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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물병이 입으로 척척, 외할머니 무릎에선 힘자랑도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8-04-06 조회 조회 : 10847 

물병이 입으로 척척, 외할머니 무릎에선 힘자랑도
전국이 온통 꽃 잔치다. 진해 벚꽃 군항제는 이미 저물었지만 지금 서울은 온통 벚꽃 충전이다.

 

 목련과 개나리는 설핏 빛을 잃었지만 여의도 윤중로에도, 중랑천 변에도, 서울숲 벚꽃 가로수에도, 우리 동네 마을길 양옆 하늘을 가릴 듯 펼쳐진 가로수에는 한밤중에도 밝은 대낮을 연상케라도 하듯 꽃비가 와르르 우수수 쏟아지며 눈망울을 바삐 움직이게 한다.

  간밤 내린 빛줄기로 꽃잎들이 다 시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한갓 기우에 불과했다. 아침 출근길 아파트에서 암사역으로 향하는 좌우 양 가로수 벚꽃들은 멀쩡했다. 점심시간 서울숲 벚꽃 도로도 매 일반이었다. 직장인들에서 이런 저런 사람의 행렬은 물론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엄마들의 꽃구경도 당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로수 벚꽃들이 이 봄을 아리게 하는 빛의 눈(眼) 꽃이라면 엄마 손 잡고 아장아장 함께하는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은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게 하는 내 마음의 눈꽃이라 할 듯도 싶다. 오늘 바로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요즘 세영이는 1주일 전과는 또 다르다. 아이가 보고 싶어 필자에게 미처 말도 없이 광주로 훌쩍 달려간 외할머니 무릎 위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동영상 속 세영이는 엄마가 들려주는 말소리에 장단을 맞추기라도 하듯 한 순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뛰고 또 뛴다. 외할머니가 안고 있기가 버거울 정도로 쉬지 않고 뛴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까지도 앉아있는가 하면 이내 뒤로 넘어지더니 이젠 양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앉아 자세를 잡는 폼이 맵시까지 선을 보이며 그럴 듯하게 앉아 있어 보기에도 웃음이 배이게 한다. 어떻게 배웠는지 물병에서 물도 혼자 먹는다. 보리차가 든 양쪽 손잡이가 있는 물병을 스스로 집어 들어 뾰족한 빨대를 입에 물고 척척 물을 마신다.

 

 한번 두 번, 예사 솜씨가 아니다. 그러자 목마름이 가셨는지 한쪽으로 휙 집어 던지고는 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집어 든다.

기어 다니기 시작하다 보니 무릎에다 보호대를 매 주었나 보다. 제 눈에도 무언가 신기하고 어쩐지 부자연스러운지 손으로 부여잡고 당기는가 하면, 바로 또 기어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엄마, 이게 뭐예요?’ 하는 양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움직임을 방지하고자 아빠가 양발로 두 손을 누른 채 옷을 입혀주면 답답하다며 소리 질러 떼를 쓰기도 하고, 졸리지도 않는데 안고 있다 침대에 누이기라도 하면 대성통곡으로 자지 않겠다고 주렁주렁 고드름이 매달리는 것처럼 눈물바람 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대할 때면 웃음과 함께 마음이 짠해지는 느낌도 동시다발이다. 

   기다리던 봄비로 아직은 지난겨울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숲 속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파릇파릇 봄의 새싹들이 우후죽순처럼 제 모습을 뽐내고자 하는 요즘, 세영이 또한 새봄의 새싹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며칠 전 세영이 곁으로 훌쩍 달려가 3일 천하와 같은 또 다른 기쁨의 힐링을 한 외할머니, 오늘 세영이를 뒤로 하고 서울로 발걸음을 옮길 때 서운함은 또 어떨까.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게 그래서 핏줄이요, 가족이라 하지 않던가.

아마 외할아버지가 열심히 세영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세영이는 콩나물 시루에서 쑥쑥 자라는 콩나물 마냥 스스로 물을 쪽쪽 빨아먹듯이 그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봄의 깊이만큼이나.(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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