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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래서 소통은 일방(一方) 아닌 양방(兩方)으로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5-26 조회 조회 : 23290 


 마누라와 말싸움이 있었다. 별로 중차대한 것도 아닌데 오해로부터 생긴 때문이다. 사전에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렇게 되었다 하고 한마디만 했더라면 그만인 것을, 그냥 무시해 버린 탓이었다. 결국 티격 태격 잔소리가 이어졌고.  

 

 세월이 얼마인가. 서로 살을 부딪치고 산지도 결혼한 두 딸들의 나이 숫자만큼 오래인데도 아직도 여전히 주기적으로 말씨름을 빠트리지 않고 있으니 팽팽한 기 싸움은 여전하다. 하여 여태까지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인생 헛바퀴 돌렸다고 할 일일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지만 과연 그럴까? 30년 세월 하고도 몇 번의 설을 더 지났고, 수십회의 이삿짐을 싸고 또 꾸리고 했으면 이젠 말싸움도 신물이 날 때가 되었으련만 아직도 공격과 방어전투가 전례 없다. 강한 난타전으로 이어지며 차후 작전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으니 참 어지간하다.

 

 TV에서 잉꼬부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나 이런 저런 사연을 동반한 부부참여 인간사들을 지켜보면 서로가 닭살 스러울 정도로 애정과 금슬을 보이는 부부들도 본다.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한편으로  반신반의 탐탁스럽지 않게 봐지게 됨은 또 무슨 심뽀일까. 

 

 오래 전 개그 프로에서 ‘대화가 필요해’하는 제목의 소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 적 있다. 부부와 아들이 출연해 가정에 대화가 없는 상황을 설정한 내용이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 대화의 부족, 만남과 모임의 부족 등을 헤아리면서 부부간의 대화가, 엄마와 아들, 아들과 아버지, 부모와 자식의 대화가 얼마나 한 가정에 중요한 요소인가를 해학적으로 일깨우게 한 내용이었다.

 

 전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사소한 일들이 이해관계의 부족으로 인해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게 되고 한번 두 번 얼굴에 ‘내 천(川)’자를 그리다보면 종국에 입을 굳게 닫게 되고, 말없이 이어지는 부부간 앙금은 또 다른 앙금으로 불신과 불통을 남기게 될 수도 있으니 그만큼 ‘말’, ‘소통’을 통한 이해관계는 작게는 한 사람, 가정에서, 직장, 사회, 국가, 국제관계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쟁점이 ‘소통’이다. 대통령도 자켓을 벗어 던지고 와이셔츠, 넥타이 차림에 참모들과 격의 없이 커피 잔을 손에 들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한다. 직원식당 하위직 공무원들과도 빙 둘러앉아 한 식구(食口)로서 대화의 자리를 먼저 만들고 있단다. 이정도면 예전에 자주 들었던 ‘불통 000’ 이미지는 과거사가 되고 만다.

 

 며칠 전 동네 찻집에서 봉사단체 회원들과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었다. 그 날이 필자에게 있어선 처음 갖는 자리여서 조심스런 자리도 되지만 한편으로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자리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지하철 임산부 좌석에 대한 내 경험을 작은 실례를 들어 제기했다.

 

 자리에 함께 한 회원들은 모두가 여성분들로, 나와 비슷한 연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10년 이하 연령대였다. 그런데 여기서도 엇갈리는 건 남자인 필자가 보는 임산부 석과 또 여성들이 보는, 구태여 여성이라고 획을 긋기보다 보편적인 중년인의 시각에서 보는 임산부 석에 대해서도 ‘일방통행’ 식이 아니라는 거였다.

 

 “임신한 여성들이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공통적인 인식과 수긍을 하면서도 지하철에서 힘들고 피곤한 사람이 임산부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요즘은 다 힘들어요” “연세드신 어르신이 제일 힘드시고, 직장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예요” “학생들은 또 어떻고요”다. 여기저기서 막 전광석화처럼 터져 나온다.

 

 그러면서 한 분이 이런 말을 한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퇴근길 지하철에 앉아 잠깐 졸다 눈을 뜨니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서계시더란다. 미안해서 일어서려는데 어깨를 누르면서 하시는 말, “괜찮아요, 그대로 계세요. 나 괜찮습니다”하며 “나이 먹은 사람이 이렇게 출퇴근 시간에 나오는 게 아닌데 약속시간에 맞춰 가려고 하다 보니 이러네요”하면서 오히려 더 미안해하며 제지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그대로 앉아서 오기는 했지만 조금은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임산부에게 자리를 내 주는 건 당연한 일이 돼야 겠지만, 요즘 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꼭 그 사람을 위해 좌석을 비워두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앉았다가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면 되지 않겠느냐. 미리부터 하는 건 오버가 아닐까 싶다”고 한다. 또 다른 의견들도 막 터져 나오는 걸 보면서 하나의 의제, 안건에 대해 이렇게 다양하게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소중한 체험을 한 것이다.

 

 어찌 보면 기성세대는 지금 많이 변화하고 바뀌고 있다하지만 지난날 익혀왔던 방식 그대로 ‘상명하달’에 익숙하다. 상사가 말하면 의례히 수첩에 받아 적는 게 우선이다. 마치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이 현지지도 방문을 해 말 한마디 하면 모든 수행원들이 일제히 노트에 받아 적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확연히 달라져 보인다. 아니 달라졌다. 고루하고 진부한 옛 방식은 사라지고 자신의 주장이나 의사를 상급자나 윗선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이 가감 없이 토로한다. 마치 지금 전개되고 있는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리가 보아온 축구와는 전혀 다른 실력과 톡톡 튀는 행동으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여과 없이 자신감 가득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신구(新舊)를 통한 비교분석으로 오늘을 더 자랑스럽게 이해하고 추구해 간다면 그처럼 멋스럽고 자연스런 경우도 드믈다 할 것이다. 그만큼 무언가를 진실로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소통은 말이 없음 속에서도 가장 깊이있게 통용되는 것은 아닐는지.

 

 결국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되듯이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이 서로가 제기하는 주장과 방침도 어느 한 일방만의 주장이나 지시 같은 얘기가 아닌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양방, 쌍방의 의사가 자연스럽게 오고가고 주어질 때 소통 또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게 된다. 그 날 암사동 한 찻집에서 이어지던 다양화된 얘기들처럼.(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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