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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2018 국토대장정 소감문⑧]늘 향하던 길에 새로운 한걸음, 향군 국토대장정

Written by. 신민아   입력 : 2018-08-23 오전 11: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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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향군인회는 6·25전쟁 68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선발된 81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1회 ‘대학생 휴전선․전적지 국토대장정’을 마쳤습니다. 6월 25일부터 6박7일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동해 통일전망대까지 총 618km를 횡단한 이들의 체험수기를 시리즈로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4학년, 학군사관 57기이자 학생스텝으로 제 11회 향군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던 신민아입니다. 해단식 전야제 때 단상에서 소감문을 발표했었는데 이렇게 문장으로 한 번 더 소감을 나누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일정보다는 제 소감을 중심으로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이야 학군사관 후보생으로 추운 겨울, 무더운 여름 군사훈련을 받으러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드나들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군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외조부께서 6.25 참전용사셨기에 전쟁이야기도 많이 듣고, 국가관이나 안보관도 꾸준히 교육받은 편이였지만 제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먼 옛날의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거기에 더해 내성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저는 타인과의 협력이나 연대보다는 자본주의 원리대로 개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일의 성과나 국가안보는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도 같습니다.

 직업군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늦었던 저는 남들이 대학졸업장을 손에 넣는 나이에 군사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국가안보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가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재판관보다는 국민 한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지켜낼 수 있는 군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때가 제 인생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새로이 정한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이라고는 24년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특기도 운동, 취미도 운동인 동기들을 따라가기엔 벅찬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체력은 저에게 콤플렉스였고,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큰 산으로 느껴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야 함에도 오히려 기피하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그런 나약한 마음을 극복하고자 개인적으로 대학 재학 중 꼭 해내고 싶었던 것이 바로 국토대장정이었습니다. 1학년 때 동기들이 함께하자 할 때는 이리저리 변명거리를 만들어 뒤로 미루다 졸업학년인 4학년이 되어서야 후배들 핑계를 대며 이렇게 참여하게 되어 사실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스텝으로 참여하길 권유받았을 때, 사실 국토대장정 유경험자도 아니었고 체력에 자신도 없었기에 나 자신도 챙기기 힘들 것이라 생각해서 거절하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임관 전 마지막 개인시간을 포기하고 후배들의 교육을 위해 학군단 기초군사훈련 지도후보생에 자원했던 남자친구의 행보를 존경하기에 저도 이왕 가는 김에 다른 대원들을 위해 한번 제대로 고생해보자고 생각하여 나름 각오하고 스텝권유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가기 전 태산과 같았던 걱정과는 달리 국토대장정은 몸이 힘들기만 한 극기의 장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제가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던 초심을 되새기게 해 준 교육의 장에 가까웠습니다.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일반 대원이었다면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전체적인 행사진행 상황이나 안전을 위한 차량통제 등과 같은 운영 측에서 중점으로 두고 있는 세부사항, 각 부대의 분위기에 따른 민·관·군의 협조관계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안보교육을 비교적 많이 받는 학군 후보생이나 군사학과생으로서도 배우지 못했던 체험들을 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여러 답사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국립 현충원과 천안함이 있는 평택 제2함대사령부였습니다. 영현승천상이나 인명기록부에 관한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지만 저희가 6.25일에 방문했던 까닭에 참배를 하고 계신 유가족이 계셨는데, 그 분이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며 70년 가까이 짊어지셨던 아픔이 결코 타인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 국민 중 6.25 참전용사가 없는 가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고, 더 가까운 사건으로는 천안함 폭침사건에서 산화한 46용사 중 한명은 대전대학교 선배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안보태세를 확립하지 않으면 가족을 잃는 슬픔을 내 가까이 있는 누군가가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이 현실적으로 다가와 앞으로 더욱 복무에 성심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평택으로 이동해 직접 두 눈으로 본 천안함은 마치 종잇조각처럼 말려 올라가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TV로 본 장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모습에 설명도 귀에 안 들어올 정도로 잠시 멍하니 쳐다보고 있기만 했습니다.

