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Home > 코나스마당 > 세상사는 이야기
제 목 그래도 ''임산부 좌석'' 양보해 주자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3-23 조회 조회 : 19453 

 지난 주 큰 아이가 집에 왔다. 아직 옷을 다 입고 있는 상태에서는 확연히 눈에 띄지 않지만 그래도 한 두주 전보다 조금은 달라진 듯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더 불러가는 임신 4개월 딸아이의 배를 보면 신기해 질뿐이다. 예전 아내가 지금의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 어땠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주 집에 오는 딸애의 불룩해진 배를 대할 때마다 생명의 존귀함과 인간 생성의 신비함에 그저 경외감이 더 커질 따름이다.

 

 연초 어느 날 산부인과를 다녀온 은지가 병원에서 촬영한 초음파 사진 속 태아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의 신비함,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끔 보는 그런 느낌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한 생명의 지고 남, 그 중에서도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생명이 바로 이런 것 이구나 함을 깨달을 때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내 자신을 발견케 된 것이다.

 

 지난 주말 은지가 왔다. 저를 닮은 노란 참외를 사들고서. 결혼한 이후에도 막내딸과 함께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할까봐 매주 번갈아 가며 집(친정)에 와 지난 1주일여 있었던 이런저런 얘기 보따리를 풀며 살가운 정을 보이곤 하는데, 얼마 후면 직장관계로 사위가 내려간 광주로 떠나가겠지만 - 무척 많이 서운할 것 같다. 물론 그 옛날 신사임당께서 서울 시댁과 먼 강릉 친정까지 자주 오가고 해서 기대로 해 보지만 - 먼저 간 사위의 빈자리가 클 것임에도 혼자서 씩씩하게 큰 집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대견하다.

 

 어쩌면 혼자서 무서워하지도 않고 집을 지키며 출퇴근에 빈틈없는 것도 평소 당찬 구석도 있지만 그보다 뱃속에 있는 아이(손주)가 지켜주고 있다는 든든한 믿음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하여튼 이번에 온 딸아이의 배는 지난주보다는 더 부풀어 오른 듯 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식탁에 둘러 앉아 산부인과에 다녀왔다며 은지가 보여준 휴대폰 속 내 손주의 사진을 보면서 웃음이 빵 터졌다.

 

 한참 전에 봤을 땐 겨우겨우 해석을 해가면서 ‘여기는 머리, 저기는 손(?)’ 하면서 봤다면 엊그제 본 아기(손주녀석)는 훨씬 자라있었다. 머리도 더 커졌고 손과 발도 더 길어졌다. 머리를 수그리고 양발을 앞가슴 쪽으로 모아 조아리고 양팔도 꺾어서 구부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할아버지 저 여기서 잘 있어요’하며 인사를 하는 둥 기도를 하고 있는 듯 한 모습이었다.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른 아침 출근길, 한강 자전거도로를 신나게 달리면서 매일 아침 자전거 위에서 하는 기도가 정해져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손주와의 만남이다. 딸아이의 뱃속에서 한참 자라고 있는 손주에 대한 읍소이자 기도다. “뱃속에 있는 새 생명, 우리 ‘수돌-미니미(손주의 태명)’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서 함께 보게 될 그 날 큰 웃음으로 대하게 아버지 하나님께서 지켜 주십시오”이다.

 

 얼마 전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삼각지에서 신당까지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움직일 때마다 임신한 여성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임산부 석에 늘 신경이 간다. 이 날도 마찬가지. 젊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 얼핏 봐서 임신인지 아닌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여성이 앉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반갑고 기쁘다. 분명코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주역들을 잉태한 산모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또 설령 아직은 아니라 할지라도 후일 엄마가 될 것이며, 또 그 자리에 앉음으로써 바로 다음을 예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다. 그런데 얘기는 여기서 부터다. 여성이 다음 역에서 하차하고 그 바로 앞에 한 총각이 서있었으나 그는 빈자리에 앉지 않았다. 10여 분이 지날 때까지 또 다른 사람들이 올라왔으나 마찬가지 임산부 좌석을 그대로 비어 두고 다 서있는 것이다. 이 때쯤이면 의아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다른 때 보면 그 좌석에서 일어서기가 무섭게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기에서다.

