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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⑮ <입선> 그들의 미소에서 나의 미소로

"장밋빛으로 가득하진 않지만 장미가 없진 않다"
Written by. 차대건   입력 : 2018-10-12 오전 10: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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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희미해진 신청일, 사실 내가 어디에 지원했었는지 또 지원한 곳마다 왜 지원했었는지조차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본 결과는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었고 별생각 없이 난 훈련소를 거쳐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그 이전에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은 글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무난하다ˮ정도일 것이다. 나 또한 태어났을 때부터 신체에 특이한 질병을 앓고 살아왔고 무수히 많은 동물원의 동물을 보는듯한 시선을 보아왔기 때문에,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나'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아파해 봤기에 그들을 보면서 두려움, 경멸, 신기함 등의 시선이 아닌 사람에서 사람의 시선을 갖고 바라볼 수 있다고 믿었다.'

 첫 날 앞으로 내가 2년의 시간을 보내야할 복지관을 방문하고 담당자에게 인사를 했다. 평범했다. 그때 1층 오르막길에서 동굴소리 비슷한 소리가 났고 그곳엔 내가 평범하게 바라봐야 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장애인이 방방 뛰면서 소리를 내질렀고 나의 시선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에게 상처를 주었었던 시선으로 변해 있었다.

 그 후 얼마 안가서 내가 곧 배치될 통합사례지원팀이라는 부서에서 일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해당부서의 사회복무요원의 주 업무는 목욕이었다. 나는 처음에 무척이나 싫었고 다른 부서로 가고 싶었지만 이미 관계자들에 의해 내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한 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목욕사업은 겨울을 제외하곤 목욕차량을 통해 진행되나 당시 겨울이어서 이용자의 집을 방문해 목욕시켜드리는 방문 목욕을 했고 그때 처음으로 목욕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처음 방문했던 집의 풍경. 비유하면 여름철 깨끗하지 않은 공중화장실의 코를 찌르는 소변냄새, 숨이 턱턱 막히는 곰팡이냄새, 방바닥에는 말라버린 채로 선명하게 그려진 지도와 같은 오줌자국. 나뒹구는 수많은 머리카락과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널려있는
옷가지들...그리고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버렸던 내 첫 목욕대상자의 몸, 신체.

 그는 여느 중년 아저씨와 다름없었다. 단 그의 몸이 너무나 작고 말랐다는 것을 빼고는. 배를 제외하곤 앙상하게 마를 대로 말라 마치 유니세프 tv광고에서나 봤던 팔, 운동을 못하는 몸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없던 허벅지. 그리고 처음 본 나를 향해 인사를
하고 싶지만 나오지 않는 말을 대신하기 위해 힘쓰던 안면근육까지.

 어찌어찌 목욕 과정은 선배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으로 잘 마쳤었다. 손을 구부리고 있기 때문에 다치지 않게 옷을 벗기는 법, 이용자를 들어 올려서 의자에 앉히는 법, 물 조절 하는 법, 이용자들 마다 다르긴 하지만 물 뿌리기-머리감기-몸 비누칠-때 벗기기-물 헹구기로 이어지는 순서, 옷 입히는 법등을 배웠다. 다 끝마치고 나니 눈이 뻐근했었다. 나는 피곤하면 눈부터 뻐근해지는데 바로 눈이 뻐근해졌고 또 온몸이 피로해졌다. 인사를 드리고 목욕을 시키기 위해 벗은 옷을 대충 입고 현관문을 향해 가려하는데 그때 대상자가 나한테 활짝 웃어줬었다.

 사람의 미소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의미를 준다. 그때의 그 미소는 여러 것을 의미했을 수 있다. 내가 오기 이전부터 목욕을 받으면 감사의 의미로 했었던 것일 수도 있고 말을 못하기에 인사대신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받은 의미는 너무나도 값졌다. 그의 미소가 너무 해맑았기에, 봉사라고는 중고등학교 때 시간 채우기만 한 사람이어서 봉사를 하고 쌓아진 시간을 보면서 느낀 보람이 아닌 인간으로 느낀 보람이기에, 무언가 내가 tv에나 나오는 선량한 봉사자가 된 것 같기에 너무나도 좋았었다. 물론 미소 한 번으로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거나 횟수를 더 늘리고 싶다거나 그 집에서 나는 냄새마저 좋아졌다고 말 할 정도로 나는 도덕적이
거나 가식적인 사람은 아니다.

 다만 그때 나는 목욕이란 것이 할 만하구나.'라고 생각했고 적어도 목욕날 내가 목욕할 때만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상자 중에서도 목욕을 받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좋은 분들만 계신 건 아니다. 위에 서술한 일 다음 얼마 후 다른 집을 갔을 때는 ○○씨라는 분이 있으셨는데 그 분은 내가 복지관에 오기 전부터 사회복무요원 사이에서 유명하신 분이셨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어디 말에 딱 부합하신 분이셨다. 사회복무요원이 목욕서비스를 오면 마치 자기 노예인줄 아시는 안 좋은 성격의 소유자셨고 심지어 가벼운 수준을 넘어선 성적 농담도 하시는 분이셨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사회복지사와 함께 그 집을 방문했던 것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날도 방문했을 때부터 툴툴대셨고 사회복지사는 그분을 잘 알기에 자신이 그분을 맡아서 목욕시키겠다고 하셨다.

