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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⑯ <입선> 길게 보면 사랑스럽다

"진심은 언제나 옳다!"
Written by. 송태민   입력 : 2018-10-12 오전 1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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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

 장애인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는 한때 그들을 스스로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 사회에 적응이 힘든 부적응자라 생각했었다. 아마 많은 비장애인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케인(흰 지팡이)을 바닥에 두드리며 걷는 사람, 다리를 절어 걷는 것이 힘든 사람, 환청이 들려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등 장애인들은 생활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살아오면서, 그들을 격려하기보다는 불편하게 느껴 거리를 두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장애 인식 설문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차별하고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봤던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이고, 사랑하는 친구이자 친근하고 따뜻한 이웃주민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랑 틀린'이 아닌, 조금 다른' 그들.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이 차이 날 뿐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1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고, 그들의 속도로 발맞추어 걸어가면서 내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시작은 미약. 과연 나의 끝은 창대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복지관에 등록된 이용자는 약 250여 명. 날마다 다르지만 하루 평균 100여 명 정도가 복지관을 방문하고 있다. 오전의 주 업무는 이들에게 식권을 드리고 명단을 작성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름을 외우고 있어야 수월하게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사람들 이름을 일일이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일 자체는 어렵거나 힘들지 않지만 훈련소를 막 수료한 까까머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ˮ
"니 내 이름도 모르나ˮ
"네 저 오늘 처음 와가지고...ˮ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이용자의 눈이 가늘어지고 입은 실룩실룩 댔다.
"와..이이 임마 이거 뭐고? 내가 여기 12년을 다녔다 12년!! 외워놔라.박○○ˮ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가는 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선임요원이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가장 먼저 외워질 이름이 이런 식으로 암기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중에 알아보니 뇌병변장애가 있는 이용자였는데 치매가 같이 와서 그런 증상을 자주 보인다고 했다.

 이외에 네가 뭔데 내 이름을 물어보냐는 사람도 있었고, 내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듯, 사회복무요원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나를 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복무 초반에는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앞이 막막하기만 했다.

 첫 날의 강렬했던 인상은 접어두기로 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맡은 업무 위주로 착실하게 해내며 2년을 무사히 보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밝은 모습으로 근무하려 노력했고, 그 마음이 사람들에게 가 닿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격려하는 사람들이 생겨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다 열지 못하고 있었다.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문을 열게 한 건 다름 아닌 이용자였다.

 복지관에 자주 오시는 아버님이 한 분 있는데, 거동이 불편하여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신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항상 미소 띤 밝은 얼굴이 인상적인 분이었는데 여느 때처럼 그날도 식사를 하러 오셨다. 그날은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는 날이었는데 평상시와 똑같이 인사 한마디와 함께 식권 값을 건네주셨다.
"돈 안주셔도 돼요. 오늘 식권 무료예요.ˮ
"와 그렇노ˮ
"아버님 기분 좋으라고ˮ
툭 던진 농담에 진짜 기분이 좋아지셔서는 "그라믄 태민이 니 고생하는데 그걸로 커피나 하나 뽑아무라ˮ
"아.. 감사합니다.ˮ
그 아버님은 뭐 그 정도로 고마워하냐는 미소를 지으시고는 식당으로 올라가셨다. 이번에도 그 뒷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한마디.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전부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이루어냈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 동안 복지관에서의 생활이 나쁘지 않았구나 하는 뿌듯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따뜻한 마음과 인정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차츰 나를 복지관의 선생님처럼 대해주고 마음을 열어준 이용자들과 달리,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웠다. 문제는 이용자들이 아니라 편견이라는 내 마음의 안개였다.

진심은 언제나 옳다

 눈과 귀를 막고 있던 안개를 조금씩 걷어내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였고, 시선이 달라지니 행동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예전처럼 이 사람들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고 형식적인 웃음만 띄는 행동은 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진심을 담아, 마음과 온기를 담아 그 사람들을 대하게 되었다.

"여기 이 버튼 누르시면 저장되고요. 이걸 누르면 다시 전처럼 돌아와요.ˮ
"와 잘하네, 니 기술자가? 왜 이렇게 잘 아노ˮ
간단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줬다고 기술자로 띄워 주시는 아버님, 팩스를 보낼 줄 몰라 부탁하면서 바쁜데 방해한다고 미안해하는 어머님, 휠체어 바퀴에 바람을 넣어드렸더니 이제야 타는 맛이 난다고 기뻐하시는 할머니. 별 것 아닌 작은 도움에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그분들의 마음은 곧 나의 자긍심이 되어 돌아왔다. 매사에 소극적이던 내게 자신감이라는 좋은 선물을 주셨고, 자연스럽게 복지관에서의 근무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신은 내 삶의 일부, 나는 당신의 친구

 우리 복지관 4층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센터(기초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사회적응을 도움)를 운영하고 있다. 오후에는 선생님들을 도와 이들의 활동을 돕고 송영 때는 돌발행동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차량지원을 나가고 있다. 복무 초기에는 이 사람들이 큰 소리를 지르거나 돌발행동을 할 때마다 내게 무슨 피해가 오지 않을까 염려부터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걱정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같이 지내다보니 그들의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면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웃을 일이 많아졌다.

"○○아 ○○쌤 좋아ˮ
"아니에요ˮ
"○○쌤은 좋나ˮ
"아녜요ˮ
○○이는 자주 혼나서 그런지 손을 휘저으면서 선생님들이 싫다고 했다. 내가 좋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장난치듯이 "음..아니에요ˮ라고 답하고는 막 웃어댔다.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조금 얄미워서 나도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쌤은 ○○이 좋다고 했는데, 지금 전화해서 얘기해줘야겠다.ˮ
"아녜요!! 으어엉 아니에요!!!ˮ
다급해진 ○○이가 내 손을 잡고는 그러면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내 말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남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혼자 중얼거려 처음에는 정신사납고 시끄러운 이미지였지만 보면 볼수록 귀엽고 매력이 넘치는 친구다. 그 순수한 웃음은 행복 그 자체였고, 한때 이들을 불쌍하게만 바라봤던 내가 오히려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반성도 되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그런 말이 있다. 미약하고 부족함 투성이었던 나의 복무기간도 1년이 다 되어간다. 남은 기간을 앞으로도 성공적이고 창대하게 마무리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가치를 추구하기 보다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되어 준다면, 그렇게 복지관이 필요로 하는 소금같은 존재로 거듭난다면, 내가 성실히 근무해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좋은 인상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그것이 가장 창대한 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무섭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사람들이 지금은 내 하루의 많은 부분을 함께하는 이웃이자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들 모두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사회복무요원을 넘어 그들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konas)

사상구장애인복지관 송태민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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