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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복(腹) 중의 외손녀''수돌-미니미''에게 첫 선물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5-10 조회 조회 : 22835 

 5월5일 어린이날, 난 혼자서 집을 지켜야 했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이 날은 사전 투표일이기도 하다. 아침 일직 19대 대통령을 뽑는 ‘사전선거’(5.4〜5)에 나가 일찌감치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후 한강으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자전거(애마-세븐11)를 타고 한강 하류방향으로 출 ․ 퇴근하기에 광나루〜광진교〜강변북로〜서울숲을 연하는 곳으로 1년 열두달을 내리 달렸다면 이 날은 연중 몇 번 안 되는 반대방향으로 뚜벅이 행을 자청했다.

 

 당장 애마를 탈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두 발로 이곳에 잘 조성된 자연 생태공원 숲길을 통해 새로운 체험 속에 하체에 무게감을 더 실어주고자 함이 큰 이유이기도 했다. 매일 한강으로 들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게 일상의 연속이지만 휴일 아침 애마를 홀로 놔두고 뚜벅이 행을 하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처음엔 아랫배 당김이 발걸음을 조금은 무겁게 하기도 했지만 마음만은 쾌변 후 그것마냥 가볍기 그지없다.

 

 지난 1주 동안 나는 몇 지인만의 비밀을 안고 훌쩍 어딘가를 다녀왔다. 해서인가 오히려 그 비밀스런(?)  발걸음의 행보가 마음에 묻어두었던 그림자를 사르르 녹아들이며, 5월의 찬란한 태양과 푸르고 싱그러운 풀잎아래 마시는 공기는 그 어느 때 공기보다 환하게 가슴을 적시는 간질거림이고 부드러움이었다.

 

 드믄드믄 눈에 띄는 몇 몇 산책객들의 모습 외에는 나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는 자유로움이 묻어서일까, 내 행동에도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깡총 뛰어 머리 위 잎사귀를 잡아채기도 하고, 이파리에 묻어 있는 꽃가루를 후우 부는가 하면 잠시 수풀 안쪽으로 들어가 쪼그려 앉아 노랗고 하얗게 피어난 들꽃에 코를 들이대기도 하면서 나만의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한다.

 

 “아,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라구”. 맞다. 내 언제 이토록 여유로움 갖고 풀숲에 젖어 나만의 사색에 만 젖어 볼 수 있겠는가. 오늘이 5월5일이고 어린이날이기에 더 가능하고 의미가 다가오는 것 아니겠는가. 

 

 혼자의 세계에 빠져들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아내와 큰 딸, 은지가 외출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 날 외출은 이미 사전 예고돼 있었다. 오는 8월 세상의 밝은 빛을 보게 될 외손녀 ‘수돌-미니미’에게 배당된 첫 어린이날 선물을 하고자 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에 배달된 선물 보따리를 가운데 놓고 풀면서 우리는 흐믓한 미소를 빠트리지 않았다. 배냇저고리에서, 다용도 기저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따질 겨를 없이 업고 다닐 포대기며 딸랑이 장난감 등.....

 

 보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맴도는 아기용품들. 오래 전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는 전혀 떠올려지지 않는 아기 용품들이 어쩌면 그렇게 앙증맞고 귀엽던지. 예전 같으면 생각할 수도 없던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눈에 보이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거나 ‘까꿍’을 이젠 아예 자연스럽게 할 정도니 나도 이 정도면 할아버지가 될 준비자세가 돼 있다고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은지는 휴대폰을 꺼내 연신 사진을 찍는다. 사위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사위가 곁에 있었다면 함께 백화점이며 마트를 돌아보며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맛보았을 텐데 직장관계로 주말부부가 돼 서로 떨어져 있으니 아쉬움과 서운한 마음 또 얼마이랴. 괜스레 가슴 한편이 아련해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빠가 아닌 친정엄마와 더불어 함께 이야기꽃 피어가며 하나하나 소중하게 살펴보았을 그 시간이 있어 또 얼마나 다행이랴 하는 생각이 듦이다. 그것도 첫 선물이 나라의 가장 큰 보배가 되는 어린이들을 기리고 존중하는 이 날에 행함에 있어서랴!

 

 세상에 모든 어린이는 어른의 현재요, 과거이며 미래이자 새 날의 기둥이 아닌가. 대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웃음소리가 없는 사회는 침묵의 늪에 빠진 적막강산에 불과함이요, 푸르름이 없는 대지며, 사막과 같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이 우리들에게 부여한 소중한 가치처럼 5일 아침 한강의 푸른 생태 공원의 풀들을 통해서, 또 우리 수돌-미니미가 처음으로 지니게 될 보물보다 더한 보물들을 대하면서 모름지기 어른 된 자의 행태와 자세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새삼 들춰보게 그 날.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속에 자라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

 어린이 헌장에 나와 있는 구절이 크게 다가온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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