 색 페인트칠로 남북으로 갈라놓은 - 군사분계선 상에서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기원했다.

 더 이상 이 땅에 전쟁이라는 참혹한 비극이 점철되지 않기를, 더 이상 김정일 집단의 광기로 무고한 인민들이 살상되지 않기를, 더 이상 핵무장으로 이 땅의 국민들을 인질화 획책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그리해 언젠가 자유민주주의 평화의 손길아래 통일의 기쁨을 누리게 해 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했다.

 돌아오는 길 비무장지대에는 고추잠자리가 남북하늘을 유유자적 날고 오른편으로는 통일촌인 대성동 마을 대형 태극기가 불어오는 한여름 불볕 땡볕아래서도 바람 따라 더욱 선명하게 휘날리고 있었다.(금당)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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