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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24〕입석 3등 칸일지라도

Written by. 박도운   입력 : 2014-01-26 오전 10: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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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청장 박창명)이 2013년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서 현역병 복무를 마친 예비역을 대상으로 지원입영 복무 후 취업 또는 학업에 도움이 된 사례를 모은 ‘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 『내청춘에 충성2013』에 실린 글임.(편집자 주)

  한 때 베스트셀러였고 지금도 많은 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입석 3등 칸일지라도 일단 기차에 올라타라. 그리고 천천히 1등 칸을 향해 움직여라. 그것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차의 1등 칸으로 단번에 뛰어오르는 것보다 쉬울 테니’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다. 누구나 단숨에 1등석에 오르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비관하게 된다. 나는 군복무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청춘들이 나의 사례를 읽고 목표를 뚜렷이 하고 천천히 조금씩 준비를 해나갈 때 나처럼 군복무시기를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수기를 쓰게 되었다.

 나 또한 시작은 3등 칸 입석이었지만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쳐서 군복무가 1등 칸으로 옮겨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부산에 소재한 부경대학교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하던 풋내기 대학생이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학교 1학년 때는 그다지 심도 깊은 전공 공부를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입시공부에 시달렸던 압박감을 대학생이 되었다는 해방감으로 탈바꿈 하여 20살의 시간을 특별히 이뤄낸 것 없이 지지부진하게 보내고 있었다.

 1학년을 마치고 겨울이 되자 친구들이 하나둘씩 군대에 가기 시작하면서 국방의 의무는 나에게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내 청춘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군복무에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던 차에 이왕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내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군복무 분야에 대해 알아보던 중, 공군 항공기제작정비 특기를 알게 되었다. 신소재공학이라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는 공군뿐만 아니라 육군에도 있었지만, 공군의 신소재분야가 가장 특화되어 있다는 말에 육군보다 복무기간이 조금 길지만 망설임 없이 공군을 선택했다. 그렇게 공군의 항공기제작정비병으로 합격하여 2004년 여름, 나의 특별한 군복무가 시작되었다.

 입영할 때 합격했던 주특기는 항공기제작정비병이었지만 훈련소에서 교육을 받으며 더 세분화된 특기를 받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받게 된 특기는 NDI라는 분야였다. NDI는 nondestructive inspection의 약자로, 쉽게 표현하자면 항공기 부품을 검사할 때 부수지 않고 엑스레이처럼 비파괴 방식으로 방사선을 통해 있는 그대로 부품의 노후여부를 검사하는 분야이다. 검사를 할 때 만약 노후한 부품의 결함부분이 있다면 방사선을 투과할 때 일반부분과 다른 농도로 검출이 된다. 이를 통해 파괴․손상시키지 않고 부품의 노후상황을 확인하는 검사방식이다.

 신소재공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막상 방사선을 이용하는 분야의 보직을 받고 나니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신참이었을 때는 비행기의 각각의 부품들과 방사선검사 체계와 방법에 대해 배우며 시간을 보냈는데, 비행기 부품의 결함여부를 체계적으로 확인하여 우리나라 공군의 안전성을 관리하는 보직이라 생각하니 매우 보람찬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비행기의 안전성은 사람의 생명의 여부와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한 치의 착오나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해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도 배울 수 있었다.

 군 복무를 한 지 1년이 지난 즈음에는 검사 순서와 방법 등에 매우 능통해져 있었고, 상병이 되었을 때 ‘방사선비파괴검사기능사’라는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군 복무 특기를 통해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통해 내 스펙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방사선비파괴검사기능사’의 경우, 전문지식과 실무경력이 없으면 따기 힘든 자격증이기 때문에 군 복무를 하면서 경험을 쌓지 않았다면 아마 취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군복무와 동시에 실무경력과 스펙까지 키울 수 있었고, 2년이 넘는 시간이었지만 군에서 복무하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약 27개월의 시간을 군에서 보낸 뒤 2006년 가을 전역하였다. 군 입대 전의 나와 전역 이후의 나를 비교해 봤을 때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큰 변화는 뚜렷한 방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처럼 막연히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군 복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취업 분야들이 나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특히 군복무를 하면서 취득했던 ‘방사선비파괴검사기능사’자격증의 경우 기업의 안전부서 뿐만 아니라 비파괴검사업체, 비파괴검사전문용역업체, 공인검사기관 등에 취업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취업에 굉장히 유리한 자격증이었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나는 대한검사기술이라는 비파괴검사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고, 취득이 어려운 자격증이기 때문에 월급에서 자격증 수당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군 경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취업을 했기 때문에 실무에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비행기 부품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관리하는 것들을 군에서 배웠던 노하우에서 응용할 수 있었으며, 검사순서나 처리방법에 있어서 능숙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작업의뢰자들을 대할 때에도 융통성을 많이 발휘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군에서 배웠던 사소한 경험들이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군 복무 전에는 3등 칸 입석을 타고 있던 신소재공학도일 뿐이었지만 군 복무 기간 동안 얻은 자격증과 다양한 노하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하고 실무에까지 능통하게 되어, 어느새 나도 모르게 1등 칸으로 옮겨 타 있었던 것이다.

 올해 5월, 나는 ‘자기비파괴검사산업기사’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였다. 이렇게 조금씩 나는 비파괴검사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군 복무를 하며 보낸 2년 조금 넘는 시간이 비파괴검사라는 분야를 알게 하고, 배우게 하였으며, 직업까지 선택하게 한 인생에 결정적 한방이 되었다. 나비효과처럼 단지 전공을 살려서 군복무를 하려고 했던 생각 하나가, 엄청난 파급효과가 생겨 어렵지 않게 취업에도 성공할 수 있었으며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지금도 군복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자신의 전공, 자격사항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와야겠다고 많은 청춘들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군복무의 경우 아버지 세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많은 선택의 폭이 열려 있어서, 다양한 특기들 중에서 본인에게 적합하게 맞춰서 지원 입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군 복무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기회는 무궁무진하며, 어쩌면 그 기회가 당신이 앞두고 있는 군복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Konas)

박도운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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