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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짱’이를 통해 다시 생각케 되는 애견-강아지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6-10-18 조회 조회 : 14857 

벌써 한달 여가 되어가나 보다. 올 초 시집간 막내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에 강아지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시집가기 전에도 간혹 강아지 하나 키웠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언젠가 겨울 주말을 맞아 집에 가 보니 개가 묶여 있던 줄은 있는데, 시간이 가도 멍멍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죽었다고 했다. 당시 시골에서는 동네 밭에 쥐약을 놓곤 했는데, 마을 어른이 쥐약을 해놓고 밭 근처에 있는 우리 집에 알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 쥐약이 놓인 것을 알려주면 당분간 가정에서는 키우던 개나 닭 등이 함부로 나다니지 못하게 묶어놓곤 했는데 그 집에서도 그만 깜빡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쥐약에 담긴 멸치를 먹었는지 아니면 다른 것을 먹었는지 잘 커가던 개가 그렇게 비명에 횡사한 것이다. 그것도 쥐약을 먹고 와서 아버지 품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그 날 나에게 담담하게 들려주시던 아버지 얘기가 애처럽게 가슴을 울렸다. 과묵하시면서도 누나와 나, 남매에게 무척 자상하시던 아버지는 동물을 사랑하신 분이었다. 소소한 시골 살림이었지만 그래도 시골(섬)에선 흔치 않게 소도, 돼지도, 닭도 치며 늦게 받아들여 키운 개에게도 정을 듬뿍 주셨다. 


 개에게 관심을 갖기 이전 방학 때 가서 보면 우리 집 멍멍이는 나에게는 시큰둥해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온갖 끼를 다 부려가며 정말 잘 따랐다. 밤늦게 인근 마을에 가서 약주라도 한 잔 하고 저녁 늦게 오시면 멀리서부터 아버지 인기척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해서 묶여 있을 때면 낑낑대며 온통 난리 부르스를 피우다가도 풀어주면 마치 비호(飛虎)처럼 달려 나가 아버지를 맞으면서 원맨쇼를 다 하곤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먹다 남겨온 안주거리를 입에 넣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게꼭 멀리 떨어져 있다 방금 집에 들어온 자식을 대하듯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낮 아버지가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고 지게에 짐을 진 채 힘겹게 걸을라치면 앞서거니 뒤를 따르거니 오가며 쉬지 않고 장난질로 아버지의 힘든 무게감을 덜어주는 듯한 폼새가 여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에게 있어 가족이나 다를 바 없던 멍멍이가 어느 날 약을 먹고 와 독(毒) 기운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 품에서 몸부림을 치다 죽고 말았으니, 그 아픔이 오죽 했겠는가? 죽어가면서도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은 그 눈망울을 한 동안 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 멍멍이가 간 후 아버지는 이후 단 한번도 개를 키우지 않았다. 그 때 그 장면이 나에게도 전파되었을까. 아직 강아지에게 내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 같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달리다 보면 개로 인해 이런 저런 경우를 당하게 되는 때가 있다. 지금이야 법적으로 개를 묶도록 돼 있고, 오물도 의무적으로 치우게 돼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한강을 달리다 갑자기 뛰어든 개로 인해 깁스를 하고 한동안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도,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을 겪은 경우도 다반사 였으니 그런 기억들이 어쩌면 개를 더 달가워하지 않게 된 배경이 된지도 모르겠다.


 헌데 지금 우리 막내는 집에서 ‘꼬미’(애완견)를 잘 키우고 있단다. 귀찮은 점도 있지만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즈이 엄마한테 자랑이 이만저만 아니다. 며칠 전 주말 사위와 같이 와서 차(茶)한잔 하면서 하는 말 꼬미가 ‘자식’이라나. 아니 아직 아이도 낳지 않은 신혼의 새댁이 그런 말을 하니 손주를 기다리는 아빠의 표정관리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꼬미’ 사진의 앙증스런 뒷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도 한다. 


 가을햇살이 탐스럽게 쏟아지던 10월 중순 어느 날. 점심을 마치고 회사 동료 직원과 인근 서울숲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던 중 마음이 짠하게 울리는 슬픈 얘기를 들었다. 충격이었다. 동료와 가장 절친인 회사 언니 개 - 이름 : 짱 - 가 졸(卒)했다고 한다. 노환(老患)으로. 개의 평균 수명이 얼마인진 몰라도 나도 몇 년 전 본 적이 있고 이후에도 자주 얘기를 들어서 짠한 마음이 더해졌다. 


 어떤  견종(犬種)인지는 몰라도 땅딸막한 다리에 디룩디룩 뒤뚱뒤뚱한 ‘짱’이는 절로 웃음을 부르게 하면서도 영리해 집에서는 그냥 이 아니었다. 한 가족이자 한 이불속에서 함께 숙식을 나누며 놀러도, 운동도 애환을 함께 나눠 언제나 시댁과 친정 모든 가족들이 사랑을 듬뿍 주는 그 이상의 무엇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환(老患)은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겐 피할 수 없는 법.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게 모든이에게 다가오는 숙명 아닌가. 죽음을 예견해 식구들과 시간을 많이 가졌고, 또한 품안에서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고 하니 그 또한 행복한 마지막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애닯고 안타까움 심정이야 어디 쉽게 가실 리 있겠는가. 


 짱이가 하늘나라로 간 현실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여직 눈물이 마를 새 없다고 하니, 그 마음 조금은 헤아릴 것 같다. 사람이나 동물을 불문하고 인연의 끈처럼 질긴 게 또 어디 있으랴! 10년이 훨씬 흘러온 지난 순간 자식과도 같이 함께 뒹굴며 동고동락 하였으니 어찌 그 아니하리. 


 오가는 게 인생이요 만났다 헤어짐이 세상사 모든 만물과의 만남과 별리(別離)의 이치 일지라 하니 ‘짱’이 엄마도 이제 슬픔에서 벗어나 마음속으로 영원히 함께 하기를 권면하고 싶다. 그래야 ‘짱’이 또한 그 마음 받아 들여 편안하게 함께 할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금당 이현오 / 수필가.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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