 해군 여성 장교 분께서는 천안함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해가며 선체를 설명해주셨는데, 처음에는 과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그런 의혹을 양산하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오히려 사람들이 그런 의혹들을 쉬이 내어놓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의혹이 지나치면 사회통합을 해치는 원인이 되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에 화를 내고 고쳐나가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역할이고, 군인으로서의 나를 의심하고 혐오하는 생각일지라도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할 자유마저 보장하는 것이 제가 국가에 헌신하는 자세이자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장교분이 장담하셨던 것처럼 이 참혹한 사건을 기억하여 앞으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대다수 국민들이 안보에 신경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목표로 해야 할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가 의미 있었던 것은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안보의식이 흐려질 수도 있는 와중임에도 젊은 대학생들이 6.25 참전용사 분들과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자 더운 날씨에도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정치 지리학적으로 우리나라는 대륙계통과 해양계통이 경쟁하는 한 가운데 있어 분쟁의 격전지가 될 위험이 높고, 주변국인 러시아에서는 신 차르라고 불리는 푸틴, 1인 중심 체제를 굳건히 한 시진핑, 누구보다 자국중심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혐한 여론을 이용해 장기집권을 꿈꾸는 아베까지 우리나라는 지금 19세기 말의 격동기와 같은 험난한 상황을 겪고 있는데 국민 중 한 사람이라도 더 안보에 신경을 쓰고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자못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군사학과에 들어와서도 다 떨쳐버리지 못했던 개인주의적이고 내성적인 성향을 한 꺼풀 더 벗어버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힘든 행군과정, 내무반 생활과 즐거운 전야제 준비과정, 간식타임 등을 겪어나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눈치만 보고 있을 때 먼저 다가와 준 많은 대원들이나 제가 챙겨줘야 하는 입장인데도 오히려 절 챙겨주던 대원들, 익숙하지 않은 불침번 활동에도 불평하나 없이 모르는 것은 질문해가며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심껏 하던 대원들 한 명 한 명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장교후보생이면서도 부사관 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으로 군복무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잘 몰랐는데 전문사관학과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습니다.

 다친 와중에도 조원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묵묵히 행군을 견뎌내는 태도는 오히려 훈련까지 받은 제가 배워야할 점이 아닌가 존경스러웠습니다. 또, 민간학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군에 대한 편견이나 직업 군인에 대한 기대 또한 은연중에 많이 느껴 앞으로의 군복무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국토대장정 기간 중에 체력적으로 고생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배우고 느끼고 좋은 사람을 만났던 것에 비하면 그 부분은 이야기 할 지면조차 없을 정도로 사소하게 느껴집니다.

 국토대장정 전 졸업학년이 되었으니 막연하게 장교로 임관하여 나라를 지키겠다 생각했던 것과 여러 일선 부대에서 자면서 분위기를 경험해보고 선배 장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국토를 제 발로 걸어보고 대원들과 함께 땀 흘려보고 난 뒤에 생각한 군인으로서의 길은 말은 같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이렇듯 직업 군인의 길을 결심하고 난 뒤 항상 향하던 길에 초심을 일깨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게 해 준 계기가 되어준 국토대장정이었습니다. 군에 관련된 길을 생각하지 않는 대원들도 지난 국토대장정 기간은 향군 회장님께서 말씀하셨듯 요즘 세상에 흔치않은 ‘요령’을 피우지 않는 경험으로 남아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이겨내는 내면의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잊지 못할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재향군인회와 안전사고 없이 대원들을 잘 이끌어주신 여러 운영 스텝 분들께 감사합니다. 또, 국토 대장정에서 만난 동기, 후배 학군 후보생들 하계 훈련에서 만나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문사관학과 친구들은 군사학과 후배들과도 꼭 좋은 인연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명씩 여기에서 다 거론하지는 못하지만 부족한 저를 잘 따라준 국토대장정 대원들 모두 꼭 행복하고 건강하게 원하는 일 이루게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나아갈 길을 항상 뒤에서 지켜줄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6박 7일간 감사했습니다. 향군!(konas)

신민아(대전대학교 군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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