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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직속상관의 ‘식권’ 한 장이 이럴 줄이야!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7-18 조회 조회 : 10854 

 

 평소  출근이 빠른 편이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예전보다 더 빨라진 아침 출근시간대를 보내고 있다. 벌써 한달 여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서’라거나 ‘매일 바쁜 일이 생겨서’라기보다는 모시는 상관께서 부득이 한템포 출근을  빨리 하게 된 데 요인이 있다.

 

 그렇다고 직속 상사 출근이 빠르니 덩달아 아랫사람이 일찍 출근해야할 이유는 크게 없다 할 터. 또 그걸 바라는 상사분도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 출근은 자연스럽게 빠르다.

 

 오늘도 나는 사이클 출근이다. 아직은 한강에 드믄드믄한 산책객만 오락가락 하는 시각, 한강 북로 자전거도로를 애마(세븐-11)와 더불어 신나게 달리면 시원하게 불어오는 한강 맞바람이 헬멧을 뚫고 들어와 짧은 머리카락을 온통 헤집어 놓게 된다. 이럴때면 이마를 관통해 흘러내리던 땀방울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흩어지고, 눈앞으로 다가오는 길섶 노란 꽃 풀잎들은 유유자적 흘러가는 한강 물길과 더불어 깊이 있는 여운으로 또 다른 상쾌함을 전해주기 그만이다. 

 

 한참을 달려 회사에 도착하면 동료들 출근하기에도 아직은 40, 50분여가 남아 있는 여유로운 시간. 느긋하게 커피 물도 떠오고, 전 날 스푼이 담겨진 흐릿한 물 잔의 물도 갈아 치우며 오늘도 나만이 아는 선행(?)으로 발걸음만 분주해 한다.

 

 이 때쯤이면 벌써 회사에 나와 경비실에서 당신과 필자가 보는 신문을 직접 찾아와 부하의 책상까지 배달(!)해 놓고 전문 바리스타와 같은 손길로 향기 그윽한 커피를 손수 끓여 내려놓고 부르신다. “이 부장, 와서 커피 한잔 하고 해요.” 마주 앉으면 격의 없는 얘기가 막 나온다. 업무 얘기, 정치관련 소식에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 아침 신문 TOP기사, 가정사에서 소소한 애기까지 소재에 구애됨 없이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간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직원들의 발걸음소리가 요란스러워지고. 그렇게 어제도, 오늘 하루의 일과도 이렇게 시작된다.

 

한 10여일 되었나? 그 때 ‘어제’라고 하셨다. 그 날로 돌아가 본다. “이 부장, 어젠 이런 일이 있었어”. 커피 잔을 들다 말고 눈길을 응시한다. “점심식사를 위해 기획행정국장과 구내식당으로 가려고 사무실문을 나가는데 허리가 구부정하고 얼굴에 온통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문가에 기대어 두리번 두리번 하고 계시는 거야. 누구도 주의를 기울여 보는 사람도 없는데, 지나치다가 기행국장과 돌아서서 ‘할머니 누구를 찾아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지. 머뭇머뭇 하시더니 ‘우리 영감님이 6․25참전용사이신데 돌아가시면 어떤 절차가 있는지, 재향군인회에 물어보라고 해서, 그래서 누구한테 얘기하면 되는지 좀 알려고 왔어요’” 하시더라는 거다.

 

 시간이 12시가 다 된 시각이라 관련 직원도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을 때 였단다. 이 때 곁에 함께 계시던 기획행정국장이 잠시 할머니를 모시고 사무실 의자에 앉게 한 후 해당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고. 점심시간인지라 전화를 받을 리 만무. 옆에 서 있던 국장이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할머니 지금 사무실에 직원들이 아무도 없어요. 식사를 먼저 하시고 조금 후에 다시 오세요”하는데 당신의 어머니 생각이 금방 떠오르시더라고.

 

 해서 다시 “할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하고 묻자 부채도, 손수건도 들고 있지 않은 할머니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연신 손등으로 훔치며 더위를 물리치고 계셨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국장께서는 이내 지갑을 꺼내 지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식권’을 꺼내서 할머니 쥐어 드리면서 “우리 지하식당에 가셔서 식사를 하고 오세요”하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식당으로 가는 안내 설명까지 반복해서 자세히 하자 할머니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지팡이를 붙잡고 의자에서 일어서시더라고 했다. 엘리베이터까지 모셔 안내하고 잠시 사무실로 들어오셨다는 국장님.

 

 주된 얘기는 이게 다였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그리는 몇 말씀 더 하시며 커피 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순간적으로 어떤 그림자가 스침을 놓치지 않았다. 사무실을 찾아온 연세 지긋한 할머니. 남편의 얼마 남지 생애, 사후를 생각하며 한여름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를 찾아 오신 할머니.

 

 그 날 만약 그 자리에 필자가 있었다면 내가 모시는 상사처럼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간혹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곁에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이 서계심에도 자신의 할 일(휴대전화 문자 채팅이든, 게임이든)에 만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요즘 얘들은 버르장머리가 어떻고 예절이 저떻고’ 등 얘기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가 나보다 더한 윗 어른에 대해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신을 성찰하는데는 인색한 경우가 더 많은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찌 보면 작은 일이다. 쉽게 일어날 수도 있고,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완전 도외시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결코 하찮게 생각하거나 작게 치부할 일도 아니라는 점, 매사에 쫒기고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나 이외의 일에 생각을 집중한다거나, 남을 돕고자 하는 일에 자신의 시간을 쪼개는 일을 귀찮아 할 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개월 여 우리 국(대한민국재향군인회 호국안보국)의 수장으로 모시면서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선후배간으로 대한 상사의 자세는 자신을 낮추고 아랫사람을 챙기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큰 가르침이고 인생의 또 다른 교육이기도 하다.

 

 그 날 그가 행한 작은 선심(?), 예의를 다해 정성으로 대한 그 말씀과 행동을 전해 들으며 나는 3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내 어머니, 울 ‘엄마’를 바로 머리에 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난 ‘어머니’란 표현이 생경(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스럽다.

 

 살아계실 제 엄마는 다 큰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시곤 했다. “현오야, 네 지갑에 천원짜리 한 장은 항상 갖고 다녀라. 길을 가다 천원 한 장이 필요한 사람 있으면 꼭 주거라!”

 

 그 날 국장님과 잠시 시간을 함께했던 그 할머니를 머리에 떠올리며 책상위에 놓여 있는 지갑을 펴본다. 몇 장 들어있지 않은 지폐 사이로 푸릇한 색깔 세장이 얼굴을 들이민다. 오늘도 안심이다. 그러면서도 이 천원 지폐가 길 위의 누군가에게만은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해진다. 그런 날, 그런 세상이 되기를 갈망하며.(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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