 

 그런데도 그 분들은 그냥 서서 그 자리를 비워둔 것이다. 그리고 한 찰라, 멈춰선 열차 안으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들어섰다. 들어오자마자 어디 살필 겨를도 없이 곧장 그 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어, 저 자리 좀 비워두면 좋겠는데.”나 만의 바람이다. 어느새 내릴 때가 되어 출입구로 이동한다. 내리기 직전 젊은이에게 넌지시 말을 던졌다. “여기는 임산부 좌석인데요”.

 

 이내 답이 돌아온다. 대뜸 “왜요 아저씨, 앉으면 안돼요?”하는 말과 함께 눈꼬리가 치켜지고 얼굴색이 변형된다. 한마디가 덧붙여진다. “사람이 오면 일어설 거예요. 빈자리에 앉는 게 이상합니까?” 하며 휴대폰으로 시선을 던진다. 더 할 말이 없다. 말싸움이 될까 이내 도착역 열차 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괜스레 잘못한 것 같아 무안해 하면서.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 224개국의 합계출산율 순위를 매긴 결과 우리나라는 220위(1.25명)라고 한다.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가 싱가포르(0.82), 마카오(0.94), 대만(1.12), 홍콩(1.19) 등 인구 규모가 매우 작은 도시형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이 세계 꼴찌라는 얘기가 된다.

 

 최근 결혼 적령기의 미혼남녀(1073명) 설문조사(3.20, 육아정책연구소)에 의하면 10명 중 4명(42.3%)이 자녀 출산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자녀가 없는 게 낫다’(6.1%)는 답변도 있었다. 물론 ‘자녀가 있는 게 낫다’(42.9%), ‘자녀는 꼭 있어야 한다’(14.8%)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참으로 많다. 임산부 좌석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세태처럼.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엊그제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입학식 관련 소식을 보면 지난해 한 학급학생이 30명에 가까웠는데, 올해는 14명이란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우리사회로 볼 때 앞으로 젊은이들이 져야 할 무게를 떠올리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아기 낳기를 피하다보면 오래지 않아 지구상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을지니 더 이상 탁상공론은 무의미 하다 할 것이다. 개인과 사회, 기업과 공장, 지자체와 국가가 서로 머리를 맞대 상생과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하철에서부터 임산부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 양보의 미덕이 절실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딸 은지의 말에서 희망을 찾는다. “아빠, 저하고 은경이도 그렇지만 딸이든 아들이든 혼자는 외롭대요. 저도 둘은 낳으려고 해요”. 사람이 곧 주인이고, 사람이 주인인 이상 지금은 비록 어렵고 힘들다 해도 세상은 아름답기 마련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는 것 아닌가.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고 있을 손주의 모습이 그려지는 오늘이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리스트
100자 의견쓰기
이름 : 비밀번호 : 567501 : 좌측의 숫자를 입력하세요.
댓글등록
    2017.12.14 목요일
핫클릭 뉴스 더보기
포토 & 동영상 더보기
쓴소리/단소리 더보기
북한 김정은의 친필 명령서
얼마 전에JTBC 회장직을 그만 두신 분이'북한이 .. 
네티즌칼럼 더보기
문정권, 중국과 손잡고 북핵..
문정권, 중국과 손잡고 북핵 폐기막는 전쟁 유발원흉이.. 
깜짝뉴스 더보기
日 야쿠자도 고령화…50대이상 조직원 40% 넘어·80세 두목도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세영이가 100일 되던 날
코나스 웹진 구독하기
  • 성명서/행사정보
  • 관련사이트
  • 기사제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