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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서편제’ 촬영지에 군수님 동상 웬일인가?(下)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8-03 조회 조회 : 7181 

...(상편 이어서) [김종식 전 완도군수]. 청산면을 전국에 알리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하며 ‘행정의 달인’으로 민선 3기 군수를 역임하면서 청산도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선정되게 한 내용 등이 그의 출생에서 현재(2013년)까지의 공덕으로 가득 채운 채 대리석 바탕 석(石)위에 기록돼 있고, 그 왼편으로는 ‘청산면민 일동’으로 기금을 낸 주민들의 이름과 함께 감사의 글이 새겨졌다.

 

 영화 ‘서편제’에서 옛날 식 가방을 등에 맨 유봉과 한손에 든 송화가 동호(김규철 분)의 북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판을 벌인 최고의 명장면이 탄생한 삼거리 그 중심에 우뚝 서 영화의 멋을 사그라뜨리며 ‘행정의 달인’(?)을 널리 홍보코자 하고 있는 군수의 흉상(胸像). 묘한 분위기였다. 아하, 이래서 ‘행정의 달인’이라고 했나. 그런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 피식 냉소가 피어오른다.

 

 어찌 탓하랴. 흉상을 세운 걸 비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고래(古來)로부터 우리 민족은 고을을 위해 헌신․희생하며 몸 바쳐 백성 위한 목민관(牧民官)을 위해서는 힘없는 백성들이 먼저 나서 그의 공적을 기리고 후손에 널리 알려 교훈으로 삼고자 공덕비를 세우곤 했다. 효자와 열녀에겐 효자비와 열녀문을 세워 그 본을 삼고자 했다. 백성이 먼저 나서 한 것이다.

 

 김종식 흉상 건립도 그랬다고 한다. 2013년 군수 재직 중에 건립 됐으며, 제막식에는 김 군수 자신을 비롯한 지역 기관장들과 주민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흉상 건립을 위해 모아진 기금만도 8000만원이 넘고 참여한 주민들도 1000여 명이 넘었단다.

지역 발전에 앞장 선 군수를 위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장소인가 하는 점이다. 군청 앞마당도 있을 수 있고, 청산면의 ‘해 뜨는 마을’ 바닷가 한 지점이 될 수도 있다. 청산도 맨 처음 발을 딛는 도청리도 될 수 있고 이곳저곳 얼마든지 있을 터. 그런데 구태여 꼭 숱한 서편제 유민들이 찾아와 옛 추억과 흥취에 빠져들 그 곳이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다.

 

 어디 본인이 원했겠는가? 만류하고 고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나 제나 충성파는 언제나 있는 법. 그럼에도 그 뒤에 감내해야 할 후과를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과거 같으면 입법․사법․행정권을 쥔 지방 고을 수령이지만 요즘엔 청산면 맑은 바닷물처럼 투명하게 드러나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순간도 귓가에 쓴 소리 들려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금 서편제 공원에는 전임 군수의 흉상이 근엄한 자태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도 많은 탐방객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며, 필자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서편제 유민들이 같은 생각으로 머리를 흔들어대게 될 것이다. 완도군은, 청산면은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난 청산면 주민도 비슷한 의견을 주었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라”하는 분도 계셨다. “으디로 쪼깐 옮기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라”하는 말도 들었다. 하나가 모여 둘이 되고, 셋이 합일하면 백이, 천, 만이 되는 법이다.

 

 ‘득총사욕(得寵思辱)’. ‘위 사람의 총애나 신임을 받으면 언젠가 욕됨이 이를 것을 생각하여 항상 겸손 하라’는 말이다. 공을 세운 이가 오래 그 영광을 누리고자 하면 자기가 공을 세웠다는 그 자체를 잊어버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겸손함으로 존경을 받아 공(功)에 대한 영광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수림, 철석이며 다가와 몽돌위에 부서지는 파도, 낚시를 던지기가 바쁘게 곧바로 입질하며 ‘나를 데려 가세요’ 뱃전으로 튀어 오르는 솜팽이며 우럭, 방어에 장대의 손맛. 방향 따라 달라지는 기기묘묘한 기암절경(奇巖絶景)과 곳곳마다 눈을 부시게 하던 천혜의 경관이 떠나는 발걸음을 못내 붙잡게 하던 청산도.

 

 그럼에도 단 하나 우리 마음을 썰렁하게 만든 ‘행정의 달인’ 답지 않은 달인의 흉상. 언젠가 다시 찾을 때 변화된 모습으로, 더 예스러워지고 자연이 더 빛으로 발광하는 서편제의 고장, 내 마음의 본향(本鄕)을 맛보고 싶다.

 

이현오 / 수필가. 언론인(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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