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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23〕필승의 동맥에서 꿈을 찾다

Written by. 조담솔   입력 : 2014-01-26 오전 1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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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청장 박창명)이 2013년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서 현역병 복무를 마친 예비역을 대상으로 지원입영 복무 후 취업 또는 학업에 도움이 된 사례를 모은 ‘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 『내청춘에 충성2013』에 실린 글임.(편집자 주)

  내가 입대를 생각했었던 2009년을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이뤄놓은 것 하나 없고, 이루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스무 살이었지만 한번 도전 했던 입시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남들 다 다니고 있는 대학도 다니지 않았고,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는 과도하게 신경을 쓰거나 힘들어지면 혈압이 심하게 떨어져 시야 협착이 일어나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운동 시 호흡곤란이 찾아오는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나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결과가 안 좋을 때도 병이 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병을 물려주신 부모님을 원망을 하곤 했었다.

 가장 꿈이 많고 열심히 살아야 할 나이에 나는 날마다 나를 감싸고 있는 무기력함과 입시에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빠져서 늘 술을 마시고 당구장과 노래방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서도 늘 구박과 잔소리를 듣고 살았었다. 부모님에게 대든 적도 많았었다. 부모님께서는 나를 보시면서 언제 철이 들지 걱정스럽다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보았던 칼럼 하나가 나의 인생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칼럼의 내용은 자살률과 해병대 지원율을 비교해서 쓴 내용이었는데 중요한 내용은 이것 이었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기 때문에 자살률이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기 의지로 해병대에 지원해서 고통스럽고 힘들고 고된 훈련을 받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것을 보는 순간 나는 궁금했다.

 그때 당시 나의 생각으로는 왜 해병대를 입대해서 그 고통스러운 훈련을 참아가면서 받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해병대에 대한 자료를 미친 듯이 검색해보았다. 해병대 관련 동영상과 사진 자료들을 보면서 어느새 나는 해병대라는 집단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해병대가 미친 듯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말 그대로 도저히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그런 몸이었다. 잦은 술과 오랜 기간 동안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자는 부엉이 생활 때문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고, 체력도 바닥이었다. 그리고 남들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자격증도 나에게는 없고, 수능 끝나고 땄던 면허증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정말 미친 듯이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고 힘을 키우고 체력을 늘리기 시작했다.

 백일 정도를 운동해서 해병대 운전병에 지원했다. 광주 병무청에서 기초체력검사와 면접을 보는 날, 정말 긴장하고 떨면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하고, 면접에서도 왜 해병대에 지원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달라진 인생을 살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2010년 2월 말. 내 생일날 나는 생일선물로 해병대 합격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입대를 하면서 부모님과 같이 포항에 있는 교육훈련단에 갔다. 부모님께 큰절을 하고 헤어지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이제 떠나면 첫 휴가를 나올 때까지 못 뵌다고 생각하니 계속 부모님 얼굴을 쳐다보게 되고 눈물이 조금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소해서 훈련을 받고 진정한 해병대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노력했다. ‘인간 개조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은 정말 나를 한계까지 몰고 갔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어떻게 오게 된 해병대 훈련소인데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포기해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러나 힘들다고 교관님들께 가서 말 한 적도 없었고, 훈련 도중에 앰뷸런스를 타고 복귀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도구해안에서 IBS기초훈련을 받을 때 모래사장에 앉아서 허겁지겁 밥을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서 바다를 보았는데 부모님이 생각나서 울었던 기억, 무거운 군장을 메고 산을 기어가다시피해서 겨우 행군이 끝나고 교육훈련단 연병장에서 극기주가 끝났다고 동기들과 같이 군가를 불렀던 기억, 교육사열이 끝나고 교육 연대장님이 수고했다고 하시는 말을 듣고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펑펑 울었던 기억 등 훈련소의 모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수료식이 끝나고 나는 운전병 특기 교육을 받기 위해서 경북 경산으로 간 다음 그 곳에서 4주간의 특기 교육을 마치고 2사단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나는 수송반에 있는 모든 차량과 기재실에 있는 모든 공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수송반장님과 선임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기본적인 자동차 정비에 대해서도 배우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늘 차량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애착도 늘어났다. 자동차에 대한 공부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도 다니지 않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그때 나의 이런 고민을 들은 한 선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해병이 안되는 게 어디 있어? 안되면 될 때까지 하는 게 해병이야.” 이 말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휴가를 나가서 제일 먼저 간 곳이 서점이었다. 거기서 제일 잘 팔리는 영어교재를 하나 샀다. 그리고 부대에 복귀해서 그 책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소등한 뒤에 모든 부대원이 잠들어 있는 그 시간에 나는 연등 시간을 활용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해병대 정신으로 한 페이지씩 외우기 시작했다. 차량 운행을 나갔을 때는 잠시 차를 멈춰 놓고 시간 날 때마나 전날 공부한 페이지에 있던 단어들을 적은 쪽지를 꺼내서 외우곤 했다. 그리고 국방부 시계가 흘러서 어느덧 전역일이 되었다.

 나는 전역 한 지 일주일 만에 안성의 한 남학생 전문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가 힘들고 몸이 힘들 때마다 해병대 훈련을 받았을 때를 생각했고, 자대에서 어렵게 찾은 나의 꿈을 생각했다. 늘 혼자 밥을 먹으면서 옆에 단어장을 놓고 공부했었고 숙소에 들어가서도 불을 꺼야하는 시간에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몰래 공부를 하곤 했다. 그러다 화장실에서 쓰러져서 코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해병대도 갔다 왔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2013학년도 수능시험을 보았다. 그런데 과학탐구영역 과목이 끝나고 답안지를 걷은 뒤에 자리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해병대에 입대해서 받았던 모든 고된 훈련들, 전역하고 나서 쉴 틈 없이 바로 학원에 들어와 공부하던 순간들, 몰래 공부하다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바닥에 누워있을 때 생각났던 부모님 얼굴, 남들이 산책하고 운동하면서 쉴 때에도 그 아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책상에 앉아야 했던 일까지 모두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고생 한 만큼 나는 수능 점수를 잘 받았고 결국 내가 원하는 대학에 단과대학 수석으로 입학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니고 있다. 군대에서 가졌던 차량에 대한 애착을 지금은 조금 더 키워서 심신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뇌와 자동차를 연결해서 생각만으로 운전을 할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군대에서의 특기를 살려서 틈틈이 작은 동네 학원에서 아이들 통학차량 운전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입대를 하기 전과 후의 모습은 너무나도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한번은 갔다 와야 하는 군대. 그 군대에서 보내는 2년 남짓한 시간을 남는 것 없이 허무하게 보내지 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기를 살려서 군 생활을 보람차게 해보는 것을 어떨까.

 혹시 모른다. 나처럼 군대에서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꿈을 향해 달릴 수 있을지. 그럼 입대를 앞둔 분들 모두 보람찬 군 생활을 해서 인생에서 필승하기를 바란다.(Konas)

조담솔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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