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달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 한마디에 우리 세금 약 180억원으로 지은 건물이 가루가 된 것이다. 북한의 몰지각한 행태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우리를 흔들려는 속셈은 이미 뻔히 보인다. 지난 6월 한달간 이루어진 북한의 각본을 들여다보자. 북한의 김여정이 6월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보내기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가 막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하라"고 했다. "전단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더니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고 했다. 이어 6월 9일에는 남북간 통신선을 차단하고 16일에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17일에는 북한 총참모부가 금강산 관광지구·개성공업지구 연대급 부대·화력구분대 배치, 비무장지대(DMZ) 민경초소(감시초소·GP) 재진출, 최전방지역 1호 전투근무체계 격상, 대남삐라(전단) 살포 보장 등 4대 군사조치를 발표했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위기감을 끌어올리더니 24일에는 김정은이 돌연 대남 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며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북한이 이처럼 대남 강경노선을 구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대남 우월성에 대한 자신감, 대남 불신과 가치평가절하, 북한 내부 경제난에 코로나19 변수까지 추가된 주민들의 불만을 다스리기 위한 희생양 찾기, 대선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미국에 대한 주의 환기, 대북전단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북한 내부의 달라진 환경과 시각 등 다중적인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외 안보전문가 그룹은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대남 압박을 통해 대북전단법 추진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경제난 속에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 주민결집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 군사적인 도발로 확대할 경우 한미의 군사적 압박 등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과 남측 흔들기를 통한 미국과 중국의 관심을 얻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일시적 숨고르기에 들어간 북한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북한은 지난 2016년부터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왔다. 올해는 이 사업이 종료되는 시기다. 그런데 이 기간이 고강도 대북제재 기간과 겹친데다 코로나19 변수까지 가세되어 경제난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는 제재 해제가 최종목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위기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간다면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당분한 도발을 자제하면서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김정은이 예비회의에서 군사행동을 취소가 아닌 보류한 것은 사전에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즉 총참모부 4대 군사행동은 보류하였지만 지난 12월 말 당 전원회의에서 예고한 바와 같이 '충격적인 실제 행동'과 '새로운 전략무기'는 언제든지 북한의 필요에 따라 시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부 불만이 가중되어 사회가 혼란해지면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도발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음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최근의 안보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는 지난 6월 17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는 제하의 성명서를 내고 북한을 향해 “이러한 도발로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과 무력도발의 끝은 더더욱 극심한 고립과 자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추가 도발을 당장 멈춰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군은 앞으로도 정부에 북한 비핵화를 전제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북한 비핵화 실패시 비대칭 전력 등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도록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북한의 군사적 도발시 교전규칙에 따라 강력 대응토록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고 굳건한 한미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시기보다 조건 충족을 고려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데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일명 이웃나라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인류 탄생 이래 인접국가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아서 이웃나라가 서로 좋은 관계가 되는게 힘들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한은 단순히 지리적인 이유로 서로 이웃해 있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성격을 달리 하는 이웃관계다. 사이좋은 이웃이 되려면 당장은 북한의 조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긴장 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구축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해 왔다. 14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막말과 조롱, 막무가내식 협박과 비난 성명, 수차례에 걸친 일방적인 통신차단 등 온갖 수모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외면하고 무모한 도발을 지속적으로 자행해 온 것이다. 결국 지난 6월 17일 우리 정부는 “감내하지 않겠다”며 처음으로 맞대응하고 “남북이 합의에 의해 개설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데 대해 강력한 유감표명과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이 계속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 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25일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한미 국방부장관이 공동발표문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현행 외교적 노력을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연합방위태세 유지 공약을 재확인”한 바 있다. 미국 국무부도 그 전 날 ‘2020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와 이행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는 무엇보다 중요한 미국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유엔과 미국의 제재는 완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중 일어났던 대남 조치들이 북한이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역할 분담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때 북한의 군사행동에는 우리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지나친 희망갖기 보다는 냉철한 판단과 협상의 기술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목표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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