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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⑦ <입선> "여름과 여름 사이"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시설 고쳐야"
Written by. 이정호   입력 : 2018-10-04 오전 11: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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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그들을 만나다.

 유난히도 더운 한여름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새롬학교로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13년 동안 배구 밖에 몰랐던 나는,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근무지를 고민하던 중 새롬학교'라는 특수학교가 눈에 띄었다. 몸이 아픈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한지 알고 있었기에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위해 2년 동안 힘쓰겠다고 다짐하며 특수학교를 지원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막상 훈련소 가는 일자가 다가오니 걱정부터 앞서게 되었다. 취소를 할까' 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었다. 주위에서도 장애학교는 힘들어', 어떻게 그런 아이들과 2년을 같이 있으려고'라는 걱정과 우려의 말이 전부였다.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막연한 선입견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학교로 출근하던 날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내 생각보다 증상이 심한 아이들이 많았다. 눈으로 직접 마주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모습과 처음 듣는 장애 증상들은 그들을 더욱 어려운 존재로 느끼게 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던 나는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숨이 턱'하고 막힌 듯했다. 몹시도 무더운 하루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그들도 그랬다.

 몇 주가 지나니 비슷하게만 보이던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L은 노래만 틀어주면 마냥 웃었다. 산할아버지'를 틀어줘도, 울면 안돼'를 틀어줘도 무엇이 그렇게도 즐거운지 이를 다 드러내며 깔깔댔다. L이 큰 눈을 초승달처럼 동글게 말아 올리며 눈웃음을 지을 때면 나도 따라 웃게 되었다. 가끔 선생님이 노래를 불러줄 때면 방청객이라도 된 것처럼 환호를 했다. K은 된장찌개를 좋아했다. 앙증맞게 사과 머리를 한 K는 된장찌개가 나오는 날은 표정부터 달라졌다. 다른 때는 한참 동안 씹던 밥도 된장찌개가 나오면 먹이를 달라는 아기 참새처럼 한껏 입을 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일부러 숟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늦게 주는 척 장난을 치기도 했다.

 딸랑이를 양손에 쥐고 아이야, 아이야'라고 말하며 걸어 다니는 아이, 나를 보며 안녕하세여' 꾸벅 인사하며 내 말을 곧잘 따라하는 아이, 동그란 눈을 볼 때마다 미니언즈가 생각나는 아이, 형, 띄워줘'라며 트램펄린을 유독 좋아하는 아이…자세히 보니 모두 다른 아이들이었다. 누구나 생김새가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듯 그들도 그랬다.

저도 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등굣길 맞이하기, 치료실 보내기, 수업이나 체험학습 보조하기, 간식 또는 섭식 지도하기, 청소하기 등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섭식 지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물을 뜨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 보니 S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고 있었다. 숟가락질이 서툰 만큼 흘린 음식도 많았지만 자기 힘으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힘겹게 혼자 밥을 먹고 있는 S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힘들면 선생님이 먹여줄까ˮ라고 말했다. 하지만 S는 "제가 먹을게요. 저도 할 수 있어요.
ˮ라고 당당히 말하였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H는 손에 포크만 쥐어주면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아이였다. J는 우유팩에 빨대만 꽂아 주면 자그마한 두 손으로 우유팩을 꼬옥 쥐고 한 방울도 남김없이 먹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고, 자기 힘으로 하길 원하고 있었다.
지금은 신발 한 짝을 신는 일도 시간이 2배, 3배 더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흔히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아이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당연하게 모든 것을 내가 해주고 있었다. 겉옷을 입는 일, 밥을 먹는 일, 간식을 챙기는 일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말이다. 나 혼자 아이들의 한계를 정하고 불필요한 도움을 주며(물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그들과 나 사이에 선을 그어왔던 것이다. 도움을 주겠다며 이곳에 왔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도움은 무엇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도움은 내가 아이들에게 받고 있는듯 했다.

우리 아이들을 소개합니다.