 손을 제대로 닦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손 닦기만 3~4번을 넘게 시켰다. 물론 제대로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그리고 정말 사사건건 하나하나 불만을 말하셨지만 사회복지사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적 농담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분은 목욕서비스에서 제외되셨다. 위에 내용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그분이 혼자 목욕을 어느 정도 가능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전에 사회복지사가 물기와 다 쓴 수건, 결정적으로 "며칠 전에 목욕했다.ˮ라고 말하고선 "혼자서 할 수 있냐ˮ라는 질문에는 "할 수 없다.ˮ라고 말한 점들을 보아 목욕이 가능하고 언행이나 태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여러 변동사항을 겪다가 이용자 세 분으로 확정되고 사회복무요원이 줄어 팀에 사회복무요원은 나 혼자 남게 되어 사회복무요원 1명, 사회복지사 1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찌는 여름에 차량으로 단 둘이서 목욕을 하면 정말 너무 힘들었겠지만 다행히도 근처 군부대에서 2명을 지원해주셔서 감사했다.

 남은 세분은 처음 서술한 신체장애 한분과 하반신마비 한분, 지적장애 한분이셨다. 우선 처음 분은 후에 처음 내가 만났을 때보다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복지관에서 시청에서 제공하는 생활보조도우미를 소개해줬고, 덕분에 집은 훨씬 청결해졌고 우리도 더 나은 환경에서 목욕시켜드릴 수 있었다. 또 그곳으로 가는 길이 언덕이라 차로 올라가기 힘들었던 점, 목욕시켜 드리고 난 후에 항상 걸어드렸던 십자가 목걸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분은 하반신을 잘 못 쓰시는 노년의 남성분이셨다. 처음에 그분은 툴툴대시고 까칠하셨다. 근데 딱히 의도하진 않았지만 목욕시켜 드리면서 그저 하시는 얘기만 잘 들어드리고 맞장구만 몇 번씩 쳤을 뿐인데 어느새 나를 참 좋아하셨다. 내가 사정이 있어 목욕을 못 가면 사회복지사가 나를 애타게 찾으시고 "일 잘하는 키 작은 애 안 왔냐ˮ라고 물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이 일을 잘 하고 있구나.'라는 뿌듯함도 들었다. 그리고 항상 끝나면 고생했다고 따듯하게 말해주신 것. 집 앞이 비포장도로라 울퉁불퉁한 승차감, 사람만 보면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가던 황구도 기억난다.

 마지막 지적장애 및 복합장애 한 분은 제일 해맑으셨다. 사전에 연락하고 초인종을 누르면 부탁드린다며 인사하고 잠시 나가시는 활동보조인, 들어가면 보이는 광경은 온전히 걷진 못하지만 어떻게든 걸어오며 환하게 미소 짓고 두 팔을 쭉 뻗어 포옹하려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청각장애도 있으셔서 보청기를 빼고 몸에 두드러기 같은 것이 나서 천연비누를 쓰셨고 게임을 좋아하셔서 고스톱이나 장기 등도 설치해 드렸었다. 그리고 항상 목욕이 끝나면 포옹해주시고 냉장고를 뒤져서 요구르트나 두유 등을 안먹는다 해도 억지로 주셨다.

 오전에 시작해서 오후 늦게 끝나는 힘든 일이었다. 하고 나면 불면증도 치유될 수 있을 듯이 졸렸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모두 목욕을 받으면 너무나 밝게 웃으시며 감사하다고 말해주시고 또 각자의 방법대로 감사함을 전하기도 하고 또 그것이 나는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 처음엔
그냥 군부대에서 탈출하고 싶어 봉사 나온 군인들은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을 느꼈다고 전부 말했고 두 분을 목욕시키고 점심에 먹는 4000원짜리 한식 뷔페는 너무나 꿀맛이었다.

 현실은 만화나 게임이 아니기에 내가 힘들면 미소를 받는다고 피로가 사라지거나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올라가거나 좋아지진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또 만화나 게임보다 더 복잡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많은 영향을 준다. 그날의 컨디션, 기분, 정서 상태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업무나 인간관계, 미래에 있어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그들에게 목욕을 제공했지만 얻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많은 뿌듯함을 느꼈고 내가 쓴 시간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많은 것을 먹었고 많은 곳을 봤기 때문이다.

 또 기관을 온 후 첫날의 나의 시선은 다르게 바뀌었다. 더 이상 그들을 신기하게보지 않는다. 목욕을 하며 나 자신이 달라져서일까? 그리고 나의 달라진 이 시선으로 그들이 혹시나 나의 시선을 의식하더라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이제 목욕서비스는 중단되었지만 나는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 장애인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보조를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목욕을 통해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들을 지도하는데 상당히 어려웠고 뿌듯함을 모르기에 의지도 별로 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을 도와줘서 얻을 뿌듯함과 내가 그들로부터 받을 미소도, 내가 그들에게 지어줄 미소도 기대된다.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동목욕은 2017년 12월 말로 활동보조 시간을 통한 전문 인력 연계로 사업종료가 되었습니다. 장애인의 가정을 방문하여, 사회복지사와 함께 저는 이동목욕의 보조 업무를 하였습니다.

 2018년 6월 현재는 청소년 방과 후 프로그램 보조 및 재가 장애인 밑반찬 지원 업무를 하고 있으며, 아직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익숙해졌습니다. 우선 장난을 좋아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가 있는데 웃을 때 매우 귀엽습니다. 다른 친구는 매사에 무기력하고 식욕이 없지만 말장난을 좋아해서 말장난할 때 자주 웃습니다. 머리를 묶은 다른 소녀는 잠이 많지만 깨어 있을 땐 무척이나 열심히 하고 아이돌을 엄청 좋아합니다. 또 다른 여자아이는 매우 활발하지만 심술을 곧잘 부리곤 합니다. 어떤 친구는 지하철이나 버스, 세탁기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지하철 노선도와 안내음성을 거의 완벽히 외웠습니다. 현재 우리반 아이들 소개를 끝으로 이상 저의 활동설명을 마칩니다.(konas)

부천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차대건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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