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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인생 뭐 별거 있나요? 이렇게 살면 되지”!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6-10-12 조회 조회 : 12864 



마치 시골 할아버지 같은 인상에선 세파에 닳고 찌든 모습이라기보다 그냥 동네 어느 곳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어 보이는 평소 우리 이웃의 지극히 보편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런 분이었다.

 

 텅 빈 빵틀 앞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손님이 오자 밝은 미소의 억양으로 “어서 오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양해를 구하고는 계속해서 손놀림을 바삐 이어간다.

 

 
10월8일 토요일 점심시각이 지난 오후, 사이클(애마 세븐-11호)을 타고 난 한참 뒤라 배가 출출해 우선 커피부터 한잔 마시다 마침 건물 밖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던 붕어빵 생각이 나 슬리퍼를 끌고 내려갔더니 한 두번 뵈었던 사장님께서 기분 좋은 어투로 반겨 맞아 주신다.

 

 특유의 붕어빵 냄새가 주변을 적신다. 모처럼 달콤한 맛을 볼 생각에 입가엔 벌써부터 침이 고이기 시작하고.

아뿔싸, 그런데 붕어빵 가게에 붕어빵이 없다. 우스갯말로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있냐?’는 개그도 풍자되곤 하지만 정말 없다.

 

 굽기가 바쁘게 동이나는 것 같다. 미안해하시는 사장님 말씀, “방금 전 오신 손님께서 몽땅 가져가서....”없으니 조금 기다려 달란다. 그러면서 손놀림은 분주하다. 텅빈 빵틀 하나하나를 뒤집고 또 뒤집으면서 ‘손질 빗’으로 열심히 빵틀에 남은 부스러기들을 털어내고 기름칠을 한다.

 

 그러고는 곧장 숙달된 매우 깔끔하게 정제된 손놀림으로 반죽된 밀가루 호수를 들어 1차 반죽을 넣고 그 위로 팥고물, 이어 다른 빵틀을 몇 개 빙그르 돌리고는 좀 전 밀가루를 담았던 틀 위로 2차 밀가루 반죽을 덧씌우고 이내 번갈아 가며 기존의 순서대로 빵틀을 확인한다. 내 눈은 헷갈린데 사장님 눈은 정확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얼굴엔 싱글벙글 이다. 
 

 어젯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아니면 오늘 아침부터 붕어빵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서 그러는지 얼굴 가득 들어찬 주름살 사이로 흐믓해 하는 미소가 청명한 가을하늘만큼이나 청아하게 묻어나는 것만 같다.  

 

“인생 뭐 있습니까? 오늘 하루 벌면 버는 대로, 많이 들어오면 좋고, 또 그렇지 않으면 그런대로 살면 되는 것이지요. 요즘처럼 이렇게 불경기에 너무 남 탓 할 일 없어요. 이렇게 해도 한세상이고, 저렇게 해도 세월은 가잖아요. 보릿고개도 살았는디요? 안 그래요?”하며 나의 동의를 구하는지, 아니면 혼자 말씀인지 뱉으면서 또 웃음을 띄운다.
  

 

“아 네 그러믄요” 나도 덩달아 장단을 맞추며 아저씨 얼굴을 바라본다. 70 중반정도 되셨을까? 아니, 어쩌면 많은 고생을 해서 본래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지도 모를 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일주일 내 이곳에서 일 합니다”.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붕어빵을 굽는다고 하신다.

해서 “그렇게 하시면 얼마나 고단 하십니까?” 하고 묻자 역시 돌아오는 건 인상 좋은 웃음소리와 함께 “배운 게 뭐 있나요? 몸으로 라도 해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도 나이 먹어 이렇게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이래저래 말이 오가는 속에 곧 빵이 익었나 보다.

빵틀을 몇 번 뒤집자 그새 노르스름하게 익은 붕어빵이 먹음직한 자태를 드러내며 첫 번째 손님인 나를 포함해 손님 맞을 채비를 다 한 채 틀 속에서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뒤에도 아주머니 두 분이 있고,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생이 차례를 기다린다. 잘 팔리는 것 같다. “천원어치라고 했죠. 여기 있습니다.” 잘 익은 뜨끈뜨끈한 붕어빵 세 개를 딱 들어맞는 크기의 종이 봉지에 정성껏 담아서 손아귀에 쥐어준다.

 

 사장님과 주고받는 짧은 몇 마디 말에서 무언가 나에게 남겨진 의미가 있는 것만 같다. 단 돈 천원 지폐 한 장에 붕어빵은 덤으로, 그와 더불어 한참 더 크고 깊은 무언가를 얻은 것만 같아 스스로가 우쭐해지는 기분이다. ‘인생’.

 

 달관한 삶의 철학에서 오는 경지일까! 붕어빵에 인생의 깊이가 담겨 있나 보다. “그렇지. 인생이 뭐 별거 있겠나? 이렇게 아웅다웅, 저렇게 흥얼흥얼 해도 우리네 인생은 가는 것인데”!

 


금당 이현오 / 수필가.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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