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Home > 코나스마당 > 세상사는 이야기
제 목 고향은 언제나 내 마음속 풍요인데...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7-26 조회 조회 : 8163 

 

 중복(中伏)이던 지난 토요일(7.22) 아침 고향길에 나섰다. 2월인가 3월 뱃길을 달린 뒤라 4,5개월 만이다. 목포에서 철부선으로 1시간10분이면 닿는 섬마을, 예전 같으면 목선(木船)에 2시간이 훨씬 더 걸린 곳. ‘천사(1004)의 섬’으로 홍보되고 있는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팔금(八禽)’면이 내가 태어나고 어릴적 자란 고향이다.

 

 중학교 시절 뭍(목포)으로 유학 나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 방학을 맞아 마을 입구에 들어설라 치면 벌써부터 나와 기다리시거나 아니면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달랑 수건 한 잎으로 머리 매고 밭고랑에 쪼그려 앉아 비지땀 흘리면서도 오직 자식 위해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시던 우리 엄마.

 

 새벽같이 일어나셔 전 날 그토록 힘든 농사로 피로감이 쉬 가시지 않음에도 찡그림 없이 삽이며 쟁기 써래에 농약통 어깨매고 논밭으로 나가시거나 지게 한짐 가득 지고 이 논 저 밭으로 오가시던 우리 아버지. 그 분들의 어깨와 팔뚝에는 굵은 심줄 불거지고 손마디는 가시덤불처럼 거칠어져도 오늘같이 흔한 로션도 스킨 한번 제대로 발라보지 못한 분들이셨다. 그러면서도 누나와 하나뿐인 아들 남매를 금이야 옥이야로 키워 놓으신 우리 엄마, 아버지.

 

 하지만 지금 그 곳에 내 엄마 아버지는 아니 계신다. 우릴 맞아주는 이는 우거진 수풀 속에 고요히 누워계신 그 분들만 계실 따름이다.

 

 올 여름은 참으로 덥다. 아니 날씨만 무더운 게 아니라 마음마저 무덥다. 선착장에 내려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고 들녘을 지나치자 예전 같으면 허벅지에 차오를 정도의 무성한 키를 자랑했을 벼들이 겨우 무릎을 채울 정도의 작은 키에 이제 막 심어 놓은 듯한 모들이 산들 불어오는 바람마저 힘에 부친 듯 바람결에 그저 몸을 내맡기고 있어 보이는 꼴이다.

 

 버스를 운전하는 이웃마을 분이 하는 말, “해도 해도 올해 같은 해는 없는 것 같소야. 나도 어저께까지 논에 모 심었쏘.” 논을 응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작년 같으면 고구마도 겁나게 심었는디 올해는 그냥 우리 식구들 묵을 양만 쪼끔 심었어라. 원체 가물어서 그것이라도 으찍게 묵을지 말지 가봐야 알겄지라 잉.”

 

 평소 같으면 우스우면서도 정겹기만 하던 고향 사투리가 어찌 그리 안쓰럽고 안타깝게만 들려오던지. 7월5일 회사가 주관한 ‘휴전선 ․ 전적지답사 국토대장정’에 나섰던 대학생들의 해단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를 다녀오면서 때늦은 그 시기에 논에다 모를 심는 광경을 보면서 ‘올 해는 이렇게까지 되었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 답답해하던 생각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4월에 마무리하고 정성으로 가꾸고 있어야 할 ‘모’를 7월에야 심는 기현상(奇現象)이 벌어졌으니,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시대와 함께 해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도 예서 벗어나지 않는다.

 

 고향마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저수지 물을 받을 수 있었던 곳은 어렵사리 제 때 모를 심어 벼이삭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올 가을을 걱정하기는 매 일반이었다.

 

 동네 분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디 모를 심어도 저 것을 해 묵을라고 그러겄소. 안 해 놓고 먼지만 풀풀 날리는 빈 논을 쳐다보면 울화가 뻗쳐 오른 게 하는 것 이지라.”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올 여름처럼 가뭄으로 농부들의 애를 타들어가게 했던 해도 없었을 듯싶다. 거기에 또 청주시며 인천시 등 지역별로는 대 홍수 물난리가 재앙으로 비등하기 했으니 어찌 인간의 힘으로 자연의 가르침을 알리 있으며 물리칠 수 있겠는가.

 

 산소에 올라 언덕 빼기 산 아래 당신들의 안식처에서 말없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께 한잔 술 따라 올리며,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는 죄스런 마음을 전해 올리지만 어찌 쉬 애잔한 마음 접을 수 있겠는가!

 

 뱃길 따라 푸른 바다를 헤쳐 부모님 산소를 찾아 뵐 때면 마음은 늘 들뜨고 풍요로워 지지만 여느 때보다 무성하고 길게 자란 숲속의 외로운 산장 같은 어르신들 봉분을 대하자매 마음은 무겁고 부산해진다. “내가 낫을 들어 저 풀을 베야 하는데” 는 마음뿐임을 죄스런 마음으로 곱씹으며 아침 일찍 타고 온 객선을 타기 위해 누나와 더불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버지, 엄마 추석 절에 다시 찾아뵐게요” 고개 돌려 거듭 예를 갖춰 본다.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

 

 


리스트
100자 의견쓰기
이름 : 비밀번호 : 432522 : 좌측의 숫자를 입력하세요.
댓글등록
    2017.11.19 일요일
핫클릭 뉴스 더보기
포토 & 동영상 더보기
쓴소리/단소리 더보기
북한 김정은의 친필 명령서
북한이 수소폭탄이나 화학,세균 무기로 남한을 위.. 
네티즌칼럼 더보기
2017.11.18. 문재인 퇴출..
2017.11.18. 문재인 퇴출위한 태극기 집회 화보2017.1.. 
깜짝뉴스 더보기
日 야쿠자도 고령화…50대이상 조직원 40% 넘어·80세 두목도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가을, 이 계절에 가을을 ..
코나스 웹진 구독하기
  • 성명서/행사정보
  • 관련사이트
  • 기사제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