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Home > 코나스마당 > 세상사는 이야기
제 목 가을볕 가득한 궁궐에서 나라를 생각하다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6-11-02 조회 조회 : 12777 

 

 가을인가 싶은데 금방 겨울이 다가온 10월의 마지막 날(10.31) 아침. 게으름이 붙었다. 어제 밤도 그 누군가(최고의 사회봉사활동가)와 더불어 두세시간 열정 토론을 가진 뒤라 2시가 돼서야 눈을 붙인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왠지 이날은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다. 쉽게 툭 털고 일어나 출근하기가 미적거려 지는..... 해서 며칠 째 타지 않은 애마(자전거 세븐-11)와의 상면을 오늘도 포기한 채 지하철로 출근을 서둘렀다.

 

 이유는 또 있었다. 아침 뉴스를 통해 본 기상예보가 초겨울로 갑자기 뚝 떨어졌음이다. 거기다 중부 지방을 포함해 각 지역이 적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기상캐스터의 예보 방송이 애마로의 출근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뇌리를 지배하는 10월의 마지막 날 나는 나의 절친이자 나의 발이기도 한 애마를 뒤로 출근길에 나선 것이다.

 

 역시 예보대로 날씨는 차가웠다. 불과 며칠 사이에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초스피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수요일(10.26, 이날은 박정희 대통령이 최측근 세력 김재규 중정부장으로부터 피격돼 서거한 날이자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민족정기가 서린 날이기도 함) 필자를 비롯한 우리 회사 직원 10명은 경복궁에 있었다.

 

 조선 최고의 궁궐인 경복궁. 자전거 동호회원들의 역사문화 탐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궐문화원 문화해설사인 필자가 동호회원들을 안내하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경복궁을 찾았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었다. 마침 이날은 셋째주 수요일로 ‘문화가 있는 날’이란다. 그래서 고궁도 무료로 관람케 한다고 했다.

 

 경복궁에도 가을이 익고 있었다. 경복궁에 임금님이 계시는 곳마다 힘차게 날며 태평성대를 구한다는 이른바 태평성대에만 나타난다는 길조 ‘봉황’이 날갯짓을 하며, 근엄한 정전 근정전과 집무실인 사정전, 침전인 강녕전 등에는 ‘일월오악도’에서 쏟아지는 해와 달이 조선천지를 비추고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소나무, 폭포수, 소나무 등이 조선사직(朝鮮社稷)의 영원무궁과 왕실의 번영을 축수해 주고 있었다.

 

 거기에 교태전에서 자경전을 거쳐 조선 근세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 있는 건청궁((乾淸宮)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막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인 은행나무에서 제 활엽수들이 고운 빛을 띠며 지나는 궁궐 관람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있었다.

 

 평일 오후인데도 경복궁은 사람들로 북적 북적. ‘아니 평일인데 웬 사람이 이리 많은 것인고’ 알아보니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들이란다. 중화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들은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아니면 우리 궁궐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는지 서로의 발성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목소리가 쩌렁쩌렁 전각을 울리는 것만 같다.

 

 하긴 저 관람객들이 우리 궁궐 경복궁을 보면서 중국이 자랑하는 자금성(紫禁城)과 어떻게 견주어 생각할까도 떠올려 봤다. 저들은 그 크기만을 비교하면서 우리 궁궐이 마치 자기네 궁궐 속궁으로 여기지는 않을까? 우리 궁궐이 비록 중국의 궁제(宮制)를 따랐다 해도 조선의 지세에 맞게 조선화 했다는 사실, 자금성보다도 무려 17년 앞서 건축됐다는 사실을 알려는지......

 

 그 날 우리 동호회 회원들은 경복궁 탐방을 통해 한가지 분명한 사실을 머리에 담았다. 역사(歷史)가 긴 나라이든 짧은 나라이든 자랑스런 역사도 있고, 뼈아픈 설움의 역사도 있겠지만 자랑스런 선인들의 역사도 내나라 역사요, 생각하기 싫은 고통의 역사도 내나라 역사이듯, 현재의 나와 우리, 이 땅의 미래 역사를 이어갈 후손들에게 더 크고 웅대한 역사를 이어주기 위해서라도 내 나라 지킴이에 앞장서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건천궁 앞에 서서 121년 전 조선의 국모(國母) 명성황후의 시해(弑害) 당시의 을미사변을 설명하고 떠올린 채 경복궁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지만 그를 통해 내일에 대한 더 큰 거보(巨步)를 생각할 수 있던 그 투어(tour)가 햇살 가득한 가을 궁궐의 언저리에서 나라를 생각하는 또 다른 시야를 갖게 됐음을 토로하고 싶다.

 

금당 이현오 / 수필가(holeekva@hanmail.net)

 

 


  다음글        엄마, 그 새도 평안하지요
리스트
100자 의견쓰기
이름 : 비밀번호 : 962673 : 좌측의 숫자를 입력하세요.
댓글등록
    2017.7.26 수요일
핫클릭 뉴스 더보기
포토 & 동영상 더보기
쓴소리/단소리 더보기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10억달러 대금..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10억달러 대금청구를 바라보.. 
네티즌칼럼 더보기
문제인정권 속임수에 국민은..
문제인정권 속임수에 국민은 속고 나라는 망해! 끝장내.. 
깜짝뉴스 더보기
日 야쿠자도 고령화…50대이상 조직원 40% 넘어·80세 두목도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직속상관의 ‘식권’ 한 ..
코나스 웹진 구독하기
  • 성명서/행사정보
  • 관련사이트
  • 기사제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