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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시집간 딸-사위들과 함께 한 설날!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2-01 조회 조회 : 16715 

 2017년 1월28일 토요일, 설날 아침. 하늘은 금방이라도 한바탕 비나 눈이 쏟아질 기세다. 뉴스에서도 강원도 동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고, 남부지방에서 차츰 중부지방으로 눈 ․ 비가 북상할 것이라고 했다. 

 

 설 연휴가 이틀째 이어지는지라 밤늦게까지 방영되는 TV 설 특선영화를 봤음에도 눈은 일찍 떠졌다. 이불속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안 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향하자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아내도 덩달아 창밖을 지켜보는 중에 “안 되겠어. 한강을 한 바퀴 돌고 와야지” 하자 “눈이 올 것 같은데 그냥 집에서 쉬지” 하는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의관(자전거 유니폼, 헬멧, 선글라스, 장갑)을 갖추고 집을 나섰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포화상태의 배를 좀 어찌해보자는 심사가 더 컸다. 광주 시댁으로 설을 쇠러 간 큰 딸 내외가 점심시간에 맞춰 올 것이고, 우리 동네가 시댁인 덕에 전 날 집에 왔다 간 막내딸과 사위가 점심시간에 맞춰 함께 자리를 하기로 해서 가까운데 까지로 목표를 정하고 나서는데, “또 사위들 기다리게 하지 말고 일찍 들어와” 하는 말을 뒤로 부랴부랴 애마에 올라 광나루를 통과 한강을 달렸다.

 

 얼마 만에 이 지역을 달려 보는가? 늘 강북도로를 달리다 강남 자전거 도로, 잠실지역 통과는 참 오랜만이다. 청담-영동-성수와 한남대교, 반포대교를 넘어 동작대교를 지나자 눈에 들어오는 건 바람에 휘날리는 아직도 흐드러지게 널려 있는 억새풀 밭이다. 신나게 달리는 애마를 잠시 쉬게 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흰 수염을 날리는 억새밭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휴대전화기를 꺼내 한 컷 내 모습을 촬영한 뒤 다시 애마에 오른다.

 

 씽씽 내쳐 달린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향해 페달에 힘을 가하는데 오호라! 흩날리는 게 있으니, 눈발이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눈송이가 어깨와 소매 위로, 애마 위에도, 도로 위에도 하얗게 무늬를 그리며 내가가는 길의 족적을 남기게 한다. 가슴을 열어젖혀 허벅지에 힘을 가하자 애마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저 스스로 먼저 내달리려 한다. 한강에 산책객도, 라이딩 족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아 나만의 질주는 본능적으로 이어진다.

 

 하긴 오늘같이 설날 아침 누구라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인가. 이내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크루즈 매표소 선착장에 흰매화가 만발이다. 생 매화이건 인공 매화이든 그게 무슨 대수랴. 내리는 눈발과 함께 매화를 눈에 담으며 다시 휴대폰으로 손이 분주히 오간다.

 

 이 때쯤이면 배가 고플 시간. 배낭에서 따끈하게 끓여온 커피를 내어 연거푸 세잔으로 배를 채우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늘과 강물, 조금 전 카메라에 담은 매화가 들어와 행여 또 담아 본다.

 

 오늘이 정월 초하루(음력 1월1일), 정유년 새해 아침 올림픽공원 망월봉에 올라 이 나라와 국민의 발전, 우리 가족을 포함한 모든 이의 건안하심과 안녕을 기원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한번 하늘을 우러렀다. “오늘의 이 험난한 가시밭길 같은 대한민국을 하늘이시여, 하느님 돌봐주소서, 지켜주시옵소서!”

 

 돌아오는 길은 진짜 가시밭(?)이었다. 다리에 힘 풀리고 눈발은 더 거세지고 빗물까지 섞인 데다 거기에 맞바람까지 동반하니 몸은 늘어짐에 갈 길은 더 더뎌지기 마련. 양발로 밟던 페달이 이젠 온몸으로 들썩이게 한다. 눈을 뜨기 어렵게 눈 속을 파고드는 눈(雪)을 피하고자 배낭 속 선글라스를 쓰자 ‘허허허’ 금방 습기가 차올라 그마저 눈앞을 가려 첩첩산중이다.

 

 그러자 이번엔 배낭 속 휴대폰이 연이어 진동음을 전한다. 딸과 사위들이 벌써 도착했다는 신호일 것이며,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암시이기도 할 것이다. 기진맥진 집에 도착하니 마치 그 옛날 변방으로 나라 지키러 멀리 떠나갔다 구사일생 살아 돌아온 남편과 아버지, 장인을 기다린 듯한 반가움으로 맞아 주니 기분은 흡족하기 이를 데 없는데, 배낭은 흙탕물에 죽탕이요, 옷 또한 축 쳐져 추적추적 엉거주춤으로 만든다. 허나 피로하면서도 몸과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우니, 가족의 따뜻한 맞음이 있기 때문 아닐까.

 

 누구 말마따나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설맞이 행사가 이어질 시간!

 

 아이들의 세배를 받고 꼭꼭 여며둔 세뱃돈을 손에 쥐어주며 한 해의 덕담을 잊지 않는다. “복 듬뿍 받거라. 복 중에서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 복도 건강과 안전의 복이 제일의 복 이니라” 마치 그 옛날 우리 엄마 살아계실 제 늘 하시던 말씀을 이제는 내가 대신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게 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역사도, 세월도, 인생도 부모와 자식의 위치도 돌고 돌아 앞서고 뒤따르고 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막내가 시집가고 처음 맞은 설날, 아내가 끓여준 맛깔스런 떡국과 음식으로 빛을 발하며 정담을 나눈 이 날. 그래서 설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가 보듬는 따뜻한 이웃들이 있어 더 정겹고 정이 있는 날인가 싶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사.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아이들이 시집가 가족이 더 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고스톱’. 이미 예고 한대로 딸과 사위 더불어 화투 앞에 진(陣)을 치고 전투준비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내가 먼저 선을 잡았다. 선수도 있었고, 초자에 아예 비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법은 법대로. 잃고 땀에 군소리가 있을 수 없는 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위아래 집에서 쫒아오면 어쩔까 조바심도 나지만 ‘그래도 오늘은 설인데 설마’ 하며 우리들의 손놀림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 설이 지나고 나면 맏사위는 서울에서 광주로 더 큰 내일을 위해 지방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다. 머지않아 딸도 엄마 아빠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서운함 마음이야 실로 크겠지만 이제는 저희들 살림과 인생이 있을지니 큰마음으로 축하와 격려로 응원을 보탰다.

 

 아마 시간이 흘러 한참이 지나도 온 가족 함께 한 2017년 첫 설날 ‘고스톱’ 행진의 그 날은 우리 가족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으로 기억될까 생각되어진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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