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안보뉴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⑫ <입선> 사회의 등불이 되자

"교통사고로 인생전환, 힘들었지만 꿈의 원동력으로 승화"
Written by. 서호성   입력 : 2018-10-10 오후 4:57:41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끔찍했던 사고, 꿈의 높이를 키우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21번째 생일을 맞는 그날의 사고를 잊지 못한다. 밤늦은 시각 귀가 중에 음주운전 중인 차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쇄골이 부러지고 귓불이 잘리는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약학전문대학원 입시 시험을 한 달 앞두고 당장 수술대에 오른 나는 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으나 깁스를 한 채 응시한 시험은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고 시험에 떨어지면 곧바로 현역입대를 결심했지만 설상가상, 사고 후유증으로 허리디스크를 얻었다. 화장실 가는 몸도 다스리기 힘들었던 나는 휴학신청서를 내고 병실에 누워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체력에 자신이 있어 특전사 훈련 동영상을 챙겨보며 국방의 의무를 다짐하였던 내게 재 병역판정검사 후 4급 보충역으로의 전환은 그리 달갑지 않았었고, 주변 친구들의 현역입대와 당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나를 더욱 작아지게 했다. 약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회에 이바지 하는 사람이 되자'는 원대한 꿈을 갖고 도전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에 꿈의 높이는 점점 더 높고 멀어지는 것 같았다.

 울산대학병원 병실에 누워 당뇨로 고생하시는 할아버지, 허리가 불편하신 할머니 곁에서 그들의 말씀을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회에 이바지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 병역의 의무라 하면 현역병만을 떠올렸었고, 국토방위를 위한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했었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80대 할머니를 구해 인명사고를 예방하고, 퇴근하던 사회복무요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이를 업고 인근 보건소로 뛰어가 어린 생명을 구하는 등 사회복무요원의 선행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의 손과 발이 되어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 또한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는 사고의 전환과 꿈의 원동력이 되어 약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게 도와주었다. 이후 약사고시 시험에 합격하였고 졸업과 동시에 울산과학기술원'에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근무배정을 받게 되었다.

누군가의 우상이 되다

 군사교육소집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훈련소에는 몸이 불편하고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동기들이 많이 있었다. 한 친구는 밤에 불면증을 호소하여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훈련소라는 특수한 환경의 변화와 빠듯한 훈련일정 탓인지 불면 증세를 심하게 느꼈고 자기 전 1알 복용하는 약을 4알을 과다 복용하여 다음날 구보도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다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나는 즉시 기도를 확보하고 안정을 취하게 했고 다행히 머리를 다치지 않아 큰 사고 없이 수습이 되었다.

 이후 상담결과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복용중인 약에 대해 정확한 복약지도를 해주며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부모님께 편지를 쓸 때 자기는 할 말이 없다며 편지쓰기를 거부했던 그 친구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자주 다투셨고 자신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울면서 "형은 저의 은인이자, 우리의 우상이에요ˮ라고 말 해주던 그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다. 짧았던 4주간의 훈련소 기간동안 소대장 훈련병으로서 동기들과 함께한 시간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회복무요원 대표자가 되다

 울산과학기술원은 2009년 설립 이후로 2017년 처음으로 사회복무요원을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총 9명의 요원들이 홍보팀, 문헌정보팀, 생활지원팀, 구매팀 등에 배치되어 행정 및 행사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는 예비군 대대 소속으로 울산과학기술원에 재학 중인 예비군자원을 관리하는 행정보조 업무를 하며 9명의 사회복무요원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맡고 있다.

 무엇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기에, 나를 포함한 사회복무요원들은 다양한 복무 여건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히 복무중이다.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의 그릇된 근무행태로 울산과학기술원 사회복무요원 전체가 비난받을 일이 없도록 대표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작년 가을 한 복무요원이 왔을 때의 일이다. 우울증과 극심한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던 친구로 평소 말이 없고, 웃지도 않으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었다. 앞서 훈련소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얘기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고 남들에게 실망만 주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최근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현재 복용중인 약이 무엇인지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며 마음에 가진 부정적 정서를 대화를 통해 표출하도록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평소 병원 이외의 집밖 외출은 하지 않았고, 집안에서도 부모님과의 잦은 다툼으로 자기 방에서만 생활한다고 했다. 근무생활을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복무기관장님께 상담을 요청하였고 그 결과 분할 복무를 승인해 주셨다. 그 친구는 현재까지 꾸준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호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근무지에서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고 건의 및 선도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회복무요원의 대표자 역할을 하면서 복무요원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 않았다. "힘들고 지칠 때, 자살충동을 느낄 때면 언제든 형에게 전화하렴...ˮ이라고 해주었던 말을 그 친구가 기억해줄지 모르겠다.

 내가 속한 곳에서의 나의 작은 노력이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참 보람된 일이다. 앞으로 남은 복무기간 동안에도 타인의 고충을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사회복무요원이다.

 내가 근무하는 책상유리 안에는 세 개의 이정표가 놓여있다. 이는 사회복무요원 헌장, 대표자 임명장, 복무기본교육 우수자 표창장이다. 매일 출근 후 하루를 시작할 때 나는 세 개의 이정표를 보며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슴에 새기곤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자'는 나의 꿈과 사회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사회복무요원 헌장의 내용은 우연히도 일치했다.

 끔찍했던 교통사고를 겪고 병실에서 무기력한 시간만 보냈던 나의 지난 경험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다가갈 수 있었던 어려운 친구들에게 아픔을 공유하고 극복방법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스스로 가지고 있던 사회복무요원의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웠던 사회복무요원의 신분은 "사회복무요원이었기 때문에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을 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자부심과 보람,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ˮ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의 신분은 퇴근 후 매일 수영과 헬스를 하며 체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었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약학지식을 공부할 수 있는 자기계발의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앞으로 남은 복무기간 동안 후배 사회복무요원들을 선도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소대장 훈련병, 사회복무요원 대표자, 기본교육 학생대표를 하며 지냈던 2년간의 사회복무요원의 경험은 나아가 약사로서, 사회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큰 발판이 되어 주리라 확신한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디서 복무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어떻게 복무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ˮ(konas)

울산과학기술원 서호성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8.12.19 수요일
핫클릭 뉴스
포토뉴스 더보기
깜짝뉴스 더보기
외교부,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 확정
2020년부터 발급될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의 디자인이 17일 심의..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아빠, 아빠! 세영이 먹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