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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지하철 ''임산부'' 석, 비워둔 채로 놔두자!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2-23 조회 조회 : 9685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을 타면 어느 지점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분홍색 바탕 좌석에도 바닥에도 그 자리에는 아무나 앉는 곳이 아님을 알려주는 지정된 좌석이라는 알림 때문이다.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노약자석이 따로 있음에도 별도로 지정된 그곳은 내일의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주인공을 잉태한 임산부를 위한 자리다.
 

 그런데 그 좌석을 볼 때면 때로 화가 치미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앉아야 할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경우의 사람들이 버젓이 앉아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유심히 임산부 석을 바라보는 이유는 첫째 딸이 2015년 봄 결혼해 현재 임신 3개월이 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딸애가 근무하는 직장과 집과의 거리는 가까워서 별 문제가 없지만 1주일에 한번씩 두 번 세 번 지하철을 갈아타고 친정집으로 올 때는 거리가 멀어서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고 해서 더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하여 지하철을 탈 때면 지정석으로 마련된 ‘임산부’석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임산부들이 앉아 있는 모습에 흐믓함이 더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퇴근 길, 내가 탄 차 칸은 빈자리가 없었다. 단 한 곳 임산부 석만 비어있었다. 근처에 20, 30대 남녀 몇이 있었지만 모두 서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동료와 얘기를 나누는 퇴근길 풍경 그대로다. 필자도 서있는 상태지만 그러면서도 궁금증이 인다. ‘저 자리에 누가 타게 될까?’ 하는 생각이 일기 때문이다. 열차가 두어 정거장을 이동한 뒤 한 무리 사람들이 들어섰다. 그중 60, 70대로 보이는 부부가 두리번거리다 곧장 자리에 앉으려던 아주머니가 엉거주춤하더니 “여긴 임신부가 앉는 자리네”하며 방향을 돌려 머리 위 손잡이를 잡고 서 는 것이다.

 

 그러자 이를 본 남편인 듯한 아저씨, “왜 일어서, 비어있는 자리인데 앉아야지” 하면서 풀썩 앉는 것이다. 이를 본 아주머니 “아니 당신은 거기가 임신부가 앉도록 하는데 거기에 앉고 그래, 일어나요 창피하게 그렇게 있지 말고” 하지만 그 분은 아예 일어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막 주절댄다. “왜 불필요하게 빈자리를 놔두느냐? 이런 게 바로 낭비고 전시행정의 결과 아니냐? 서울시장이 직접 지하철을 타보고 이런 게 필요한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등 할 말이 무척 많은 분이었다. 결국 두 사람사이에 티격태격 부부싸움 아닌 말씨름이 일더니 아주머니가 설핏 자리를 비켜나는 것이다.

 

 짧은 시각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에 따라 이렇게 생각하는 방향이 또 다를 수 있구나 다시 느꼈다. 우리는 어떤 일이나 내용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주장을 많이 펼치곤 한다. 때로는 생각나는대로 거리낌 없이 내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걸러서 정제된 내용의 주장을 펴기도 한다. 주장을 펴다 그게 나와 차이가 있다고 할 때는 붉으락푸르락 핏대를 세우기도 하거니와 다르게 겸허하게 듣고 자신의 생각과 평을 토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 가름하고, 그래도 이제는 예전과 달리 여러 승객들이 ‘임산부’ 좌석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보호해주려는 의식이 형성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가 거리낌 없이 앉을 때도 있고, 덩치가 황소만한 총각이 나 보란 듯이 다리 쩍 벌리고 앉아 킥킥 대가며 스마트폰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이나,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길 비어있는 자리에 앉고 싶음은 누구나의 공통된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만큼은 여유롭게 비워 놓음은 어떨까! 미래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 앉게 되는 배려의 좌석으로서.

 

 며칠 전 집에 온 딸애가 아직은 별로 ‘티’가 나지도 않는 배를 내밀어 보이며, “아빠, 배가 조금 나와 보이지 않아?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한다. 해서 지하철 얘기를 꺼내자 “아빠, 나도 힘들 때 앉고 싶은데  앉지를 못해. 거의 아저씨들이 앉아 있어서 양보를 해달라고 하고 싶어도 유난 떤다 생각할까 싶어서 말도 못하고 그냥 서서와”한다. 

 

 언론은 우리나라 어린아이 출생율이 최저 수준임을 일깨운다. 앞으로 9년 뒤인 2026년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가 될 거라고도 한다. 그야말로 돌봐야 할 노인들은 많아지는데, 이 나라를 이끌 아기 출생은 1.04명으로 세계적으로 제일 낮은 수준에 이를 거란 얘기도 돈다.

 

 머지않은 날 통일이 되지 않고 이 상태 이 대로 가다가는 휴전선을 지켜야할 우리 국군장병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고, 오래지 않은 장래에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말 같지 않은 말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청년들이, 가임기 여성들이 마음 놓고 결혼하고, 결혼한 이후에도 별 어려움 없이 가사와 육아,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 기업과 지자체, 직장과 직장이, 리더가, 경제인이, 오피리언 리더자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절체절명’이라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책상에서 탁상공론(卓上空論) 말로만 떠벌리는 육아(育兒)정책은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다.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만이 나라를 살린다는 얘기다. 그래야 미래사회 이 나라를 이끌어갈 충만한 주인공들이 탄생할 수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지하철 임산부 좌석하나 제대로 따뜻하게 배려하고 보듬어 주지 못하고 있다. 마음놓고 그 자리에 앉지 못하는 임산부, 내 딸이 있다. 이게 바로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임산부 석이 ‘꼭 필요한 사람’에 의해 앉게 되는 것을 감사의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도 작은 애국의 길이 아닐까.

 

미래 주인공 탄생의 그 날을 그려본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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