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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가슴에 단 카네이션이 곱게도 빛나던 ‘어버이날’!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6-05-08 조회 조회 : 20923 

 유리창 밖으로 느껴지는 햇살이 퍽으나 화창하고 한가롭게 다가오는 5월8일 오전 한 순간. 지난해 이맘때 결혼한 큰 아이<은지>는 광주 시댁에서 시댁 부모님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을 시각이고, 올 3월 신혼살림을 차린 작은애<은경>는 집으로 모신 시댁 식구들 맞을 준비로 다소의 긴장 속에서도 없는 솜씨를 발휘해야 하겠기에 모름지기 부산떨며 음식준비를 하고 있을 시각이다.

 

 올해 5월8일은 우리 아이들이 시집을 가서 처음 맞는 어버이날이다. 함에 ‘그 때는 어쨌을까’ 하며 가만히 지난날을 떠올려 본다. 지금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 아버지는 또 어떻게 오늘을 보내고 계실까? 하늘나라에도 어버이날이 있으려나? 그 때 그 해 오늘, 시골에 계시던 엄마에게 나는 어떻게 했었던가? 선물이나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있나? 찾아 본 적은? 별로 기억이 없다.

 

 직장에서 퇴근한 아이들이 카네이션 꽃송이를 들고 오면 그때서야 “아이고, 내 정신봐라. 오늘 엄마에게 전화 했나? 안했나?”하며 부랴부랴 전화기를 찾던 나 자신이기도 했다. 해서 이번 어버이날은 조금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날이라면 날이다.

 

 며칠 전 거실에 누워 TV 삼매경에 빠져 이리저리 채널 돌리기로 취미생활을 대신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카톡’울림이 신경을 때린다. 한 참을 TV에 시선을 고정하다 문득 휴대전화가 생각나 카톡 문자를 열어보니 어버이날에 대한 내용이었다.

 

 시골마을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둔 부부가 있었단다. 내일이 어버이날이어서 동네 누구네 집에선 누가 오고, 또 누구네 집에선 누가 온다는 연락이 와 작은 시골마을이 소란해지고 있었다나. 그런데 아들이 둘씩이나 있는 집임에도 어버이날 온다는 얘기는 고사하고 전화한통 없어 아버지는 투덜투덜 날씨에 심통 탓을 돌리며 휭하니 나가 한동안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부인이 이곳저곳 찾으며 창고로 쓰이는 광(鑛)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올망졸망 큼직하게 담겨진 두 개의 보따리가 있었다. 한 보따리에는 관절염에 좋다는 엄나무 껍질이 얼마 전 읍내에서 짜다 놓은 참기름과 더불어 잔뜩 들어 있고, 또 하나의 보따리에는 간에 좋다는 민들레 뿌리와 고사리 등 집에서 기르고 산에서 캐온 각종 먹거리들이 가득 들어 있더란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들이 내려오면 주려고 높은 산까지 올라가서 아버지가 해놓은 것들이었다.

 

 아내가 밖에 나와 동네 어귀 팽나무 아래로 가자 그곳에 우두커니 남편이 한곳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집으로 갑시다. 배고픈데 왜 지금까지 이러고 있어요?”하며 함께 집으로 오자 마침 집에서 키우던 씨암닭들이 홰를 치자 “에이, 씨암탉을 누굴 먹이려고 키우나? 우리나 잡아먹읍시다”.

 

 어버이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있는데 갑자기 밖이 시끄러워지더니 “엄마, 아버지 저희들 왔어요. 김 서방 왔어요” 하며 시집간 딸과 사위가 양손에 무언가를 무겁게 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던,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저는 막내딸이었다. 보따리에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떡이 맛스런 김을 아직까지 내뿜고 있었다. 아들들에 비해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그렇고 그런 짝을 구해 훌쩍 시집보내버렸는데..... 기다리던 아들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데 딸은 사위와 더불어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맛있는 것을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식을 세라 새벽길을 재촉해 일직 친정을 왔으니....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다. 한 단락 단락을 읽어 내려가며 몇 번 눈가를 훔쳤는지 모른다.

얘들이 결혼하고 나서 처음 맞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조금은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초대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우리 부부를 멋스런 빌딩의 한 음식점으로 초대했다. 왁자한 웃음소리와 더불어 맛있는 음식을 사이로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얼굴 가득 웃음 한편으로 ‘아, 바로 이게 부모자식 간의 격의 없는 사랑이자 기쁨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행복이 뭐 별게 인가. 지금 현재의 이 모습이 사람 사는 맛이고 기쁨일진데.

 

 그런 한편으로 ‘지난 날 내 부모님이 계실 때 나는 어떻게 했더라?’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가슴 시리고 얼굴 화끈거리지 않을 수 없다. 먼 곳에 있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이유, 국가에 메인 몸(?)이라는 그럴싸한 사유를 대며 그저 전화 한통화로 때우거나, 통장에 몇 푼 되지 않는 용돈 부치는 것으로 으쓱 대거나 스스로 위로하며 아들 노릇 다했다는 자기만족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새삼 그 때가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한번 가시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시지 않는 부모님. 5월8일 어버이날에 아이들은 모두 시댁 부모님들과 시간을 함께 한다고 했다. 8일 정오 모처럼 집사람과 인근 식당을 찾았다. 많은 자녀들이 카네이션을 단 부모님을 모시고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얼굴에도 미소가 서려진다.

 

 어르신들의 기뻐하는 모습 함께 보면서 내 마음 또한 기쁨으로 차오름은 나 또한 어버이 된 그 마음과 동일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금당 이현오.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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