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Home > 코나스마당 > 세상사는 이야기
제 목 2017년 첫눈 내리는 날!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11-27 조회 조회 : 3906 

 대전현충원 현충탑으로 향하는 짧은 시간에도 내 어깨 위로, 머리위로도, 코트 깃 위에도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비석위에도 소복소복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다. 2017년 들어 처음 내리는 눈이 대전 국립현충원에 펑펑 내리고 있었다. 

 

 참배를 잘 할 수 있도록 추운 날씨임에도 충혼탑 좌우로 죽 늘어서 도열한 의장병들의 손등위에도 깃발위에도 태극기 위에도, 그리고 현충탑 맨 꼭대기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눈송이들이 눈(眼)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11월23일. 오늘은 북한 김정은 집단이 2010년 이 날 오후 2시30분경 휴전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며, 도발을 자행해 우리 장병 두 사람을 비롯한 민간인 2명까지  전사케 한 포격도발 7주기가 되는 날이다. 물론 이 날 대전 현충원에서는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한 전사 장병 유가족과 해병대 장병 등이 참석한 추모행사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이 날 우리들은 대전 계룡스파텔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열린 시·도회 안보부장 연수회의 이틀차로 순국선열과 전사 장병들에 대한 참배를 위해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 때 때맞추어 첫눈이 내리는 것이다.

 

 눈은 그냥 소복하게 쌓이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첫눈이 대형 강설로 내렸다. 참배 내내 그렇게 막 내리 붓는다. 참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향해 내리고 눈웃음 짓는 눈썹위에도, 차에 올라 고마운 마음으로 현충원 관계자분들에게 손을 흔드는 순간에도 첫날 내린 첫눈은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역시 눈은 중년인들의 마음에 아직까지도 낭만으로 다가와 모든 것을 사로 잡았다. 다음 코스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 주어야 하는 국가기관 국방과학연구소(ADD)다. 하지만 눈발은 정해진 시간을 맞추게 하지 않았다. 길은 온통 눈밭으로 변하고, 이면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그야말로 설(雪) 설(雪), 설(雪), 설설 기게 만들고야 만다. 그 뿐만이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이미 예약된 점심식당이 문제다.

 

 결심과 번복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 다음 행선지와 연계된 맛 집을 예약했는데 도저히 버스가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일행들은 즐거운 마음에 차 내에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최선인가”로 설왕설래도 곁들여 진다. 예약취소를 결정해 일단은 취소 통보를 한다. “아하, 기상이 주는 문제가 바로 이런 거로구나”하는데 일행 중에 공군 장교출신이 있어 지역 공군 기상대로 확인하니 “한 시간 쯤 후에 개일 것이고, 기온이 영상으로 따뜻하게 이어질 것이니 계획대로 해도 될 것”이라는 팁을 준다.

 

 결국 그렇게 해서 우리는 들판에, 길섶에, 나무위에 흰 빛으로 장식된 눈송이들을 눈으로 담으며 논산시 계백장군 유적지가 위치한 탑정저수지 인근으로 늦은 점심을 위해 차를 달렸다. ‘역시 매운탕은 메기 메운탕’인가? 막걸리를 곁들여 별식(?)으로 맛을 음미한 그 날 매운탕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첫눈은 그곳에도 수북이 쌓였다. 이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나 보다. 춥고 을씨년스런 겨울이.

 

 그러나 어디 겨울이 춥기만 한 계절인가? 아무리 겉으로 다가오는 추운 계절이 겨울이라 할지라도 주변의 친구 동료 존경하는 상사 정을 나누는 이웃들과 함께할 때 한 대 속 겨울은 더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는 계절인 것을.

 

 흥청망청 한잔 술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 옛날 크리스마스 전야 같은 모습도 비치지 않고 흥겨운 캐롤이 사라진지도 오래지만 그럼에도 댕그렁 대는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처럼 올 겨울도 훈훈하고 따뜻한 솜사탕 같은 겨울이 되었으면 싶다.

 

 지진으로 가옥이 허물어지고 심신의 고통으로 몸과 마음이 통으로 지쳐간 이들에게도, 병마로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빈곤과 가난으로 힘든 이웃들에게도, 테러와 폭력으로 노출된 세계 시민들에게도 찬바람 이는 냉골 계곡이 아닌 진정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함께 하는 그런 계절로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 계절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이전글        가을, 이 계절에 가을을 남기고
리스트
100자 의견쓰기
이름 : 비밀번호 : 044263 : 좌측의 숫자를 입력하세요.
댓글등록
    2017.12.13 수요일
핫클릭 뉴스 더보기
포토 & 동영상 더보기
쓴소리/단소리 더보기
북한 김정은의 친필 명령서
얼마 전에JTBC 회장직을 그만 두신 분이'북한이 .. 
네티즌칼럼 더보기
2017.12.9  태극기 집회 ..
2017.12.9 태극기 집회 강연내용과 화보 2017.12.9 .. 
깜짝뉴스 더보기
日 야쿠자도 고령화…50대이상 조직원 40% 넘어·80세 두목도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세영이가 100일 되던 날
코나스 웹진 구독하기
  • 성명서/행사정보
  • 관련사이트
  • 기사제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