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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추위야 물렀거라, 서울숲 전선 이상무!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8-01-23 조회 조회 : 17428 

 하늘은 쨍쨍. 파란 하늘 한가운데로 드리워진 태양열이 마치 지금이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계절인가 할 정도로 가을을 잔뜩 머금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다 한들 어찌 1월23일을 가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음력 12월로 최고의 겨울 신(scene)을 찍는 듯 한겨울을 장식하는 지금이다. 오늘 그 장식은 평소와 다름없이 점심시간 돌아본 서울숲에서 더 여실하게 드러났다.

 

 1월23일 아침 서울 기온은 영하 12도, 점심기온도 별반 크게 오르지 않은 영하8도다. 그러나 매일 그 시간에 맞춰 하는 서울숲 걷기 운동을 기온이 급강하 했다고 사무실에 웅크려 앉아 멈출 수는 없다. 아침에 더 따뜻하게 챙겨 입은 파커에 귀와 눈을 다 덮는 마스크로 무장하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오늘은 어떤 코스로 나갈까? A코스, 아니면 B코스? ‘오늘은 조금 덜 걷는 방향으로~’ 하는 마음을 잡아 출발과 동시 길을 재촉하면 어느덧 발걸음은 나도 몰래 더 빨라져 A도 B도 아닌 특A코스로 방향을 잡고야 만다. 차가운 바람은 출발 전부터 예견됐던 터라 어느새 살갗을 간질이는 미풍으로 다가오고 만다.이 때면 마음의 무장도 그만큼 더 든든하게 된 때다.

 

 어제의 산책객이나 운동에 나선 숲 족(族)에 비하면 숲에서 사람의 그림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비유가 다르겠지만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말이 혹간 이럴 때도 쓰이게 될 지는 일단은 접더라도. 그러나 어제 이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감상과 오늘에의 운치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우선 숲으로 향하는 길목 창고 위 물홈통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어른 팔뚝 두께의 왕 고드름은 오늘의 날씨를 그대로 대변해 준다. 펄쩍 뛰어서 고드름을 떼고자 하는데, 키가 모자라는지.......

 

 두 개로 나뉜 작은 방죽을 빙 둘러 연결된 나무다리위에는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보석처럼 촘촘하게 깔고 박혀있어 그 위를 걸을 때마다 얼음과 나무판자에 신발바닥이 함께 마찰돼 듣기 좋은 음악으로 연주되어 돌아온다. 미끄러질까 조마조마 염려되지만 예측 못한 새로운 걸음걸이에 시선이 바닥으로 고정된 채 떼지 못하게 붙잡아 묶는다.

 

 지난 가을 샛노랗게 물이 들어 선남선녀는 말할 것 없고 중년의 여성들과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원 등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던 은행나무 길에는 늦가을에 떨어진 변색된 잎사귀가 어제 내린 눈으로 뒤덮였는데 그 위를 밟고 지날 때마다 사각 사각 사각대는 소리가 미리 봄의 정령을 부르기라도 하는 마냥 귓가를 간질인다.

 

 은행나무 숲길을 지나 성수대교로 진입하는 다리 밑을 지나쳐 한강으로 들어서는 구름다리 방향 고즈넉한 흙길로 몸을 틀자 길바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쯤이면 완전 무방비. 빙판으로 변해버린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는데 언제 뿌렸을까? 어젯밤 뿌려 놓았나, 미끄러운 얼음판 위로 군데군데 흙이 뿌려져 금방이라도 있을지 모를 넘어짐 사고를 미연에 방지케 해 놓았다. 아마도 숲 관리실 직원들이 했겠지! 추운 날씨임에도 숲 이용객들을 위해 뿌려 놓은 그 정성에 감사의 마음 절로 인다.

 

 눈 덮인 빙판길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아 가장자리 가장 바깥으로 몸을 구부리지만 그래도 몇 번을 휘청하게 만든다. 그래도 양팔을 휘휘 내저으며 씩씩하게 걷는데, 앞쪽에 노년의 부부가 운동을 나오셨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아내 앞에서 보란 듯 건강미를 과시하려는가 보다. 안경을 고쳐 쓴 할아버지 냅다 5,6미터를 달리다 이내 뒤를 돌아보며 선다. 아마도 전방에서 걸음걸이도 용맹하게 걸어오는 낯선 누군가(필자)와 눈이 마주침에 민망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겨울이 깊어가는 서울숲에서 숲과의 인사를 했다.

 

 늘 걷는 길, 그러나 어제와 다른 또 다른 오늘 그 길. 하지만 오늘 나는 계획에 없던 또 하나의 새로운 길, 눈밭을 개척했다. 잔디 위를 덮은 넓은 공원에 나의 발자국을 남겼다. 한 발자국 또 한발자국 나만의 발자국을 수놓으며 나만의 세계로 인도되어 갔다. 오늘이 지나면 또 누군가가 그 발자국 위에 그의 발자국을 남기게 되겠지만.

 

 오후 1시가 가까워진 시각, 하늘 가운데 떠오른 태양은 아직 쨍쨍 그대로다. 출근길 칼바람은 한 낮에도 거침이 없다. 동(冬)장군 한겨울은 지금이 초 절정. 내일은 더 춥단다. 영하 17도라던가!(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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