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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엄마와 할머니는 콘서트, 할아버지 차지 된 세영이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12-14 조회 조회 : 15716 

 연말이 되다보니 여기저기서 모임이 잦다. 12월13일 이 날은 강동소방서 의용소방대 연말 송년회가 계획된 날이다. 필자도 작은 역할을 맞고 있어서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겹쳤다. 한 달 훨씬 이전부터 아내가 이 날만은 다른 약속을 잡지 말라고 신신당부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일단은 약속을 잡지 말고 비워두라”는 말만 늘어놓았다.

 

 “알겠다”는 말로 약속을 했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이 날이 송년회가 될 줄이야. 그러나 어쩌랴, 이미 철석같이 약속을 했는데, 하여 “무슨 일이냐?”며 그 날 행사가 있다고 넌지시 떠보자 꼭 가고 싶은 콘서트가 있는데 운 좋게 티켓 두장을 확보했단다. 해서 그 날(12.13) 은지와 둘이서 콘서트를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날은 애기(장세영)를 봐야 한다는 거다. 꼼짝없이 걸려 든 것이다.

 

 그로부터 단독 애기보기 예행연습이 시간차를 두어가면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오줌 누었을 때 기저귀 가는 법이야 이제는 익숙해졌는데도 아내의 눈에는 별로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본인이 갈아주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면서 나에게 해보라 시키기도 하고, 그게 또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시키고, 똥을 싼 경우에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교육도 시킨다.

 

 거기에 딸은 물티슈 몇 장을 뽑아서 이렇게 개어놓고, 나중 교체한 기저귀를 버릴 쓰레기 봉지를 가져다 놓는 등 순서며, 우유를 더운물과 찬물을 어떤 비율로 해서 언제 타고, 언제 먹이며 잠은 우유를 먹는 시간으로부터 트림을 시켜 언제 먹게 하고 잠은 언제 재우는 등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라리 일을 하고 말지 이해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그러더니 13일이 가까워 오자 메모지에다 시행방법을 순서대로 하나하나 다 메모를 해 놓았다. 착착 진행된 예행연습을 통해 자신감 있게 터득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미리 소방대에는 송년회 참석지 못함을 미안한말로 대신 전했다.

 

 그리고 13일 저녁, 곧장 퇴근과 함께 두 사람이 집을 나서고 나와 세영이와의 단독 놀이가 시작됐다. 4시간 이상 둘이서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결론적으로 이 날 세영이 돌보기는 성공이었다. 할아버지의 섬세함이 세영이를 편안하게 해 주었나 보다. 나중 콘서트에서 돌아온 딸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대뜸 “아빠, 선수네. 베이비시터 해도 되겠다”한다.

 

 그 날 잠자던 세영이는 7시20분에 일어났다. 안고 놀다 30분에 우유 60ml를 먹이고 다시 5분 후에 20ml, 또 5분 후에 30ml를 먹였다. 도합 110ml로 일단 목표 성공이다. 등을 토닥이며 트림을 시켰다. 그리고 잠재우기에 들어간다. 제일 어려운 관문이다. 잠을 재우기 위해 전 날 휴대전화에서 평소 잠재울 때 켜놓은 앱(자장가 용)을 다운 받았다. 그 앱을 켜놓고 토닥이며 잠을 재우는데, 할아버지 손이 약손인가, 이날따라 잠도 잘 잔다. 하지만 불과 몇 분 뒤에 깨어나 칭얼대니 곧장 거실에서 달려와 입에 쪽쪽이(공갈젖꼭지)를 물리고 재우자 또 잠에 빠진다. 40분 간 잠을 자더니 눈을 떠 거실로 안고 나와 20여분 함께 어르고 하는데 계속해서 인상을 쓰며 칭얼대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래도 계속 징징댄다. 아차 기저귀?

 

 역시 예상이 맞았다. 기저귀에 일을 봐놓았으니 세영이가 말은 못해도 얼마나 찝찝했으랴. 큰일을 했으니 이젠 당연히 배고픈 순서. 9시45분부터 5분 동안 90ml를 잘도 먹는다. 트림을 시키고 나자 다시 40ml를 먹는다. 나까지 기분 좋아지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거실 세영이 침대에 뉘어놓고 장난감 딸랑이를 흔들어대며 함께 놀아주니 방긋방긋 웃으며 세영이는 할아버지를 놀게 해준다.

 

 둘이서 계속 눈을 맞추고 놀면서도 시계로 눈이 갈 무렵 현관문에 신호음이 들리더니 콘서트에 간 아내와 딸이 들어오며 호들갑이다. “세영이 어떻게 울지 않고 놀았느냐?”는 물음에서 속사포 같은 발음이 계속이다.

 

 예상 시간보다 일찍 들어온 이유를 묻자 ‘앙콜 음악’을 듣지 않고 바로 왔다고 한다. 딸아이가 아이 걱정에 더 있을 수 없어 하더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리다 간 공연인데 다 보고 오지 그랬느냐?”는 말에 “아빠 덕에 오랜만에 신나고 즐겁게 공연을 봤다”며 “아빠 고마워요”한다. 제가 엄마이고, 제가 이제 부모이기에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렇다 함에도 또 그게 그렇게 안쓰럽고 애처롭게 다가옴은 어떤 연유일까?

 

 평상시 일찍 출근하는 습성에 출근하면 먼저 오신 윗 상사분과 자주 커피타임을 갖는다. 다음날(14일)도 일찍 출근해 국장님 실에서 직접 내려주신 커피를 마시며 어제 일을 화제로 얘기를 하자 국장께서도 대뜸 그러신다. “나도 우리 애만 보면 안쓰럽다”며 말을 잇는다. “외손주(10개월째)가 발육이 잘돼 다른 아이들보다 커서 좋기도 하지만 몸이 약한 딸이 이만 저만 고생이 아닌 것 같더라. 애가 움직이는 활동량이 많아 엄마가 한 눈 팔 수가 없다”며 딸 걱정이다. 어린 손주를 가진 두 남자의 동병상련의 화제는 직원들이 대거 출근하는 시간까지 계속 이어진다.

 

 이제 우리 세영이가 서울에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광주 집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번 100일을 맞아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셔서 뵈었지만 광주의 두 분께서는 또 얼마나 세영이가 보고 싶겠는가. 아마도 악을 써가며 울어대던 모습이며,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오가며 입을 헤 벌려 웃던 그 모습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본다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늘 함께 하기 때문 일지다.

 

 아기들이 있어 사람 사는 온기가 있고, 애기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있어 사람 사는 맛이 나는 오늘이다. 그러나 한 사람 아기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소요되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부모가, 가정이, 사회가, 국가가 더 많이 배려하고 더 합당한 지원과 정책적 배려를 해야 멈춰버린 우리 이웃에서의 아이 울음소리가 더 영명하게 울려 퍼지게 될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s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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