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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가을, 이 계절에 가을을 남기고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11-17 조회 조회 : 7962 

 부쩍 가을을 타는 남자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에도 인상에도 말속에도 가을이 묻어나는 것 같다. 간혹 만나면 ‘외로워’ ‘외롭다’는 말을 막 토해 낸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갈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그런 인상을 주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더 인간적인 정이 가고 더 살가워 지는 모양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말 그런가? 가을은 정말 외로운 계절일까?

 

 특히 이 계절이 남자에 있어, 그것도 중년인들에게 있어 그렇다면 여자에게는 반대로 봄을 탄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왜냐고? 늘 상대적으로 보게 되기 때문 아니겠는가? 어쨌건 나 또한 지나온 지금까지의 시간 속에 숱한 가을을 맞고 가을을 겪어왔지만 아직은 이 계절에 외롭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하여 연구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딱히 심리학적 생물학적으로 평을 하긴 어렵지만, 아무래도 가을이 외롭다는 생각을 품게 되는 건 계절이 바뀌기 때문일 것이고, 한 살 더 먹으면서 떨어지는 낙엽따라 센티해지는 분위기 등이 어우러지는 덕 아닐까? 거기에 더해 만개했던 계절의 요건들이 하나둘 껍질을 벗고 또 다른 계절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시기이기에 덩달아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또 그건 그래서 더 당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후끈 열기를 토하며 대지를 덥힌 강한 햇살이 이어지는 한여름이면, “아이고 더워, 더워 더워” “야 정말 더워서 미치겠다” “난 더위는 딱 질색이야, 완전 죽음이라니까”를 입에 달다가도 들녘 곳곳마다 황금빛으로 물이 들면, 바라만 봐도 풍성한 그 모습에 “정말 가을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그래서 가을은 좋은 계절이야”를 외치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라고 부산을 떨게 되니 참 알다가도 모를 때가 이 계절 가을인 것 같다.

 

 그래서 또 가을은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고 모든 사고(思考)가 넉넉해지는 계절이 된다. 지금 우리 집에도 가을이 주렁주렁 열렸다. 광주 사돈어른이 지난해 오랜 공직생활에서 정년퇴임하고 난 뒤 가까운 시골 텃밭을 일구고서 부터다. 두 분은 요즘도 수시로 밭에 나가 손수 가꾼 청정 과실들을 듬뿍 담아 시시때때로 보내주시곤 한다. 그래서 우리 집 베란다에는 보내온 갖가지 가을이 풍성하게 열려 있다.

 

 지난주에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퀵이 배달됐다. 커다란 박스에 온갖 정성 다 담은 가을걷이가 가득하더니 불과 이틀 뒤에는 다시 박스 2개가 다시 배달 된 것이다. 토실한 고구마며, 토란, 잘 익은 감에서 무, 배추에다 알타리, 옥수수, 거기에 내가 빼놓지 않고 먹어대는 땅콩까지 있는 것 없는 것 다 챙겨 보내주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집 베란다에서 가을의 풍요로움이 익어가듯이 세상은 가을에 걸맞게 온통 물이 들었다.   붉게 물든 늦가을 단풍이 마지막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설악에서 불을 지핀 단풍은 오대산 오색계곡으로, 수락산, 내장산으로, 월출산에서 한라에 이르기까지 지끈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아파트에도, 동네 가로수에도, 매일 아침 점심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한강변과 서울숲에도 붉고 노랗고 진하고 옅은 색색의 빛으로 잎이 물들면서 ‘아, 가을인가’ ‘오, 너 불타는 가을이여’를 읖조리며 마음의 풍요를 노래케 한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계절을 다시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런 가을이 지금 가고 있다. 며칠 전 한밤중 천둥번개가 희 번득이며 소낙비가 한참을 내리더니 다음날 아침 출근길은 온몸을 엄습하는 찬 공기가 강한 바람과 동반하면서 어느새 초겨울을 재촉하는 기운으로 변해 버렸다.

 

 한강에서 뚝섬유원지역을 지나 구름다리를 타고 서울숲으로 향하는 고즈넉한 오솔길은 온통 흙탕물로 범벅이 되고 어제까지만 해도 좌우로 연한 숲 속 빛깔 좋게 폼을 잡던 단풍나무 잎사귀들은 우수수 떨어져 이리저리 바람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오늘 점심도 난 어김없이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옅은 붉은 색을 가미한 선글라스 안으로 비치는 나뭇잎새는 아직은 안간힘을 다하고 있어 보이지만, 그러나 어이하랴 가는 세월 막지 못함은 이 세상 모든 사물에 적용되는 이치일지니, 빛깔 곱던 단풍도 그렇게 빛이 바래가고 있었다.

 

 하지만 뉘라서 그를 탓하겠는가? 자연도, 사람도, 동물도, 짐승도, 식물도, 나무도, 단풍도 한 시절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자신을 내세우며 고운 이미지를 펼치게 되지만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고,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나이테를 더하게 되면 그에 따른 또 다른 새로운 멋스러움을 간직하게 되는 것을.

 

 오늘 나는 그것을 보았다. ‘외로워’ ‘외롭다’하지만 그 외로움은 가을이 있어 외로운 것이 아니요, 결코 홀로서의 외로움도 아니라는 것을. 빛과 그림자가 늘 함께 하는 것이라면 누구에게나 깨닫지 못하는 외로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그 외로움이 스스로를 살찌우게 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가을은 모두에게 이래저래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멋과 맛의 계절이요, 벌거벗은 또 하나의 계절로의 줄달음을 통해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거양득의 계절이 아닐까!(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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