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등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한·미 간 회의자료 등 군사기밀을 잇달아 공개하는 데 대해 미국측이 상당 수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측이 한국에서 양국 간 회의자료 등 군사기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거나 의원·민간단체를 통해 유출되는 데 대해 대단히 우려하고있다고 전했다. 이 외교소식통은 "미국측이 이번 노 의원의 잇단 군사기밀 공개에 대해 직접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해오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양국 협상에 관한 기밀이 그간 수차 누출되는 현상에 우려와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에 의하면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은 최근 용산기지 이전 협상내용이 수시로 사전 유출되는 데 대해 한국 정부측이 언론을 통해 의도적으로 여론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또한 유출되는 군사기밀들이 한국 국방부 내에서 개인적으로 또는 특정이념을 가진 쪽에서 고의로 흘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갖고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들은 한미간 협상에 관한 군사기밀 유출이 동맹간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협상에 지장을 주는 요소가 되어 왔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도 미국은 이 같은 기밀누출이 한국정부의 협상전략인지, 아니면 통제 미비로 인한 결과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노 의원 건의 경우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그동안 유출된 기밀 중 심각성이 큰 사례에 속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노 의원의 최근 잇단 기밀 공개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 양국이 이미 합의한 '주한미군의 지역역할 확대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선제군사개입 전략' 등 잇단 국회 발언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맹국인 미국 외에 중국 및 북한에도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맹협상 관련 기밀사안에 대한 부적절한 관리로 미 행정부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음은 확실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지난 4일 "최근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동맹협상 관련 기밀문서의 폭로와 정보 왜곡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국방부를 중심으로 동맹협상 관련 기밀이 어떻게 노 의원측에 흘러 들어갔는지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원인은 현 정부의 동맹협상에 불만을 가진 정부 내 일부 세력의 '계산된 공격'일 수도 있고, 국회의원에게 답변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실무선의 미숙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문제로 인해 한미관계에 불안을 야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야 회기 중에 국회에서 발언하면, 그 진위에 상관없이 '면책특권’을 누리지만, 외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제4차 북핵 6자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노 의원의 발언은 한·중 양국의 보조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북한에 또 다른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이 고 '김일성 주석의 조문 불허'와 '탈북자의 집단입국' 등을 들어 남북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미간의 '대북 선제군사공격 전략에의 합의' 투의 발언은 북한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국가적 입장에서 보자면 대통령과 외교부가 북핵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그 구도를 흐트러뜨리고 외교적 지렛대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konas)