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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황혼길의 친구
작성자 웃을꺼얍! 작성일 2014-10-30 조회 조회 : 3457 

깊어가는 가을의 오솔길을 걸으려니 문득 생각나는 분이 있다.

지난해 이맘때까지 휠체어에 할머니를 태우고 조석으로 이 길을

같이 걸었던 할아버지가 요즘 들어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너무 아프신 걸까? 아니면 요양원이라도 같이 들어가셨을까?

그날따라 유난히 따사로운 오솔길의 석양 아래서 할머니와

도란도란 얘기중이셨다. 나는 한사코 사이에 끼어들어

궁금한 것을 물었다.“휠체어를 타신 분은 어머님이신가요?”

할아버지는 피식 웃으면서 “집사람이에요. 몇 년 전부터

치매기가 있어 사람을 알아보다 말다 한다오.”

머리는 온백에 너무 늙어 보여 혹시나 할아버지의 어머니신가 했다.

너스레를 떨었더니 이내 친해져 조석으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서울에서 할머니와 오순도순 살다가 치매기가 보이자

아들이 찾아와 집을 팔고 합쳐서 큰집으로 이사를 왔다는데

그렇게 편해 보이지가 않아 이유를 물었다.

처음에는 아들 내외가 잘 모신다고 하더니 이제는 손주 녀석들도

교육상 안 된다며 만나지도 못하게 한단다.

심지어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낮에는 나가있다가

며느리가 퇴근할 무렵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애써 아들 내외의 허물을 감추려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황천무일점 금야숙수가)

황천에는 주막이 없다는데 오늘밤은 어디서 잘꼬



 



충신 성삼문이 마지막에 남긴 시 한 구절을 떠올리니

오늘따라 휠체어를 끌던 그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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