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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탈북여성 12인을 死地로 내모는가?

Written by. 류근일   입력 : 2016-06-22 오후 3: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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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란 단체가 탈북여성 12인과 관련해 ‘인신구제 심사청구’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그들 12인에게 법정출두를 요구한 것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지금 무슨 ‘사법(司法) 게임’ 하나?”라는 것이다.

 탈북여성 12인의 가족들이 그런 청구를 해달라는 위임장을 민변에게 전달한 것은 순전한 북한당국의 꼼수다. 이 꼼수가 대한민국 안에서 지금 멀쩡한 ‘합법현상’의 모습을 한 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민변으로서는 “의뢰인의 요청이 있어 변호인으로서 그걸 수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재판부는 “사법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의뢰’에 대한민국 법률, 예컨대 국가보안법 같은 것에 저촉되는 구석은 없었는지부터 당국은 조사해 봐야 할 일이다. 그 현상 초입부터 탈북여성 가족들에 대해 북한당국의 ‘촉수’가 직접 작용했을 가능성이 짙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보아 탈북 여성 12인이 지배인과 더불어 정상여권을 소지한 채 중국당국의 묵인 하에 직장을 이탈해 한국으로 이동한 것은 그 동안 28000명의 탈북 행렬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치적 망명 행위였다. 이는 동독주민이 대거 헝가리로 이동했다가 다시 서독으로 이동했던 왕년의 독일통일 전야에 있었던 엑소더스 현상의 한반도적 재현(再現)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시리아 난민사태의 성격도 기본적으로는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생명과 인권을 지키고 찾으려는 처절한 인간 드라마 그 자체다.

 그런데 이를 같은 인간으로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 알량한 법 형식논리를 내세워 “자진탈북인지 아닌지 심사해 달라” “그래, 심사해 보마” 하며 탈북여성 본인들과 그 가족들의 안위에 대한 고민은 차치하고 “모월 모일 모시에 법정에 출두하라”고 통보한 것은, 법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법이란 이렇게 ‘생각이 없는’ 도구일 뿐인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법에도 법철학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법철학의 근본에 비추어 목숨 걸고 탈북 한 동포들에게 “납치인지 여부를 심사해 봐야겠다”고 하는 게 과연 법의 정신일 수 있는가?

 그럴 양이면 지금까지 탈북 한 28000명 동포들도 새삼스럽게 변호사, 판사들을 붙여 다시 심사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앞으로는 탈북 하는 동포들에 대해 일일이 변호사 판사가 달라붙어 ‘납치여부’를 심사해야 할 것 아닌가? 왜 이들 12인에 대해서만 유독 그러는가 말이다.

 정작 한반도의 납치범을 찾자면 그건 12만 명의 정치범을 수용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다. 그리고 우리 국군포로를 돌려보내지 않고 억류해온 북한 당국이다. 변호사, 판사들이라면 마땅히 탈북동포를 받아들인 우리 당국을 향해 “납치범인지 아닌지 가려보자”고 할 게 아니라 진짜 납치범인 북한당국을 향해 “왜 현대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운영하느냐?” “왜 우리 국군포로를 억류했느냐?”고 힐문했어야 한다. 가족들의 ‘의뢰’가 있었건 없었건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 게 요즘의 우리 현실이다. 사법부는 그 가족들을 인질 삼아 탈북여성 12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곤경에 빠뜨리려는 북한당국의 꼼수를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당부한다. 문명사회 보편의 기준에 따라 고도의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이게 “왜 법치주의냐?”를 묻는 원리적인 질문에 대한 정답이 될 것이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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