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범민련, 불교평화연대, 한국진보연대(준),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주미철본), 등 좌파단체들이 잇따라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아프간 사태를 반미운동의 호재로 악용하고 있다. 이들의 행태를 보니 2002년 대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그 때 좌파단체들은 미군 장갑차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미선, 효순 두 여중생의 참혹한 사체 사진을 사방팔방에 전시하고 촛불시위를 벌이면서 반미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았던가.

 당시 좌파단체들은 마치 한반도를 점령한 미군들이 어린 소녀들을 일부러 깔아 죽인 것처럼 젊은이들을 선동하였다. 그들은 미선, 효순이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추모하기보다는 반미운동을 위한 호재로만 악용했던 것이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탈레반) 여러분의 항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현 아프간 정권은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이며 부시정권의 승인 없이는 단 한명의 탈레반 수감자도 석방될 수 없음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바, 이번 인질사태의 본질적인 책임이 미국에게 있음은 자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불교평화연대는 탈레반을 ‘영웅들’이라 칭하면서 “조국을 위하여 당신들의 육신까지 조국에 던지는 것을 보니 조선이 일본에 의하여 37년간 이라는 긴 세월 동안 조국을 독립하기 위하여 투쟁했던 반일혁명투쟁의 전사자들을 생각하게 한다”고 탈레반을 극찬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모순이자 이중적인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 7월 31일, 미국 하원 본회의는 일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인과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좌파단체들은 그동안 美帝와 日帝가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한 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미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서는 저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미국이 하는 일은 무조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좌파단체들은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에 대하여는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고 탈레반의 요구를 묵살하는 미국만을 험악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유괴범의 악랄한 범죄행위를 비호하면서 그 유괴범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찰을 비난하는 꼴이다. 우리는 여기서 저들의 행태를 이끄는 원동력이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라 오로지 친북반미에 입각한 기계적인 사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와 관련, 친북반미단체들은 탈레반이 일으킨 납치테러와 비견되는 북한의 납치테러(485명의 전후 납북사건 포함) 만행에 대해 그동안 한 번도 문제제기를 한 바 없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들은 아프칸 피랍자 가족들이 ‘反美 반대’를 확고히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프칸 사태를 반미감정을 증폭시키기 위한 구실로 삼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아프칸 피납자들의 구출에는 별로 관심 없고 자신들의 목적달성에 혈안이 돼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피랍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저들의 반미운동과 무(無) 인도주의는 반드시 철퇴를 맞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자유민주진영의 애국시민단체들은 ‘한국의 탈레반’을 자처하는 저들의 자기모순적이고 비인간적인 주의-주장을 무력화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konas)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