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전쟁 당시 UN의 22개국 젊은이들이 자유와 평화수호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우리 국군의 희생도 매우 컸습니다. 이들의 헌신으로 대한민국은 오늘의 빛나는 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 세계 속의 한국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참전용사들에게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안보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외 6.25전쟁 참전기념시설물(참전비, 기념공원 등)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몇 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기념해 영국 BBC에서 제작한 더 크림슨 필드(The Crimson Field)라는 드라마를 인상깊게 본 적이 있다.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에 있는 가상의 영국군 야전병원에서 일어나는 진료활동과 부상병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배경 무대가 프랑스 불로뉴(Boulogne) 근방으로 실제로 세계대전 중에 많은 야전병원이 존재했다고 한다. 드라마 속에서 부상을 당한 채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준비하는 장병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가운데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을 꿈꾸고 꽃을 심기도 하는 구성원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6.25전쟁과 유럽의 의료지원국가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수많은 6.25전쟁 부상자와 민간인들이 치료받았고 전후에는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의 지원으로 국립의료원이 설립되어 우리나라 국민 건강증진과 국가보건의료 발전의 기초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으로 치열한 방역생활을 이어가면서 다행히 백신접종이 시작되어 연말에는 집단면역의 희망도 가지게 된 상황에서 노르웨이 야전병원의 활약과 그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72년 경기도 동두천에 건립된 노르웨이 참전비를 소개하고자 한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22일, 이 때는 중공군의 춘계공세를 막아낸 유엔군이 와이오밍선(현재의 휴전선과 비슷한 선)으로 진출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날 부산에는 람스타드(Herman Ramstad) 대령의 지휘아래 노르웨이 이동외과 의료진들이 도착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노르웨이 정부는 의료지원부대 파견을 계획했다. 노르웨이 의회가 1951년 3월 2일 이에 동의하자 적십자사는 6개월마다 인원을 교대시킨다는 방침아래 83명으로 편성된 1차 대원을 구성했다. 이들은 일본에 들러 미군으로부터 60개 병상 규모의 이동외과 병원 설립에 소요되는 의료기재를 구입하고 한국으로 이동했다. 7월 7일까지 부산에 머물다가 미 제1군단을 직접 지원할 목적으로 의정부로 이동한 대원들은 그 해 9월 29일 동두천으로 이동해 진료업무를 실시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노르웨이도 6.25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유엔에 보여주기 위해 추가로 의료요원 110명을 파견했고 공식명칭도 노르웨이 육군 이동외과병원(NORMASH)으로 결정됐다. 이때부터 NORMASH는 한국인 경비요원과 노무자를 지원받아 190명 규모의 병원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노르웨이 이동외과병원은 1951년 7월 19일부터 1954년 11월 10일까지 9만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노르웨이 이동외과병원이 1954년 11월 철수할 때까지 입원한 환자는 총 14,755명이었는데 입원환자의 대부분은 미군, 영연방군, 한국군이었고 이외에도 여러 참전국 환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1951년 12월에 동두천에 개설한 외래환자진료소는 월평균 600명 이상을 진료했는데 당시 입원환자의 15%는 한국 민간인들이었다. 이러한 공로로 이 야전병원은 한국 대통령이 수여한 감사장을 받았고, 미 육군으로부터 공로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이들 의료진의 근무기간은 6개월로 전쟁 중 7회에 걸쳐 교대되면서 연인원 623명이 근무했고 이 가운데 100명 이상의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복무기간을 연장해 1~2년을 근무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가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민간병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1954년 10월 18일 의료진이 한국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스웨덴, 덴마크 정부와 협조하여 1958년 9월 서울에 국립의료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적극 참여해 한국의 의료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노르웨이 정부와 야전병원의 공헌에 보답하고자 1972년 3월 30일에 세워진 것이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노르웨이 참전비다. 소요산에 위치한 자유수호평화박물관 내에 있는 이 비석은 한국전쟁 당시 야전병원에 근무했던 종업원 70명이 각자 정성을 모아 건립했다. 비석에는 “이 비는 노르웨이 정부가 서기 1951∼1954년까지 6·25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부상장병과 민간 전쟁고아를 구원의료사업으로 봉사하여 양국간에 우정을 증진했고 우리나라에 깊은 공헌을 하였기에 이에 조금이라도 보답코저 당시에 병원에서 일하던 종업원 칠십 명이 당 병원 입구에다 정성을 모아 비를 세우는 것입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한편 이 지역의 안보단체인 경기도 동두천시 재향군인회는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안보활동의 일환으로 매년 참전용사들을 모시고 관내 기관들과 함께 6.25전쟁 안보행사를 개최하여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고 있으며, 계절별로 간담회·위로연 등을 통해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연중 노르웨이 참전비를 찾아 비석을 닦고 주변 환경정화활동을 벌이는 등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6.25전쟁 당시 혼란 속에서도 한국이 전쟁을 견뎌내고 결국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 준 노르웨이의 참전의료진에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전쟁을 버텨내기에는 너무도 취약한 상황에서 유엔군의 참전과 지원은 한국을 결정적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참전국들은 파견 연인원의 30%에 가까운 인명피해를 입었다. 참전기념비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교과서다. 70여년 전 유엔의 깃발 아래 우리나라를 도왔던 노르웨이 의료지원단을 결코 잊지 않았으며 고마움의 기억을 세대를 이어 전할 것임을 이 참전기념물로 상징해 보이는 것이다. 참전기념비는 우리 마음 속에 과거 전쟁이 남긴 상흔이자 교훈이다. 앞에 언급한 드라마 더 크림슨 필드의 내용처럼 인생을 암울하게 만들 수 있는 전쟁의 상흔을 입고 누웠던 환자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전달한 의료진들의 이야기가 이 참전기념비에 녹아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 국민과 함께 남아 있을 노르웨이 의료지원단의 숭고한 이념과 열정적 진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konas)

kona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