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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온통 雪 빛으로 변모된 은빛 세상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1-20 조회 조회 : 11995 

 눈(雪), 눈(雪), 눈(雪)의 바다다. 아니 눈의 세계라고 해야 되겠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눈이 오니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부터 환호하며 환희 작약이다. 전국이 은빛 설원 눈 속으로 파묻힌 느낌이다. 서해에도, 동해에도 서울에도, 신안 앞바다 내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 팔금 동네마을 어귀에도, 논과 밭에도, 산에도 바닷가 개펄에도 온통 눈 덮인 산골마을이 되어 버렸다.

 

 고성 간성 20㎝ 백령도 11.6㎝가 내렸다 하고, 서울에도 아침 6시 현재 6.2㎝가 내리는 등 중부 지방 등에 폭설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이다. 눈을 뜨자마자 켠 TV뉴스에서는 예전 폭설로 도로가 막힌 화면을 내 보이며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멈춰서버린 차량들과 더불어 눈 내린 상태에서의 운전 요령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이런 말을 하면 ‘속편한 소리 하고 있네’ 하며 타박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눈이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눈이 많이 와서 아침 출근길 어느 정도 지장을 주면 좀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가용은 집에 두고 지하철이나 버스 타면 되고 그도 아니면 걸어가면 되지 않는가?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더라도 눈에 취했으면 하는 생각인 것이다. 이유가 있다. 올 겨울 서울에는 비다운 비 한번 오지 않고 눈다운 눈 한번 오지 않았으니, 이렇게라도 한번 올 때 하늘을 가릴 듯 폭설이 내려 미덥지 못한 세상을 밝혀 마음의 짐이라도 조금 내려지게 한다면 그 또한 행(幸)이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아침(2017.1.20) 기상과 함께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다가 환하게 변해버린 아파트 색깔에 탄성을 내질렀다. 문을 열어보던 아내도 함께 소리를 가미했다. 이 겨울 서울에서 눈을 본 것은 아마도 처음 인 것 같다. 지난해 11월26일 광주에서 거행된 사돈아가씨 결혼식이 있던 토요일 오후, 서울에 눈이 내렸다. 첫눈이었다.

 

 하지만 그 때 결혼식 참석 관계로 첫눈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날 내린 눈을 보면서 환해지는 마음 더불어 행동마저 더 민첩해지는 기분이었다. 출근 시각 아파트 도로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한참을 서서 눈 쌓인 나무들을 바라보며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기도 했다.

 

 자동차 지붕위에도, 아이들이 타고 노는 자전거 핸들과 안장위에도, 붕붕붕 꼬마 자동차 위에도, 놀이터 그네와 미끄럼틀 위에도, 재활용품으로 치우기 위해 내다 모아진 숱한 빈 박스 위에도 무더기 무더기의 솜사탕같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아마 지금 내 고향 신안 섬마을 산과 들에도 온통 흰 눈으로 빛의 향연을 벌이고 있을 터이다.

 

 그 옛날 코 흘리게 시절, 참 눈이 많이 왔다. 찬바람이 휭휭불고 눈발이 끝없이 내려도 또래의 조무래기 아이들은 무릎까지 빠져가면서도 금당산 자락을 뛰다가 구르다가 엎어지고 넘어지면서도 그저 좋아 날뛰곤 했다. 초가지붕 처마 끝에 주렁주렁 아이들 팔뚝 두께만큼이나 길게 늘여 뜨려진 고드름을 떼어 칼싸움으로 시간을 보내고, 도로 한 가운데 땅을 파 그 안에 물이며 이물질을 넣고 눈으로 살포시 덮어 지나가던 여자 아이들이 빠지게 해놓고는 낄낄대기도 부지기수였다. 거기에 물을 부어 빙판길을 만들어 넘어지게 하거나 이도저도 못 다니게 하던 그 시절이 새삼 이 눈과 더불어 되살아나게 한다.

 

 그 시절 눈 세상은 아이들의 놀이였고, 추억이었고 체온 나눔이었으며, 서정적인 낭만에 서로가 함께 하는 인간관계이기도 했다. 못 살던 시절이지만 잊지 못할 아름다운 그 무엇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그런 애틋함을 나누고나 있을까?

 

 시골에선 아이들 울음소리가 사라진지 오래다. 내 고향 초등학교는 나 다닐 때만 해도 학년마다 최저 3개 학급에 콩나물 교실이었던 학교가 이젠 전체 학생수 30명이 채 되지 못한다. 서울의 어느 학교보다도 교육 프로그램이 잘 돼있고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학생 수는 날로 줄어들고 있어 동네 어르신들의 한숨이 깊어진지 오래라고 언젠가 친척 어른이 한 얘기였다.

 

 그래서 그럴까? 은빛 세상으로 변모한 오늘 아침, 재작년 결혼해 첫아기를 잉태한지 얼마 되지 않는 큰 딸에게서 카톡으로 뱃속 아이, 손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송됐다. 탯줄로 엄마와 함께 이어진 새생명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경이롭고 가슴 뿌듯해지던지. 딸 또한 “신기하다”고 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아이, 태동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엄마’만이 가질 수 있는 감동 또한 가질 것인데.

 

 내일 나는 광진구 위치한 그 옛날 고구려 선인들의 호국웅지가 담긴 아차산에 오를 것이다. 눈덮인 산을 오르며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지는 은빛 설원을 지켜볼 것이다. 이해에 태어날 손주의 안녕을 소망하면서....(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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