 학교에는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2~3개월에 한 번씩 돌아가며 담당하는 반을 바꾸게 되는데, 2년 동안 모든 반을 맡아본 나의 휴대폰 앨범에는 아이들 사진으로 가득하다. 복무를 시작하기 전 초등학교에서 스포츠 강사로 1년간 일했었다. 가끔 전에 일하던 초등학교의 선생님을 만나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예쁘지 않아요', 정말 귀엽게 생겼죠'라고 말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제가 반 아이들 대하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그래서 아이들이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모르겠어요.ˮ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언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처음에는 내가 아이들을 아래로 내려다보았고, 아이들은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고, 아이들은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와 아이들 시선의 차가 조금씩 좁혀져 갔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자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눈에 보였고, 즐거운 일이 하나씩 늘어갔다.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한 선생님께서 학교에 오면 웃을 일이 많아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나 역시 학교에 오면 웃음이 많아진다. 신기한 물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뻗는 모습이, 어린이날에 고깔모자를 머리에 쓰고 꺄르르 웃는 모습이, 무릎에 누워 곤히 잠을 자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작은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웃고 있습니다.

 학교 2층은 수영장 시설이 있어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은 우리 아이들이 매일 치료를 위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수영장 입구를 지나 치료실로 향할 때면 낯선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휠체어를 탄 아이에게 향하였고, 눈으로 쯧쯧, 딱하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보며 나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저들과 같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행복한 아이들이다. 노래 한 소절에도 교실이 떠들썩해질 정도로 흥이 넘치고, 우유 한 팩에도 행복함을 느끼는 그런 아이들이다. 몸이 건강한 아이들이 당연하다고 무심히 넘길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이다.

 체육 수업에서 전담을 하는 M이라는 아이는 다른 수업보다도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체육 시간이 되면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체육관으로 가는 내내 소리를 내며 신나 한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더라도 열심히 뛰고 달리며 어느 수업 때보다 환하게 웃는다. 우리 아이들은 할 수 없는 일에서 불행함을 느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서 행복함을 찾는다.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걷거나 뛸 수 있다는 것. 작은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는 일은 나보다 선수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아이들의 눈을 자세히 보세요. 아이들은 웃고 있습니다.ˮ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

 1년에 두 번, 연극을 보러 나가는 체험학습 날이었다. S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 했다. 서둘러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겨우 찾은 화장실은 너무 좁았다. 특히나 S는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좁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체험학습을 나갈 때마다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 물론 전
보다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는 하나 아직 장애인 시설은 한없이 부족하다.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는데, 신변처리를 할 때 어려움을 자주 겪곤 한다. 화장실이 좁은 것은 물론이고 그 수도 많지 않아 심지어는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의자나 땅 바닥에서 매트를 깔고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도 있다.

 장애인 전용 택시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 전용 택시는 비용이 저렴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수요자가 많지만 운영하는 택시 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택시 이용 시간에 맞춰 아이들의 활동 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일. 택시를 타고 원하는 곳에 가는 일. 보통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주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그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조금 더 나아진 장애인 시설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 아이들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다시 무더운 여름

 어느덧 복무가 25일도 채 남지 않았다. 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벌써부터 30도를 웃도는 하루하루가 계속 되고 있다. 지난해 졸업식이 기억에 남는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10여 년 동안 학교를 다닌 아이들이 떠나가는 날이었다. 일반 학교와 다르게 이곳에는 특별한 시간을 가진다. 바로 낭독의 시간. 아이들은 더듬더듬 느리지만 진심을 다해 한 글자씩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모두가 숨죽이며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끈끈한 유대 관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동안 나에게 주어진 소임은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장애'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듯이 나 역시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인생의 도미노를 다시 설계해 나아갈 힘이 생겼다. 천사같은 아이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자기 자식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혹여 다칠까, 불편한 곳은 없을까 애지중지 아이들을 대하는 학교 선생님들과 실무사 선생님들을 보며 사랑과 헌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느낀 사명감과 보람은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눈을 주었다. 출근을 하니 오늘도 해맑은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씨익 웃음이 지어진다. 몹시나 무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konas)

새롬학교 이정호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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