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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하늘은 가을을 채우고 내 마음은 내일을 채운다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9-05 조회 조회 : 3147 

 아침공기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다. 바로 엊그제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하루 상간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을 정도다. 마치 오뉴월 하룻볕이 다르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의미인가 싶을 정도다.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스쳐오는 바람결도 미리 일러 주는가 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에게 있어 가을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하고 알려주는 곳은 뭐라 해도 한강변이 아닐까 싶다.

 

 아침저녁으로 애마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다보면 기운으로도 다가오고, 기색과 기분으로 건드려 지는 게 계절의 변화인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청아한 하늘, 그 하늘자락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목화송이 닮은 구름결들이 그렇고, 둔치 여기저기서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흔들거리는 강아지풀은 어떠며 노랗고 파랗고 분홍색.... 색색의 가녀린 꽃잎들은 내 마음을 더욱 하늘거리게 한다.

 

 가을은 벌써 나의 곁으로 우리 곁에 그렇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대지를 화끈거리게 하던 뜨거운 햇살, 눅눅한 바람이 길손들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더니만 어느새 이젠 ‘그건 또 아니올시다’ 한다. 역시 자연은, 계절의 변화는 이렇게 인간에게 깨우침을 주면서 유언무언으로 세월이 가고 있음을 일러주는 모양이다.

 

 어제 아침,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섰다. 미리 출근해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다. 애마와 더불어 아파트 밖을 나서자 눈에 들어오는 건물 사이 하늘은 파란 물감을 칠해 놓은 듯 눈을 시리게 한다. 27층 아파트 사이사이로 삐죽이 내민 하늘은 보기만 해도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해방감이다.

 

 그대로 서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어 깊은 호흡으로 맞아본다. 어지럼증이 금방이라도 주저앉힐 듯 하게하는데 오호라 하늘이 흘러가는지, 구름이 흐르는지 아니면 내가 흘러가는지를 가늠키 어렵게 한다. 허나 그럼에도 하얀 양털 뭉게구름을 품에 안은 잉크 빛 하늘은 내 마음까지도 청량하게 만들어 놓고야 마니 역시 이래서 인간=자연몰아일체 라는 말일까!

 

 지난여름 그 무더웠던 날. 참으로 지루하고도 힘들고 어려웠던 계절이자 일상이었다. “60년 농사지은 농사꾼으로 이런 가뭄은 처음이다”며 어쩔줄 몰라하던 어느 농부 아저씨의 넋을 놓은 듯한 한숨소리에서 올 여름이 어떠했는가를 돌이켜보게 한다. 어찌 아니겠나. 도시와 농촌 가림 없이 피를 말리게 했다. 그러다 또 쏟아지던 국지성 폭우는 어떤 재난으로 다가왔던가. 그런데도 어느 곳에서는 쨍쨍한 하늘로 모내기마저 포기할 정도가 되기도 했으니.

 

 어느 나라에서는 지진으로 한마을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는가 하면, 또 어디나라에서는 최악의 홍수로 온 나라가 물에 잠길 정도로 피해 정도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네 인간 자체를 시험케 하는 한없는 아픔과 슬픔에 잠기게도 했다. 참 서럽고 아픈 2017년 한 여름이기도 했다.

 

 그런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이 온다. 곧 오곡백과 익어가는 황금들녘이 풍요로움으로 대변할 것이고, 보는 이들의 눈 가득 넉넉함과 웃음꽃이 더 여물어지게 될 것이다. 논밭고랑을 돌아보며 한여름 찌들렸던 농민의 입가에선 그래도 넉넉한 미소가 감돌고 저마다의 사람들이 가을을 예찬하고 가을을 노래하며 가을 속에 나를 묻게 될 것이다. 그러기를 소망한다.

 

 이 가을이 우리 모두를 배부르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 또한 더불어 이 가을이 내 마음 가득한 풍요로움으로 채우게 하고 싶다. 모두의 마음에 진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거(巨)하게 웃음꽃 피우는 그런 가을로.(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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