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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2018 국토대장정 소감문⑦] 나의 20대 버킷리스트, 국토대장정

Written by. 박정은   입력 : 2018-08-22 오후 5: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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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향군인회는 6·25전쟁 68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선발된 81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1회 ‘대학생 휴전선․전적지 국토대장정’을 마쳤습니다. 6월 25일부터 6박7일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동해 통일전망대까지 총 618km를 횡단한 이들의 체험수기를 시리즈로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국토대장정을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왜 사서 고생을 하러 가냐’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이 20대에 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여 제 버킷리스트였습니다. 여러가지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신청하고 그 중 재향군인회에서 주최하는 이 프로그램에 합격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자세한 계획 등은 합격한 후에 보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6.25전쟁을 기억하고 걷는다는 것만 알고선 집합 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6월 25일마다 이렇게 큰 기념행사가 있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일반 민간인들 남녀구분하지 않고 전쟁에 뛰어들어 나라를 지키려고 했다는 사회자의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행사가 6월 25일 이라는 날이 얼마나 저에게 무의미하게 지나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행사였습니다.

 출정식까지 마치고 전 날 각 지역에서 온 새로운 사람들과 한 조가 되어 일주일 동안 걷는다는 것에 마음이 두근거려 밤잠을 설친 탓에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내내 잠만 잤습니다.

 그렇게 달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우린 수 많은 이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분들의 이름이라 하셨습니다. 그 이름 하나 하나를 눈에 담으면서 설명을 듣는 동안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그 먹먹함도 잠시, 우리는 실제 사고가 난 후의 천안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군인들을 태웠을 엄청난 크기의 배가 두동강이 나 있는 것을 보니 그때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었던 분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몇 분 동안 선박 주위를 돌기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탑승하여 긴 시간 달려 숙소로 향했습니다.

 저는 매 숙소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여자로써 6.25전쟁과 각 전쟁 등으로 상처 입으신 분들을 생각하며 방문한 여러 곳들도 의미 있었지만 약 2년이라는 시간동안 군인들은 어떤 시설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각 부대의 신병교육대에서 지내는 하루 하루는 의미있었습니다.

 또한 아침 점심 저녁 대부분을 부대에서 먹으면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힘든 훈련을 받는 군인들은 매일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불평할 수 없었습니다.

 둘째 날부터 걷기 시작한다고 했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우리는 북한이 보인다는 태풍전망대에서 유리 밖 뿌옇게 낀 안개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북한의 모습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지만 북한에 가까워져 있다는 것만으로 통일에 대한 설렘과 동시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숙소까지 쏟아지는 폭우 속을 걸을때는 우비를 입었지만 옷과 머리가 젖어 춥기까지 하였습니다. 다음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할 때 각 기념 장소를 방문하면서 보았던 군인들은 모두 폭우를 그대로 맞으며 서있었고 표정 또한 지친 기색없이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었던 것이 기억이 나면서 ‘나약해지지 말자’라는 생각을 품고 끝까지 걸었습니다.

 그렇게 걸어 숙소에 도착한 후 젖은 옷과 머리를 얼른 씻고 싶었지만 설상가상으로 정전에 단수가 되어 우리는 꼼짝없이 갇힌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다행히 부대에서 처리를 잘 해주어 씻고 휴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대장정을 하면서 가장 힘든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장정이 완전히 끝나고 둘째 날에 있었던 일을 주변 군인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주며 ‘너네 정말 고생한다’고 말했더니 ‘너 진짜 군인들보다 더 극한체험 한거야. 우리 그렇게까지 열악하진 않아~’ 라고 하면서 웃었던 기억도 납니다.

 넷째 날이 되면서는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는 급속도로 친해져 헤어지는게 아쉬울 정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날은 행군을 시작하고서 많이 걸은 날 중 하루인 것 같습니다. 비가 왔던게 맞나 싶을 정도로 쨍쨍한 햇빛 아래에서 말고개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쿨토시를 한 팔과 레깅스를 입은 다리에 지급받는 물을 부어가며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끼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였습니다. 행군이 지속될수록 말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걷기만 했지만 저는 그 것도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그렇게 말없이 조원들의 헉헉 거리는 소리만 들릴 줄 알았던 행군 속에서 조원 한 명이 노래를 틀고서 사기를 북돋아 주어 행군하는 데 덜 지쳤습니다. 한참 걷다가 ‘여기는 말고개 정상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걷는 도중 급히 사진을 직으며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숙소로 도착하여 다들 발에 물집 하나씩 생겼지만 불평 불만 없이 즐겁게 웃으며 휴식을 즐겼습니다.

 둘째 날은 정전과 단수로 비에 젖은 옷을 손빨래 했다면 이 날은 땀에 젖은 옷을 빨기 위해 빨랫감을 들고 세탁장 안으로 들어가 세탁기 앞에 섰지만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간단한 세탁기 조작법도 몰랐던 것입니다. 평소 뭐든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충분히 언제든지 독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대장정을 하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며 아직도 부모님 그늘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뭐든 잘 먹는다고 생각했지만 정해진 음식만 먹는 이곳에선 편식쟁이였고 튼튼하다고 생각했던 제 몸은 비를 맞음과 동시에 감기몸살에 고생하였고 22년이라는 짧은 날을 살아오면서 장점이라곤 친화력 하나로 살아왔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은 것만 같은 날들을 보내면서 자기 성찰을 많이 했습니다.

 다섯째 날은 이제 막 익숙해진 대원들과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슬펐습니다. 말로만 듣던 평화의 댐이 저수지 기능을 위해 건설된 것이 아니라 임남댐의 수공을 방어하는 대응 댐으로서, 북한이 방류를 하게 된다면 12~16시간 안에 수도권이 수몰될 만큼의 규모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실제 눈앞에서 보니 규모가 실감이 나면서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심장을 압박하였습니다.

 아마 댐 너머 북한이라는 사실과 그 웅장한 크기에 압도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 날은 걷는 곳 마다마다 이쁜 풍경이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구름 한 점도 그림같은 하늘과 시원한 강물을 따라 걸으니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22년 동안 도시 속에서 블럭같은 건물들과 아스팔트와 벽돌로 되어있는 길만 걸었고 물소리는 듣기는 정말 힘든 대구에서 이곳은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걷는 내내 강물이 흐르는 소리에 집중하고 잔잔하게 치는 물결에 시선을 빼앗긴 채 걸었습니다. 지금까지 걸었던 날 중 가장 기분 좋게 걸었던 길이었습니다.

 다섯째 날부터 장기자랑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초등학생때  학예회 이후 친구들이랑 노래방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인 냥 신나게 뛰어 논 기억뿐인데 막상 대형을 맞추고 안무를 외우는 행동들이 마음을 간지럽게 만들었습니다.

 승부욕에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저였지만 함께하는 장기자랑에 1등이라는 상금은 어찌나 탐이 나던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여섯 째날 대망의 장기자랑에서 결국 3등을 차지하게 되어 더욱 기분좋은 마지막 하루가 되었습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처럼 정말 고생하는 날도 많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가끔 있었지만 끝나고 난 지금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참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향군국토대장정은 쉽게 가지 못하는 곳도 가보고 많은 설명도 들으면서 어쩌면 정말 ‘가슴 속 깊이 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와서 보니 내리쬐는 햇빛에 손은 새까맣게 탔지만 그것이 제가 국토대장정을 잘 마무리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서 더 기분 좋았습니다. 각지에서 온 새로운 친구들과 이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이들과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도 써내려 갈 생각에 출정식 날 보다 더 떨리는 것 같습니다.(konas)
 
박정은(영남대학교 불어불문과)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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